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집은 켄타 별 리틀씨앤톡 모두의 동화 12
윤혜숙 지음, 윤태규 그림 / 리틀씨앤톡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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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고 느낄 때 정말 필요한 건 무엇일까. 이 짤막한 동화 4편은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학교, 학원, 가족,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받지 못할 때, 우리가 위로받을 수 있는 존재는 어떤 것들일까.

아이들 동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메시지가 청결해서다. 상상의 날개를 달고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따뜻한 온기를 채워갈 수 있어 좋다.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무언가만 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외로움과 상처를 딛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특히 어른들의 잣대와 기준에 부합하여 성장해야 된다. 그만큼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떠안고 산다. <조는 도서관>속 친구는 정말 헬리콥터 엄마 때문에 24시간을 쫓기며 산다. <박물관 아이>속 한솔이도 엄마의 강요에 박물관에 이끌리다시피해서 왔다. 뭐 상황이 엇비슷해 보인다. 부모의 욕심대로 맞추어 살아야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다 미안해질 지경이다.

 

 

 

 

조는 도서관은 그야말로 아이들을 위한 곳이다.

"책은 베개로, 햇빛은 이불로 빌려 드립니다."

이 얼마나 햇살 같은 문구인가. 아이들은 책도 너무 강요당하면서 봐야 하다 보니 책을 끔찍이 싫어하는 친구들도 많다. 그런데 이 도서관에서는 아무도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자고 싶으면 충분히 자고, 뒹굴뒹굴하거나 멍 때리고 있어도 상관없다. 그러다 이도 저도 지겨우면 각자 하고픈 걸 하면 된다. 그림도 그리고 자기가 정말 보고픈 책을 보면 된다. 그뿐이다. 지금 행복하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 그것이면 된다. 이것이 잠깐만의 즐거운 상상이 아니기를! 아이들 하루에 이런 공간이 곁에 있기를! 나도 바라는 바다.

 

박물관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나도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본 적이 있지만 반강제였다.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점만 강조했지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한솔이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지만 장래가 불안정해서 엄마로부터 핀잔만 듣는다. 미술관이 더 좋지만 억지로 끌려온 박물관에서 김홍도의 그림을 보게 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관심 밖이다. 그런데 엄마가 잠깐 필기구를 찾으러 간 사이 김홍도 그림 속 종아리 맞던 아이가 사라졌다. 어라! 사라진 아이가 한솔이 옆에 서서는 자기를 도와달라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한솔이와 동문이는 그림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김홍도 그림에 스토리가 덧입으니 정말 재밌다. 아!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시간 여행 덕에 한솔이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닦달하던 엄마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게다가 김홍도의 그림도, 박물관도 그다지 지겹지 않은 것이 된다. 재능이란 건 하고자 하는 열정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한솔이가 깨달아서 다행이다.

 

<척척박사 도비>와 <내 친구 집은 켄타 별>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학교에서 반 친구로부터 놀림과 무시를 당하던 강모는 도깨비 친구 도비로 인해 자신감을 얻게 된다. 자신의 재능을 친구들에게 인정받아 뿌듯한 점도 있지만 다친 마음을 위로해준 건 자신이 늘 편안함을 느끼던 숲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자연보다 가상의 공간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다. 직접 자연 속에서 체험하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배웠으면 좋으련만.

 

마지막 이야기이자 이 책의 표제작인 <내 친구 집은 켄타 별>은 아이들의 순수한 세계가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육원에 사는 친구 새벽이의 켄타 별 이야기를 의심의 눈초리로만 듣는다면 이 이야기가 재미없을 것이다. 그 친구의 말을 들어주고 우주 어딘가 존재할지도 모를 켄타 별을 상상한다면 우리의 삶은 더 다채로운 빛깔을 지닐 수 있지 않을까. 어둠 속에도 어딘가 빛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으며 성장하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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