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짝이 양말 웅진책마을 100
황지영 지음, 정진희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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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이 다른 양말을 신어본 적이 있었나? 나는 짝이 다른 양말을 신어본 적도 없고 딸도 그런 편이다. 왠지 짝이 다른 양말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게 되고 또 칠칠맞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는 짝짝이 양말을 신고 집을 나선다.

 

하나는 새 학기부터 늦잠을 잤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부모님은 하나를 챙길 여유가 없다. 부랴부랴 일어났긴 했지만 어라! 양말이 죄다 짝짝이뿐이다. 학교에 늦을 것만 같아 어쩔 수 없이 짝짝이 양말을 신고 나서는데 기분이 영 별로다.(그래도 짝짝이로 신고 나서다니 성격 쿨하네.ㅎ)

 

 

 

 

이 책은 단짝으로 지내던 친구 사이에 다른 친구가 끼어들게 되면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잘 묘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단짝이라는 관계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단짝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칫 여러 관계에 눈을 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 좋은 교훈이 될 것 같았다.

 

강하나와 승주는 4학년 내내 단짝이었다. 운 좋게도 5학년이 돼서도 승주와 같은 반이 되고 하나는 당연히 승주와 쭉 함께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둘 사이에 유리가 끼어들게 된다. 아침에 등교만 서둘렀더라도 승주 옆자리에 앉았을 텐데 이 모든 게 짝짝이 양말 때문인 것 같다.

 

새침데기에 질투 많은 유리는 모범생 승주에게 들러붙어 하나가 끼어들지 못하게 방어막을 친다. 하나는 여우 같은 유리뿐 아니라 모질게 말 못 하는 승주도 원망스럽다. 짝 없이 어정쩡해져 버린 하나는 그렇게 승주 곁에 있지 못하고 혼자 앉게 되지만 다행히 일학년 때부터 장난치며 친하게 지낸 정균이가 하나를 은근슬쩍 챙긴다.

 

그러나 단짝 없는 학교생활이 재미있을 리가 없다. 자신과 쿵작이 맞는 이가 없으니 더 위축되고 결국 외톨이처럼 혼자 다니게 된다. 쿨한 척 혼자도 괜찮다고 위안 삼으며. 그런데 그런 하나에게도 구세주(?)가 등장했으니 바로 새로 오신 담임선생님이었다.

 

 

 

담임 선생님의 등장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이다. 젊은 여선생님의 놀라운 패션 감각과 자유분방해 보이는 성격은 여태껏 보아온 선생님의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 규율과 규칙이 있는 단체에서는 좋게 비칠 리가 없다. 그런 선생님과 하나는 어딘가 모르게 조금 닮아 있는듯하다. 하나는 자신을 보는듯한 선생님의 시선을 느끼게 되고 선생님과 친해지게 된다.

 

 

 

 

계속 승주와 유리가 거슬리지만 혼자서 지내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학교 수련회 때문에 우울해진다. 버스를 탈 때도, 방 배정을 받은 때도 짝이나 조로 움직여야 한다. 단체생활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하나의 상황에서는 전부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래서였을까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짝짓기 놀이 같은 건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물론 막춤을 춘 뒤라 자신감이 더해지긴 했지만.

 

조를 짜는 과정에서 민망하고 자신감이 없어진 하나는 선생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승주와 유리와 같은 조가 된다. 수련회 날 들고 갈 트렁크부터 꼬이고 유리의 질투와 따돌림에 수련회가 즐거울 리 없다. 그래서였을까 장난으로 시작한 베개 놀이에서 하나는 유리를 제대로 한방 먹이기에 이른다. 친구들과의 사이가 점점 나빠져 만 가는 하나는 단짝이었던 승주와 다시 함께 할 수 있을까.

 

내 아이도 5학년이다. 그래서인지 딸아이의 친구관계를 떠올려 보며 읽었다. 딸은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하나처럼 승주 바라기는 아니다. 언젠가 넌 단짝이 없냐고 물어보니 친구 이름을 줄줄이 비엔나처럼 읊어댄다. 아직 단짝의 개념을 모르는 건지 아님 정말 죽이 맞는 친구가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그게 다행스러워 보인다.

 

우정은 소유하는 게 아니다. 연인 사이처럼 둘만의 관계도 아니다. 유리는 승주와 하나 사이에 끼어든 것처럼 보였지만 승주의 말대로 유리의 상황을 조금 이해하려 했다면 하나가 그렇게 마음을 다치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일방적인 따돌림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 너는 자세가 틀렸어. 좋아하는 인형을 뽑는 게 아니야. 뽑기 좋은 위치에 있는 인형을 뽑는 거지.”라는 정균의 말에 나의 가치관도 흔들렸다.

 

 

마지막에 아이들 사진과 그림을 걸어놓고 하나가 가졌던 생각들이나 승주가 유리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자 자신이 잘못 바라본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면서 단짝이나 우정에 대한 생각이 바로 잡힐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장기 자랑에서 유리의 의도를 파악하고 제대로 한방 먹이는 장면은 속이 후련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정균이의 마음이 참으로 따뜻하고 예쁘다.

 

하나처럼 씩씩하고 쿨한 친구도 단짝과의 관계 때문에 상처를 받는데 소심한 아이들은 짝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다. 위축되고 상처받은 마음이 부정적인 씨앗을 틔울 수도 있다. 그러니 이 이야기를 통해 친구들과의 관계도 넓게 보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처지가 짝 잃은 짝짝이 양말 같다고 여겼지만 오히려 짝짝이라서 얻을 수 있는 장점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왜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그래? 가 아닌 짝짝이면 좀 어때!라는 생각을 가져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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