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 퇴직금으로 세계 배낭여행을 한다는 것
이동호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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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책을 20대 때 읽었다면 나도 떠날 수 있었을까.

일 년 남짓한 시간 동안 나를 낯선 길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27살에 진짜 내 인생을 살고자 유서까지 써 놓고 떠난 저자는 십년지기 절친과 낯선 곳을 함께 한다. 아마도 이 십년지기 친구가 든든한 보험이 아니었을까 싶지만 청춘이라서, 남자라서 더욱 가능성을 열어 준 배낭여행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 책은 개정판이다. 그러니 현재 저자의 나이는 다섯 살 정도 더 플러스해야겠다.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떠났던 여행에서 그는 자신을 만났다고 한다. 여전히 촌스러운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을까.

 

 

 

 

 

러시아의 열차 창문 너머 보였던 세상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런 느낌을 반지의 제왕의 한 문장을 읽으며 찾아보려 했다. 풍경이 주는 아득함도 좋지만 세상은 열차 안을 채우고 있는 우리들임을 얘기하고 있는 문장을 보니 예전에 읽었던 <삼등 여행기>에서도 작가가 그런 비슷한 소감을 언급한 적이 있어 떠올랐다.

 

여행지라고 어디 다 좋을 수만은 없다. 저자는 그가 경험한 모든 것들을 책과 영상에 남겼다. 그렇다 보니 소매치기를 당하고, 강매도 당하고, 가는 길이 막히기도 하지만 그들이 만났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인간적이고 따뜻했다. 이란에서 만난 가족들의 환대(그들이 한국 문화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에 ㅎ), 개들과 함께한 산행길, 인도에서 그들을 도와준 친절한 버스기사, 인도 고아원에서 만난 꼬맹이들.

 

누군가와 시간을 나눔으로써 우리는 무한의 '것(thing)'에서 유한의 '존재(being)'가 되어간다. -p.77

 

무엇보다 새로운 경험은 나를 새로이 알아가게 한다. 크게는 세상을 보는 눈의 크기를 확장시켜준다. 자전거를 타고 앙코르와트를 지나며 보는 일몰은 인생에서 속도가 중요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주기도 하고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느낀 두려움보다 눈앞에 펼쳐진 바닷속 풍경에 세상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활화산 위에서 느끼는 지구의 호흡은 또 어떻고. 이건 정말 느껴보고 싶다. 자연이 꿈틀대는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을까.

 

여행 또한 삶의 문을 여는 과정이 아닐까. 이미 알고 있던 지식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어둠 속에 뛰어들어 어둠을 밝혀가는 과정 말이다. -p.82

 

본연의 결대로 살아갈 때 우리는 스스로가 누구인지 깨닫지 않을까. -p.107

 

여행은 평소 하지 않던 것들도 하게 만들고 공부도 하게 만든다. 저자는 직접 요리를 하며 요리의 참맛도 살짝 느껴본다. 설사병이 나서 여러 가지 도움이 되는 정보도 찾아보며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된다. 문명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삶 본연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처럼 유목 체험 일주일은 몽골을 잊지 못할 여행지로 남기게 된다. 그리스 자전거 여행에서 느낀 깨달음은 존재의 이유를 되새기게 한다. 우리 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이 사랑을 향하고 있다고.

 

그는 갈증을 느껴 떠났다. 그렇게 유서까지 쓰고 비우고 떠났으니 새로운 것들로 채우고 돌아올 수 있었다. 그의 여정을 보면 그런 공기가 느껴진다. 세상은 새롭지만 어찌 보면 새롭지 않다. 내가 있는 자리가 세상이니 결국 내가 지나온 자리에서 나를 만나고 온 것이다. 내 안에 몰랐던 나를 낯선 곳에서 마주할 때의 긴장감, 두려움, 설렘, 신선함, 놀라움 등의 다양한 감정들이 다시 나를 채워가는 것이다.

 

그저 나에게도 그런 것들을 마주할 용기만 있다면 참 좋겠다.

 

p.s) 배 안에서 먹은 6000원짜리 삼양 컵라면의 맛은 정말 환상이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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