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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알마 ㅣ 그래요 책이 좋아요 4
모니카 로드리게스 지음, 에스테르 가르시아 그림, 김정하 옮김 / 풀빛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오늘 아침 지중해 바다 고무보트에서 한 남자가 구조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같이 탔던 사람들은 모두 죽고 혼자 살아남아 표류하다
발견된 남자였는데 뉴스를 보고 있으니 알마가 떠올랐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유를 찾아 바다에 몸을 맡겼으며,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을 바다가
삼켰을까. 그리고 그 남자는 곁에 있던 이들이 하나둘 사라져갈 때 얼마나 두려웠을까.
알마는 아프리카 난민 소녀다. 그녀는 가족과 뿔뿔이 흩어지고 (생사를 알 수 없다) 혼자 바다에서 구조되었다. 지중해 섬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바다가 밀어내는 사람들을 구조하거나 건져낸다. 처음의 두려움이 사라지고 일상의 익숙함을 다시 찾을 동안 검은 사람들은 계속
밀려왔다.
알마는 오토의 아버지에게 구조되었다. 오토의 아버지는 그녀를 눈물로 건져내었다. 오토의 아버지와 가족들은 알마를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어쩐지 오토는 싫은 기색이 역력하다. 자신의 방을 내준 것도,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모습도 다 싫다. 그냥 불편했기에
나가서 놀았고 알마에게 곁을 주지 않은 것뿐인데 나쁜 아이로 찍혀버린다. 속마음은 알마가 궁금하고 신경 쓰인다. 노란 원피스를 입은 알마가
예쁘단 생각을 한 것만 보아도 오토는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알마가 오기 전 섬에 먼저 도착했던 슐레만은 오토에게 자신의 부적을 준 적이 있다. 그런데 알마의 부적은 쓰레기 취급을 받고 버려지고
만다. 부적을 찾고 싶어 하는 알마, 부적을 가지고 있는 오토. 그래서 오토는 바지 주머니 안에서 부적을 만지작거리며 알마에게 건네줄 타이밍을
찾으려 한다. 그러다 알마가 두려움에 식탁 밑으로 숨어버렸을 때 부적을 목에 걸어주게 되는데 그때 신비한 기분을 경험한다. 부적은 아프리카와
알마를 상징하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게 하는 물건이다. 게다가 부적은 믿음에 힘을 실어준다. 그래서 나중에 오토와 알마는 나누어 가지게 된다.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오토가 느끼는 감정들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난민들에게 친절을 강요당할 수 없고, 그들을 무조건 다 받아들일 수도
없다. 일상의 안정을 깨뜨리는 순간에 많은 이들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오토가 자기방을 빼앗겼다고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도 있고,
나와는 생김새가 전혀 다른 이방인들에게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오토가 그 모든 과정을 보여주었다. 함께 지내며 서로를 이해하려 들면
얼마든지 어우러져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음을 말이다. 아프리카도 유럽도 다르지 않음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건 달라서 오는 거리감이 아니라 다르기에 더 좁혀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비록 오해가 쌓여 함께할 수는 없게 돼버렸지만 알마는 원망하지 않는다. 알마는 오토의 진심을 느꼈고 담았다.
오토의 부모님이 알마를 거두려 하셨을 때의 고마움이 오토의 잘못으로 깨지는 순간 화가 나기도 했지만 오토가 알마의 손을 다시
잡고 오토의 방으로 데리고 왔을 땐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다시 혼자 남겨진 알마를 생각하니 너무나 가여웠지만 알마는 낯선 곳에서의 따뜻한 환대를, 오토와의 기억이 오래도록 의지가 될
것이다.
여전히 실상을 들여다보면 난민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편견이라는 장벽에 막혀 외면당하고 소외받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탈출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다. 부디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건진 이들만이라도 진정한 자유를 느끼며 살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난민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알마의 아픔과 슬픔을 잘 공감하며 마음이 성장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