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 솔직하고 다정하게 내 안의 고독과 만나는 방법
에바 블로다레크 지음, 이덕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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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외로운 존재다. 그렇기에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잘 알면서도 우린 자꾸만 고립을 자초하는 걸까.

 

친정엄마가 즐겨 보는 프로가 있다. 엄마는 "나는 자연인이다"속 사람들을 보며 마치 원시인을 보듯 신기하게 바라본다. 그들의 사연들은 하나같이 드라마틱 하다. 진행자가 그들의 삶 속에서 간접 체험을 하는 동안 엄마는 그들의 사연을 들으며 안타까움에 혀를 차다가도 자연체험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그들은 하나같이 외로워 보인다는 사실이다. 특히 진행자가 손을 흔들며 산을 내려가는 모습에 나는 왜 울컥하고 있는 걸까.

 

늘 주변에 사람이 많았던 절친이 있다. 페이스북 친구 명단이 다 찰 만큼 지인이 넘쳐났다. 예쁜 데다 서글서글한 성격에 여행도 좋아해서 친구들 명단도 글로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에게서 외롭단 말을 들었다. 네가? 오마이갓!

 


 

 

 

나는 외로운가?

 

글쎄다. 이색리뷰덕분에 오랜만에 외로움에 대해 생각했다. 외롭지 않아서가 아니라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낄새도 없이는 바쁜 중년이라서다. 결코 일 중독자는 아니다.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은 것뿐이다.

 

시기별로 외로움의 형태와 부피는 다르다. 청춘이라서 느끼는 외로움, 역할이 주는 압박과 스트레스로 인한 외로움, 정말 관계가 힘들어 오는 외로움 등 수많은 외로움에 직면한다. 사람이 무서워서 오는 외로움, 무리 속에서 끼지 못해 느끼는 외로움, 타지에서 느끼는 외로움 등 나도 다양한 성질의 외로움을 겪으며 살아왔다. 그만큼 감정의 파동을 격하게 보내며 살았다. 충분히 다치고 상처를 봉해가며 살았다. 그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외로움의 뿌리도 찾고 상처 입은 과거의 나를 위로하며 나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다.

 

그러면 지금은? 물론 전혀 외롭지 않다는 건 아니다.(전혀 외롭지 않을 수가 있을까?) 단지 외로움의 가면이 나를 뒤흔들 만큼 심각하지 않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의 가면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인생을 뒤집을 만큼 거짓된 가면은 점점 자신을 고립시킨다. 소설 <친밀한 이방인>의 이유미처럼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의 종류와 두께를 늘 살펴야 한다. 책에는 그 가면의 종류를 일 중독자 가면, SNS의 가면, 조력자 가면, 허영의 가면, 고슴도치 가면, 질병의 가면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다행히 어느 쪽으로 치우친 가면은 없어 보인다.

 

 

 

 

중년기,

'더 이상 젊지도 않고' '아직 노인도 아닌'

 

외롭지 않다고 말하던 내게 이 책은 나를 점검하게 만들었다. 중년의 위기에 직면하기 전에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보았다. 젊음을 놓아주고(아! 놓아주어야하는구나.ㅎ) 지나친 몰두에서 빠져나와 변화에 대처하며 나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는 것. 단계를 밟을 때마다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외로움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함을 깨달았다.

 

외로움은 스스로가 자꾸만 키워나간다. 소통에서 오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긍정적 사고를 위해 자신에게 칭찬 일기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내 마음속 상전과 하인의 싸움에 휩쓸리기 않기 위해서는 나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 줄 행동을 습관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은 자신감 회복이다. 타인을 향한 관심의 방향을 나에게로 돌린다면 외로움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가끔 밀려드는 외로움 때문에 무언가 새로운 것들을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전시회를 가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을 찾는 것 말이다. 사람들과 있을 땐 나보다 사람들을 신경 쓰느라 나를 돌보지 못하지만 이때만큼은 나에 대해 더 찬찬히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지금 이 책을 본 것도 그렇지 아니한가.

 

 

 

 

 

요즘 코로나로 뒤숭숭해서 미술책만 보고 있다. 역시 나만의 콜라주가 위안이 된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하지만 외로움을 극복하려는 자는 자신의 외로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법이다. 외로울땐 자신만의 행운의 콜라주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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