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명체로 산다는 것은 - 동물생태학자 사이 몽고메리와 동물들의 경이로운 교감의 기록
사이 몽고메리 지음, 레베카 그린 그림, 이보미 옮김 / 더숲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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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무수한 생명체 중에 우리는 정말 몇 종류밖에 알지 못하고 떠난다. 문득 인간이 외로운 건 인간만 알고 떠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연을 보며 느끼는 삶의 이치보다 동물을 보며 배우는 삶의 이치가 더 피부로 와닿는 이유는 그들과 함께하며 얻는 깨달음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저자의 경험담뿐 아니라 나의 경험담도 있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주저 없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나도 좋은 생명체로 살아가고 싶어서이다. 저자처럼 동물을 사랑해서 동물생태학자나 그쪽 분야의 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동물애호가이긴 하다. 내가 동물을 곁에 두는 이유도 그들에게서 얻는 즐거움과 행복의 양과 질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라면 내가 그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에게 온 것임을 알게 되었다. 성격이 완전히 다른 냥이 두 마리는 일이 고됨도 잊게 해 주고, 어항 속 금붕어 두 마리는 가끔 내게 멍 때릴 수 있는 휴식을 준다. 사람 곁을 싫어하던 업둥이 앵무새는 요즘 새 식구 말티와 친구가 되어 신기한 모습을 보여 주고, 천방지축 몰티즈 덕에 웃음이 끊일 날이 없다. 정말 이런 것들은 함께하지 않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것이 교감이기 때문에 더없이 소중하다. 그 속에는 이미 내 곁을 떠난 동물도 포함된다.

 

그래서 저자와 함께 한 동물들의 사연이 내게도 애틋하게 다가온다. 어린 시절 함께한 검둥개 몰리는 그녀의 인생 진로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된다. 그 덕에 다양한 생명체를 만날 수 있게 해 되었고 그녀를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된다. 한 번도 만나볼 수 없는 거대 새 에뮤나 캥거루, 타란툴라, 족제비를 보며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그녀 또한 자연 속에 동화되어간다. 그럼으로써 기다리며 유대감을 쌓아가는 것,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 진정한 생동감을 알아가는 것,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등을 동물들에게 배우게 된다.

 

저자의 경험 중에서 그녀가 보더콜리를 잃고 우울증에 빠졌을 때 꿈속에서 죽은 개가 나타나 입양할 개를 알려 준다. 이 무슨 황당한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나에게도 사고로 죽은 개가 다시 온 것만 같은 황당한 경험이 있어 공감한다. 세상에는 과학적으로 설명 못할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는 법이니까. 한편 그녀가 다음 개를 입양하는 과정을 보며 입양 절차가 까다롭고 체계적인 것으로 보아 동물보호법이 잘 되어 있는듯했다. 보호소 시설도 꽤 잘 되어 있는 있다는 사실도 참 부러웠다.

 

저자의 열세 마리 동물 중 문어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있다 문득 며칠 전 본 티브이 화면이 떠올랐다. 시아버님은 오직 한 채널만 보신다. 그래서 시댁을 가면 저녁시간 때 늘 동물 관련 프로를 보게 된다. 그제는 티브이 화면 가득 문어의 생태가 방영되고 있었다. 바닷속 동굴에서 본 문어의 눈(그렇게 문어 눈을 제대로 본건 처음이다), 그리고 알을 낳고 그 알을 돌보는 모습을 뚫어져라 보았었다. 책에는 그것 말고 문어가 사람을 인지하고 교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문어 종류도 250종이 넘는다고 한다. 어찌 보면 외계 생명체 같고 수많은 빨판과 끈적거리는 피부 때문에 친근감이 들지는 않지만 그들도 온몸으로 자신들의 감정과 기분을 표현한다는 점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그녀는 다른 종과의 교감은 우리의 영혼을 성장시킨다고 말한다. 확실히 나도 세월이 지날수록 체감하며 살고 있다. 예전에는 저자처럼 온전히 동물에게 내 시간을 할애하진 못했지만 요즘은 반려라는 의미를 잘 알겠다. 그리고 내가 해야 되는 것보다 그들이 나를 의지하고 지켜주는 것 같아 더 고맙다.

 

이제 우리 집에 온 지 두 달 반쯤 된 말티는 내가 쓰레기를 비우고 들어와도, 화장실을 갔다 와도, 오랜만에 본 것처럼 미친 듯이 반긴다. 그 모습을 보며 '넌 어쩜 매 순간이 새롭냐'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그 말을 하고 돌아서면서 그래, 나도 매 순간을 새로운 맘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런 것들이 내 영혼을 성장시키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무엇보다 인간이야말로 이 지구상에 좋은 생명체로 남아야 할 유일한 생명체일 텐데 망가져가는 지구와 사라져가는 생명체 소식에 안타깝다.

동물이 내게 준 교훈이 무어냐고 묻는 질문에 좋은 생명체로 살아가는 법이라고 멋진 답을 내놓은 저자처럼 많은 이들이 그런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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