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 무민 골짜기, 시작하는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들어 내내 무거운 책만 읽었더니 뽀송뽀송 이야기가 그리웠다. 머리를 식히거나 뒤숭숭할 땐 동화나 어린이 명작을 즐긴다. 무민 시리즈도 그런 책 중 하나다. 연작소설은 8권 중에 4권은 읽었었다. 무민의 삶의 방식은 현대인의 삶의 독소를 빼 준다. 핀란드의 휘게처럼 읽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특히 지금처럼 일상이 뒤틀려있을 땐 더더욱.

 

이번 책은 무민 골짜기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다. 작은 무민 가족 중 아빠는 시작부터 등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 책이 쓰였을 당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심리적으로 무사한 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무민 엄마와 무민은 무서운 세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무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당시 토베 얀손이 꿈꾸던 일상과 인간 본연의 따스함을 그리워함을 느낄 수 있다.

 

 

 

 

무민과 무민 엄마는 살 보금자리를 찾고 있다. 그러다 도착한 어느 숲속에서 두려움과 맞닥뜨리게 된다. 길 위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둠 속에서 만난 낯선 이는 경계대상이다. 그쯤에서 나는 역시나 끄덕하는 첫 문장을 만났다.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게 더 비관적으로 보이지. -p.11

하지만 용기를 내 다가가보니 울적해 하고 있는 낯선 작은 동물일 뿐이다. 그 친구는 혼자라서 더 외로워 보인다. 결국 무민 엄마는 함께 가기로 한다. 가는 내내 그 작은 동물의 투덜거림까지 다 받아주는 무민과 무민 엄마의 모습에 인정이 넘친다.

 

왕뱀을 만나 죽을뻔한순간 툴리파(불빛이 나는 튤립꽃에서 나온 소녀) 덕에 위기를 넘기지만 무민이 두 눈을 가리고 잡아먹히길 기다렸다는 대목에서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진짜 기다림을 이런 데다 쓰면 어떡해.ㅎㅎ

 

이렇게 넷은 빛을 찾아 걷는다. 그 빛이란 새로운 세상을 의미한다. 벽난로 속이 고향이었던 무민 종족은 추위에 약하다. 오래전 사람들 곁에서 함께 공존하였지만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점점 변하자 무민들의 삶도 달라지게 된다. 그들은 다시 안전한 집을 찾아 떠돌게 된다. 현재 무민과 무민 엄마가 그런 것처럼.

 

무민 아빠 생각에 슬픔에 빠져있던 일행에게 어느 노신사는 그의 집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그곳은 세상과는 별개의 새로운 세계였다. 가짜 태양이 있으며 온통 달콤하고 맛있는 것 천지였다. 마치 헨델과 그레텔의 과자집처럼. 역경 속에서 만난 달콤함은 금세 정신을 취하게 만든다. 하지만 무민 엄마는 진짜 태양(세상)을 찾길 원한다.

 

전쟁이 인간의 삶과 인간 본성을 뒤흔들어 놓는 것처럼 진짜 세상을 찾는 과정이 수월할 리가 없다. 위험한 상황을 만날 때마다 서로 도와가며 위기를 넘긴다. 물론 작은 동물의 투덜거림은 계속되었지만. 바다 트롤의 도움으로 무사히 항구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또 그들은 또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난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큰 홍수를 만나게 된 것이다.

 

무민 엄마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도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걷고 걷고 또 걸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임에도 빗속에 떠내려가던 고양이 가족을 구하기도 하고 대머리 선생의 안경도 찾아준다. 그 와중에 작은 동물은 병 하나를 줍게 되고 병 속 편지에서 무민 아빠의 생사를 알게 된다. 대머리 선생의 도움으로 가족들은 다시 만난다. 그리고 홍수로 인해 집을 잃은 생명체들에게 따뜻한 수프도 대접받는다.

안녕하십니까. 앉으세요. 수프가 곧 다 됩니다. -p.81

이처럼 대머리 선생이 받았던 도움은 릴레이가 되어 또 다른 선행을 낳았다. 무민 가족은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따스한 수프 한 그릇을 받음으로써 다시 한번 행복감을 느낀다.

 

스토리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전쟁이나 재난이 닥칠 때마다 필요한 건 서로 간의 따스한 정이다. 큰 재난앞에 인간은 한낱 작은 존재이지만 그것이 기반이 되어야 각자의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일궈나갈 수 있다. 가족과 내 이웃과 함께 평화로운 세상에서 오래도록 말이다. 토베 얀손은 그런 세상을 꿈꾸며 무민을 탄생시켰고 많은 이들에게 무민 철학을 심어주었다. 지금은 그런 작은 것들의 힘이 필요할때다.

 

참, 무민은 하마가 아닙니다.ㅋㅋ 하마같이 생긴 친구일 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