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달구! 아이앤북 문학나눔 25
이경옥 지음, 권송이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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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 모두에게 고통이다. 일제시대 때 우리 민족이 당한 고통은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고 그렇기에 일제시대를 담고 있는 글들은 어떤 이야기든지 읽기가 버겁다. 팩트가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에 단지 그 시절을 겪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말만 절로 나오게 된다. 역사에서 전쟁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커서 이런 유의 책을 꺼리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 가슴 아픈 역사를 알아야 반복되는 일들을 막을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들도 아프지만 읽어야 한다.

 

달려라, 달구는 우리나라 토종개인 삽살개에 관한 이야기다. 표지만 봐도 이야기가 슬플 것이라는 게 짐작이 가듯 읽는 내내 아프고 화나고 조마조마하다. 일제는 조선이라는 나라를 완전히 없애고자 했다. 그들의 이중적인 행태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극에 달했는데 조선 땅에 있는 모든 것을 빼앗고 짓밟았다. 닥치는 대로 식량을 빼가고 장정들을 끌고 가서 총알받이로 쓰고 처녀들뿐 아니라 노동이 될만한 이들은 거짓으로 꾀여 어디론가 끌고 갔다. 것도 모자라 동물들도 전쟁 물자로 쓰기 위해 무차별로 잡아갔다. 정말이지 전쟁의 잔혹함이 끝도 보이지 않는다.

 

 

 

일본이 제 맘대로 조선을 지배하던 때 여명이 집에 새끼 강아지 한 마리가 오게 된다. 전쟁 중에 개를 거둬 먹이는 일도 쉽지만은 않지만 암울한 나라 분위기에 새끼 강아지는 여명이에게 위안이 되는 존재가 된다. 게다 우리나라 토종개라니 더 아끼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날부터 여명이는 달구와 늘 함께한다. 동네 친구들과 놀 때도 달구는 인기 만점이다. 동네에서 일본 앞잡이 노릇을 하던 이웃집 동배가 시비를 걸긴 했지만 그럭저럭 달구와 좋은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 일제의 감시가 심해지자 아버지가 민섭이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나 독립자금을 여명이와 달구가 도맡기도 한다.

 

 

 

전쟁이 길어지자 일본의 착취는 날로 심해진다. 학교에서는 우리말도 쓰지 못하게 하고 일본 이름으로 개명을 독촉한다. 여명이도 일본 이름으로 바꾸지 않아 더 이상 학교에 나가지 못한다. 또한 마을 청년들을 무작위로 차에 태워 끌고 갔다. 게다가 철이란 철도 전쟁 물자로 쓰기 위해 빼앗아간다. 마을은 점점 더 공포 분위기가 되고 아들을 잃은 부모들도 영혼이 나간 채 숨만 쉬며 살아간다. 여명이도 그렇게 형이 끌려가고 부모님들은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고 다니느라 생활이 말이 아니다.

 

그런데 여명에게는 더 가슴 아플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일본이 닥치는 대로 개를 잡아 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조선의 토종 개인 삽살개만을. 전쟁 중 식량으로 쓰고 긴털은 추위를 대비하는데 쓰겠다는 것이다. 이집 저집 개를 모조리 쓸어가는 과정에서 죽거나 피를 흘리며 끌려가는 개들을 보자 여명이는 어떻게든 달구를 숨겨보려 했지만 결국 달구는 철창신세가 되어 어디론가 끌려갔다.

 

 

 

여명이는 그날부터 온통 달구 생각뿐이다. 아버지는 그만 잊어버리라고 하지만 여명이는 그럴 수가 없다. 달구는 똑똑하기 때문에 절대 죽지 않았을 거라며 믿고 또 믿는다. 하지만 어떻게든 달구를 탈출시키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다. 그러다 동배에게서 달구의 위치를 듣게 된다. 일전에 학교에서 일본인 아이들에게 곤욕을 치를뻔한 동배를 도와준 적이 있던 여명은 그렇게 동배에게서 은혜를 되받은 것이다. 달구의 소식을 들은 여명이가 달구 구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반려견을 키우고 있기에 정말 가슴이 찡했다. 생각보다 잔인하게 아프지 않아서 다행스러웠고 세 아이의 우정에 따뜻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달구를 소재로 하였지만 이 책 한 권에 우리 민족이 받았던 고통이 함축되어 있어 아이들도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비록 전쟁이라는 고통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인간이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 느껴보게 되어 감동적이었다.

 

일본은 여전히 전쟁에 대한 어떠한 사과조차 없다. 최근 일본과의 사이가 냉랭한 것도 한몫했지만 일제시대에 관한 이야기는 더 분노하게 된다. 다시는 나라를 빼앗기는 굴욕적인 일이 있어서도 안되겠지만 특히 일본에게만큼은 더 큰소리치며 당당해질 수 있도록 국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더더욱 우리나라 역사를 잘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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