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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세와 함께한 10일 ㅣ 도란도란 마음 동화 2
안선모 지음, 이장미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3월
평점 :

난민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결방안뿐 아니라 난민에 대한 인식조차도 제자리걸음이다. 그렇다 보니 최근 아이들 책에서 난민에 관한 소재를 자주 만나게 된다. 기성세대보다는 글로벌한 세상을 맘껏 누릴 세대이기에 더더욱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덕분에 나도 아이에게 여러 권의 책을 보여 줄 기회도 있었고 난민에 관한 이야기도 나눠볼 수 있었다.
누군가를 도우며 살기란 쉽지 않다. 맘은 있어도 실천하며 사는 이들이 많지 않다. 열이 엄마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적인 분이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시는데도 열이는 조금 불만인가 보다. 우리 집과는 상관없는 일에 엄마가 관심을 두는 게 싫다. 열이의 입장에서는 주목받아야 할 자신의 생일보다 난민 생각에 더 빠져있는 엄마가 서운했을 수도.
열이네 반에 얼마 전에 따세라는 아이가 전학을 왔다. 미얀마 난민이라는 정도만 안다. 그런데 열이 엄마가 어려움에 처한 따세네를 돕자는 제안을 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아빠까지 거든다. 생일선물 얘기를 꺼냈다 잔소리부터 하던 엄마는 열이에게 조건을 내건다. 열흘 동안 열이와 잘 지내면 갖고 싶어 하던 선물을 사주기로.

그렇게 해서 따세와의 동거가 시작된다. 따세와 학교도 같이 가고 학교에서도 줄곧 붙어 지낸다. 다행히 따세는 한국생활을 잘 하고 있는 친구다. 주눅 들어 하지 않고, 벌레도 사랑하고, 나무도 잘 타고, 달리기도 잘하고, 물구나무 서와 축구도 잘 한다. 그런 따세를 챙기는 열이를 처음엔 의아하게 보았지만 차츰 착하다며 칭찬한다. 그런데 따세가 점점 아이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하자 속상하다.
학교뿐 아니라 집에서도 따세가 늘 중심이다. 열이는 소외감에 괜한 심술도 부린다. 하지만 열이는 심하게 잠꼬대를 하던 따세를 본 뒤 조금 놀란다. 따세는 난민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가슴 아픈 과거가 늘 따세의 마음 한구석에 그늘로 남아 있었다. 그런 마음을 헤아린 열이 엄마는 또래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다.
따세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화로웠던 고향 마을과 행복했던 시절, 전쟁으로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평화로웠던 고향마을을 그리워하는 따세의 마음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지지 않았을까.

따세는 약속했던 열흘을 채우고 가게 되었다. 난민이 아닌 정착민이 되어 더 나은 곳으로.
처음 장난감이 목적이었지만 어느새 따세와 정이든 열이는 결국 대성통곡을 하고 만다. 따스하게 안아주는 따세도 울고 있는 열이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우리는 난민에 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편견이 앞서는 것이다. 저자도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당시 전학 온 난민 친구에 관해 별다른 설명을 못 해 주었던 것이 걸려 난민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보았다고 한다. 따세는 종교적인 이유로 미얀마에서 떠밀려 한국까지 오게 된 친구다. 각양각색의 사연을 안고 죽을 고비를 넘기며 떠밀려온 사람들.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그들이 낯선 곳에서 따스한 시선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좋은 글로 탄생하게 되지 않았을까.
큰 아이 반에는 피부색이 다른 친구가 있다. 가졌던 우려와는 달리 그 친구는 성격이 쾌활하고 달리기도 잘 해서 반에서 인기도 많다고 했다. 아이들이 피부색이 다르다고 멀리하거나 무시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아이들은 편견 없이 잘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편견의 중심에는 어른들의 잘못된 태도가 있는 것이다. 2018년 제주도 난민 사건 때 난민 거부에 대한 국민청원이나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하는 고용주들의 태도는 분명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등을 보고 자란다. 열이 네처럼 부모가 행동으로 실천하는 집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당장에 그런 상황을 끌어 붙일 수는 없겠지만 이런 소재를 다룬 책들을 많이 접하게 해주어 앞으로는 편견과 차별이 없는 세상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 일은 사라져갔으면 좋겠다. 배제하는 문화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더욱 서로를 밀어내며 살 것이다. 조금씩만 배려하고 한 걸음씩 만 양보해도 인종 간 장벽은 허물어지지 않을까.

책을 읽고 활동지를 해 보았다.
이야기 순서 찾기, 숨은 낱말 찾기, 내용 확인하기 등을 해보며 생각을 키워볼 수 있어 좋았다.
활동지는 알라딘 이벤트 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으며
구매시 마스킹 테이프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