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목털의 늑대 빌리 두고두고 읽고 싶은 시튼 동물 이야기 8
우상구 글.그림, 어니스트 톰슨 시튼 원작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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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0년 전 인간들은 동물과 어떤 관계를 이루며 살았을까. 아이들은 주로 늑대를 동화나 만화 속에서 접한다. 아기돼지 삼 형제를 잡아먹으려 하고, 빨간 모자를 삼키고, 어린 양들을 잡아먹는 등 다른 동물을 해치는 악당으로 말이다. 이는 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늑대는 사람들이 기르는 가축을 잡아먹거나(이도 결국은 인간들이 늑대 먹이를 죄다 사냥한 때문이지만) 사냥꾼의 사냥감을 훔치는 등 인간들과 공생하기는 어려운 존재였다. 아마도 그런 이미지가 동화에서 주로 다루어졌겠지만 시튼에 등장하는 늑대 이야기를 읽다 보면 늑대라는 동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기에 그 시대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시튼의 시선은 물론 인간보다 동물들에게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는 분명 동물도 그들만의 세상이 있고 그들만의 룰과 감정으로 살아가는 동물이기에 존중해야 됨을 말하고자 한 것일 것이다. 늑대는 개처럼 길들일 수 없기에 인간에게는 무서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지만 실은 인간들이 모르는 용맹함과 의리와 영리함을 갖춘 동물이다. 그들만의 네트워크가 잘 이루어져 있고 무리 안에서 서로를 알뜰히 챙기고 보살핀다. 그러한 예로 늑대소년 이야기도 있으며 이 시리즈의 <소년을 사랑한 늑대 이야기>도 그런 내용이지 않을까 한다.

 

 

 

 

 

주인공 '나'는 킹이라는 사냥꾼에게서 빌리라는 늑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인간들이 동물들의 씨를 말리자 먹잇감이 없어진 늑대는 마을에 수시로 출몰했고 인간들은 사냥꾼에게 현상금까지 걸어 늑대 사냥을 부추겼다. 그들은 어미 늑대뿐 아니라 새끼들까지 모조리 죽여 씨를 말리려 했다. 동물은 배가 부르면 더 이상의 음식을 탐내지 않는데 반해 인간은 돈이 되는 짓이라면 무슨 짓이든 하고 끝없이 욕심을 부리는 것을 보면 참 동물보다 못나 보인다.

 

빌리는 늑대들의 또 다른 공간인 예비굴에 숨어 있었기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고 다른 어미의 품에서 성장한다. 어미 늑대가 자신의 새끼가 아님에도 거두고 살뜰하게 보살피는 모습에 어찌나 마음이 애잔하고 따스한지.

그러던 어느 날 어미는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온다. 그로 인해 다른 새끼들까지 죽게 되자 어미와 빌리만 남게 된다. 둘은 다시 새로운 생존방식을 터득하며 무리를 피해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들이 쳐 놓은 덫에 영민하던 어미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어미는 빌리를 지켜내기 위해 곁에 오지 못하도록 으르렁거리며 쫓아내고 결국 붙잡혀 죽임을 당한다.

 

 

 

 

 

 

이제 혼자 남겨진 빌리는 더더욱 강해져야만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힘은 곧 권력이고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빌리는 사냥꾼과의 두뇌전에도 능숙함을 보이며 쫓고 쫓기는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위기에 처한 동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위기 속으로 뛰어드는 것도 서슴지 않았고 게다가 보란 듯이 동료를 구하고 빠진다. 분명 그들의 목표는 빌리였음에도 사냥꾼들은 빌리의 영특함에 감탄한다. 또한 그 모습은 사냥꾼들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더욱 빌리 사냥에 열을 올리며 쫓아보지만 빌리의 꾀에 사냥개들만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다.

 

빌리에게 자연은 자신만의 생존법칙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인간들은 알면서도 그들 위에 군림하고 지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면서 점점 동물과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자연법칙을 잊고 살았다. 각자의 생명체는 저마다의 환경에서 존중받고 살아야 함에도 인간들이 너무나 많은 법칙을 깨고 망쳐놓았다.

먹이가 없어 민가로 내려오는 멧돼지를 쏘아 죽이면서 우리는 한없이 미안해해야 하고 동물원 코끼리쇼를 보며 즐거워할 것이 아니라 더 이상 그런 곳에 가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더 이상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닌 동물 본연의 속성을 진지하게 알려주며 인간과 함께 아름답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다.

 

시튼의 동물기를 읽고 있으면 잊고 지냈던 동물 본능의 삶을 통해 동물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진다. 마치 동물의 왕국을 보며 자연법칙과 순환의 위대함을 느끼는 것과 흡사하겠다. 그만큼 진심을 가지고 동물을 대할 때 인간은 자연에 대한 겸손한 마음을 지니게 된다. 인간은 너무 깊숙이 그곳을 침범해서도 안된다. 빌리가 자연스럽게 죽어갈 곳도 자연이어야 한다. 동화 속에 그려진 늑대의 이미지가 아닌 용감한 늑대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진짜 교육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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