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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로봇의 탈출 ㅣ 와일드 로봇 2
피터 브라운 지음, 엄혜숙 옮김 / 거북이북스 / 2019년 8월
평점 :
머지않은 이야기. 인간과 로봇이 공존할 세상, 그래서 로봇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그리 허무맹랑하게만은 들리지 않는다. 예전에 [내 정원의 로봇]을 읽으며 가슴 징 하던 느낌을 와일드 로봇에서 다시 한번 받았다.
전작 [와일드 로봇]을 건너뛴 채 후속 이야기를 먼저 보게 되었다. 로봇 로즈는 내가 생각한 로봇 그 이상이다. 동물의 언어를 깨우치고, 자연을 음미할 수 있으며, 인간을 속일 줄도 안다. 아 참! 아들도 있다. 기러기 아들. 놀랍지 않은가.
로즈가 인간과 다른 점이라면 아름다운 결함이 있는 것뿐이다. 로봇에게 결함이라고 하면 어떤 기능의 문제를 떠올리겠지만 로즈에게 있어 결함이라고 하면 감정을 가졌다는 것이다. 인간처럼 동정심과 연민 더 나아가 사랑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름답다는 형용사를 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로즈에게는 다행히도 미움과 시기, 질투, 증오, 싸움 등의 악한 감정들이 없다.
전작에서 로즈는 어떤 섬에 떨어지고 그곳에서 동물의 언어를 습득한다.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남은 새끼 기러기의 엄마가 되어 살던 로즈는 어느 날 레코 로봇의 습격을 받아 망가지고 만다. 그리고는 동물들이 어떤 비행선에 태워 보낸다. 여기까지가 전작의 얘기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그렇게 다시 고쳐진 로즈가 어느 농장의 일꾼으로 오게 되면서 향수병이 걸려 농장을 탈출한 이야기이다.
농장에서의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농장 주인도 친절했으며 남매는 착하고 사랑스럽다.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기에 소들도 로즈를 잘 따랐고 농장 주변의 풍경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로즈는 자신의 이런 결함이 발각될까 두렵고 무엇보다도 기러기 아들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섬에서의 시간이 로즈에게는 행복 그 이상이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로즈는 탈출을 결심하게 된다. 농장을 떠나는 것이 마음은 아프지만 자신의 자리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로즈는 자신이 세운 탈출 계획에 남매들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로봇의 이야기인 양 아이들에게 들려주게 된다. 로봇과 기러기, 이 둘의 신기한 관계에 관해서 말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기러기 무리들을 통해 퍼진 소문을 듣고 정말 아들이 찾아온 것이었다. 마침내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하게 된 로즈는 머나먼 길을 떠난다. 오로지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말이다. 아들이 안내하고 물어 물어 떠나는 여행길이지만 이미 그들에 관한 소문은 그들이 지나는 길목을 지켜주는 희망이 된다. 그리고 로즈는 강한 모성애로 사나운 늑대와 레코 로봇을 비껴나간다. 그러나 결국 전편처럼 망가져버린 순간이 또 찾아오게 되는데.... 과연 로즈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작가는 정말 따스한 동화를 쓰고 싶었나 보다. 로즈의 마음도, 로즈를 도와주던 동물들도, 그리고 마지막 로즈를 만든 박사까지도.
그리고 로즈는 말한다. 자신은 그저 남을 돕고 싶었다고.
“언젠가 야생 동물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제 목적은 그저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일지도 모른다고요.” -p.253
개그 프로에서 로봇으로 분장한 개그맨이 '나는 심장이 없어'를 부르던 장면이 떠오른다. 심장이 없을 거라고 여긴 로봇의 심장은 그 어떤 인간의 것보다 인간미가 넘친다. 하지만 SF 영화의 부작용일까. 로봇의 실용성은 분명 인간생활의 편리함을가져다 주겠지만 인간을 뛰어넘는 파워를 지닐까 두렵다. 그래서 나는 로즈가 감정을 지녔다고 했을 때 인간들처럼 이기적으로 변하지는 않아야 할 텐데라는 쓸데없는 걱정도 했다.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의 세계는 곧 우리의 미래가 된다. 우리에게도 늘 올바른 가치관과 인간존중이 필요하듯 훗날 로봇에게도 필요한 것이 될는지도 모른다. 와일드 로봇을 읽으며 공존, 공생, 그리고 각자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마음 등을 일깨울 수 있을 것이다. 한 권의 책이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잘 자라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