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징비록 - 역사가 던지는 뼈아픈 경고장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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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하면 주로 왕의 업적과 주변국과의 관계에 대해서 공부를 했고 붕당정치와 쇄국정책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학창시절에는 주로 유구한 역사를 가진 선비의 나라이자 동방 예의지국이라는 등의 좋은 면을 더 부각해서 배웠던 것 같다. 하지만 과거사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조선시대의 모습이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게다가 실질적으로 일본과 비교하면서 조목조목 다 까발려 놓은 걸 보니 더 기가 찰 노릇이다.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쉽게 말하자면 조선은 선비의 나라랍시고 실속없는 서원만 세워 이론 공부만 하다가 나라꼴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실전 따위는 개나 주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말만 늘어놓으며 서로 잘난 채만 했다. 당연히 바깥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이 될 리가 없다. 성리학을 너무나 중시한 탓에 다른 사상은 이단 취급을 했고 상업이나 과학 등을 천대 시 했다. 권력자들은 안정을 택하려고만 했으며 거대한 중국의 눈치만 보며 부국강병을 도모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1543년, 세상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 일본도 그에 맞춰 나라의 문을 열고 세계정세에 발맞춰가고 있을 때 조선은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죽어라 학문만 팠다. 그래서 일본은 흥했고 조선은 망했다. 역사 속에서는 늘 쎈 놈이 이겼다.

 

 

 

 

징비록이라 함은 다시 말해 반성문이다.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책이다. 그래서 위에서 간단히 언급한 모든 내용이 이 책 한 권에 상세히 기록이 되어 있다. 1543년을 기점으로 조선, 일본, 유럽의 정세를 한 번에 보여주며 한반도가 얼마나 한심하게 대처를 하였는지 뼈아프게 바라볼 수 있다.

 

유럽은 대항해 시대가 열렸고 피비린내 나는 무차별 영토 확장이 시작되었다. 일본까지 찾아온 유럽인들을 일본은 기꺼이 문을 열어 주었다.

 

아무도 몰랐다. 레콩키스타가 유대인 추방으로 이어지고, 유대인으로부터 강탈한 돈으로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횡단하게 될 줄은. 아주 먼 훗날 엉뚱하게도 늪지대 가득한 소국 네델란드를 초강대국으로 만들더니

마침내 극동의 섬나라 일본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대국으로 만들게 될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다. 1543년까지는. -p.30

 

일본이 유럽에서 철포를 두 자루 구입할 때 조선은 서원을 세웠고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 이 얼마나 대비되는 상황인가. 고작 서원이라니....

 

일본이 사들인 철포 두 자루가 조선을 쑥대밭으로 만드리라고는 그 누구도 몰랐다. 서원을 세운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하겠지만 그 폐단은 정치였다. 정치 뒤에 부패권력이, 부패권력 뒤에 교육은 참담했다. 성리학이 나라를 망친 꼴이다. 일본이 철포 두 자루를 들고 연구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 동안 조선은 철포를 처박아두었다. 그 뒤 조선을 침략한 일본은 우리의 도자기 장인들을 납치해서 발전시킨다. 도자기 무역으로 짭짤하게 번 돈으로 군수산업에 투자해 세계정복을 꿈꿀 동안 우리는 철저히 쇄국정책만 고집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의 것조차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고 숨이 끊어진 것이다.

 

본질적인 원인은 조선 권력의 가면 뒤에 숨어 있다. -p.238

 

 

일본은 네덜란드와 독점 무역을 통해 나라 정세가 빠르게 변화한다. 자국민을 유학 보내 무엇이든 신문물을 배우게 한다. 일본이 발 빠르게 교류를 넓혀갈 동안 조선은 찾아오는 외국배도 내쫓고 더욱 폐쇄정책을 고집한다.

일본이 은으로 무역을 하며 돈을 벌 동안 조선은 금은 광산을 폐쇄하는 등 일본 경제가 탄탄해질 동안 조선 경제는 망해가고 있었다. 더 이상 일본이 조선을 찾지 않았던데는 더 배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개국, 목숨을 건 쇄국이었다.

 

 

 

나라가 변하기 위해서는 국민 의식이 변해야 한다. 일본이 개방정책을 펴서 서양문물을 흡수하기 바빴다면 조선은 한글을 창제하고도 서민들의 개화는 더뎠다. 글과 지식을 독점하고자 하던 지도자들로 인해 서민들은 책을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어려운 한자와 병행된 글을 읽을 수조차 없었다.

그에 반해 일본 지도자들은 지식을 대중과 공유했고 다양한 학문이 활성화되어 전문서적이 출간되고 대형서점도 생겨났다. 서점 없는 나라, 조선의 미래는 이미 예견된 불행의 길을 걷고 있었다.

 

고종집권당시 지식인들이 나섰음에도 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데는 무능한 왕과 무지한 민중 때문이었다. 기운을 다 빼버린 고종 때문에 분노한 민중의 목소리도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것이 500년 왕조의 적나라한 현실이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여전히 일본에 경제적으로 뒤지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지금 이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삼을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현 정세에 관심을 가지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길러야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내내 반성문만 쓰다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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