한 달의 교토 - 디지털 노마드 번역가의 교토 한 달 살기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2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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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living you.

저자는 제대로 해석(언제나 아미타불이 당신을 살아가고 있어)을 했지만 나에겐 이런 의미로 다가왔다.

인생은 당신을 데리고 잘 사는 것이다.

 

나를 잘 데리고 산다는 것이 무얼 의미할까. 나는 가끔 여행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한번씩 이 질문을 한다. 일에 쫓기어 다른 나라의 문화를 느낄 새도 없이 살고 있는 나! 잘 살고 있는 게 맞나? 싶은 생각 말이다. 그만큼 여행 에세이는 나의 일상을 가끔 흔든다.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지금 전 세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통과하고 있다. 이쯤에서 멈춰주었으면 하지만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이미 모든 사람들은 일상을 빼앗겼고 불안과 두려움의 공기에 젖어 있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작년 여행기가 어쩜 이리도 소중하고 귀할까.

봄이 선사하는 화려하고 기품 넘치는 풍경, 역사가 묻어나는 공간에서의 따뜻한 차 한 잔, 낯선 곳임에도 분명히 전해오던 온기, 잘못된 방향에서 만난 행운 같은 시간.

 

 

 

저자는 프리랜서 번역가다. 예전에 그녀의 책을 리뷰한 적이 있다. 그녀의 직업을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일상에 매어있는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기에 특히 나는 그녀의 직업이 부럽다. 타향에서 한 달간 여행이 가능한 직업이니까.

뭐 일 년 프랑스를 여행한 기자분의 책도 읽으면서 많이 부러워했었지.ㅎ

 

아무리 나를 데리고 최선을 다해도 한 번씩 슬럼프가 온다. 그럴 땐 공간이동만큼 좋은 게 없다. 저자처럼 교토에서 한 달 살기를 결심하기까지는 도전정신과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그 시간 속에서 비워내고 채워가는 과정을 통해 분명 달라진 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2019년 4월이 일기처럼 쓰여있다. 블로그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나름 단단히 준비하고 나섰음에도 계획이 틀어진 날도 있었으며 무계획으로 움직인 날도 있었다. 4월임에도 날은 생각보다 추웠고 일본어를 잘 알아도 매번 잘못된 방향의 버스를 따서 시간과 돈을 허비한다. 가고자 한 곳이 문을 닫았거나 방문 시간이 늦어 들어가지 못하기도 했지만 혼자 하는 여행에서 그게 무슨 대수랴. 조금 이르게 도착해서 만발한 벚꽃을 보지는 못했어도 한 달의 끄트머리에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멋진 벚꽃 풍경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런 것이 혼자만의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참, 이 책은 교토 한 달 체험기라기보다는 여행기라는 점이 중요하다.

 

 

 

 

교토는 작년에 교토의 오래된 가게를 소개한 책을 리뷰한 적이 있어서 그 느낌은 조금 안다. 오래되고 고풍스러운 건물이 많아서인지 벚꽃과 함께한 풍경이 지금 내가 사는 동네의 풍경과는 너무나 달라 보인다. 어쩜 이렇게도 곳곳이 작품인지.

사진찍는걸 좋아해서 저런 풍경들을 담고 싶다는 욕심이 한가득이다. 그런점에서 더 부러운 여행이다.

분명 인파는 상당했을 것 같다. 사람들을 헤치고 지나가야 한다는 말에 그 모습이 그려지니까. 하지만 혼자서라면 이런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릴 것만 같다.

 

저자의 다도체험이 인상적이었다. 지난가을 서울구경할 때 다도체험을 준비하던 모습을 본적 있다. 주로 외국인들이 많았겠지만 그땐 별생각 없던 것이 지금은 해보고 싶은 맘이 생겼다. 아쉬운 대로 국내에서 다도체험을 꼭 한번 해 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저자는 사쿠라 모치가 먹고 싶어 가게에 들렀지만 그 떡이 없어 다른 떡을 사려 했지만 양이 많아 결국 시식용 떡을 두 개 집어먹고 나온다. 시식용 떡이 커서 더욱 미안했다는 저자의 글을 보면서 시식용 떡이 큰 건 작가처럼 미안해서라도 사게 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읽다 보니 눈이 번쩍하는 단어가 보인다. BTS!!

저자는 6일차는 카페 투어를 계획한다. 그곳에서 노트북을 하며 정리도 할 겸. 전통 가옥 모양에 호기심 반을 안고 들어간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만난 것도 행운이었지만 카페 직원은 저자가 한국인인 걸 알고는 수줍게 자기는 아미라며 고백을 한다. 어쩜~~^^ BTS 엄청 좋아한다며 영상까지 함께 보았다는 내용에 내가 다 흐뭇해진다. 역시 방탄 포에버~!

 

 

 

 

저자는 틈틈이 일도 하면서 일정을 소화했다. 매일 가 본 곳의 정보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중간중간 역사적 해설이 필요한 부분도 필요한 만큼 할애를 하고 있다. 일본 여행 책자에서 보았던 장소가 소개될 땐 좀 더 친근감을 느꼈다. 일본의 건축물은 참 화려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지닌듯하다. 고즈넉하게 잘 관리된 풍경이나 오래된 가게들은 부럽기도 하다. 또한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관광 코스마다 직원들도 친절해 보인다.

허나 맨션의 관리인은 한국인이라고 더 쪼아대는듯한 인상의 나마저도 불쾌한 마음이 든다.

 

그녀의 실수담은 그곳을 방문하려는 이들에겐 알짜배기 팁이다. 버스 정기권을 너무 늦게 구매한 점이나 정확한 버스 정류장을 찾기 어렵다는 점, 호텔이 아닌 맨션에서의 한 달 살이가 오히려 더 불편하고 힘들었다는 점등은 꼭 참고해야겠다.

참, SNS의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점도 마찬가지. 금각사에서는 금각사 외 볼 거리가 없다는 글이 많았지만 금각사만 보아도 충분할 만큼 금각사의 모습에 압도당했다는 그녀의 말이 충분히 와닿았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감성이 다 다른법이니까.

 

개인적으로 인파가 너무 몰리는 곳을 선호하지 않다 보니 소도시 여행을 좋아한다. 하지만 교토의 유명한 관광 지도 한 번쯤은 방문해보고 싶다. 저자의 한 달 여행기가 독자들의 공간을 이동시키기에 충분했음에도 지금 그럴 수가 없으니 더욱 아쉽기 그지없다. 그녀의 발걸음이 내년엔 빛을 발할 수 있기를.

오늘 슈퍼핑크문이 떴다. 밤 12시쯤 창문을 열고 머리 위를 올려다보며 소원도 빌었다.

언능 이 사태가 끝나서 나를 데리고 철학의 길을 걷고 싶어요.라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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