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여름 - 여름 가을 겨울 봄 그리고 마음그림책
아르기로 피피니 지음, 이리스 사마르치 그림, 신유나 옮김 / 옐로스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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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람과 함께 한다. 비어있는 집은 금세 망가진다.

사람의 손때와 온기가 머물러야 집은 진정 집으로써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 책은 우선 일러스트가 미치도록 아름답다. 왜냐하면 다채로운 색감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리스 사마르치는 그리스 IBBY 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고 2014년 아너 리스트에도 오른 그리스의 대표 그림 작가라고 한다.)

집이 주는 아늑함과 안정감에 마음이 포근해지는 건 그것이 집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빈 도화지에 자주 등장하던 그림도 집이었다. 집은 그리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반영하기도 한다.

물론 내 아이들도 집을 많이도 그렸다. 심지어 벽면 가득 아파트를 그리는 아들 녀석 때문에 한바탕 웃던 기억도 있다.

층층마다 창을 다 그려 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집요함이란.ㅋ

 

 

 

 

이 책의 화자는 빈집이다. 물론 그 집도 사랑과 온기가 머물렀던 곳이었다.

그러나 하나 둘 사람이 떠나간 빈집은 쓸쓸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심지어 고양이조차도 새끼를 낳지 않는다. 정원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그나마 그 집을 지키고 있는 건 사과나무뿐이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자연은 일정한 패턴으로 순환한다. 사계절의 변화에 모든 생명이 발을 맞추어 호흡한다.

겨울이 있는 이유도, 눈이 내리는 이유도, 찬란한 봄을 위함임을 인간의 삶 속에서 깨닫게 된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인간의 삶도 소멸과 탄생을 반복한다. 계절이 물 흐르듯 지나는 동안 누구는 떠나가고 또 떠나온다.

 

그러던 어느 여름 날, 빈집에 다시 기회가 온다.

새로운 기운을 품고 다시 활기를 찾을 기회가.

 

 

 

집은 엄마가 창을 닦고 아빠가 채소를 심어주어 좋았고 커튼이 바람에 춤을 추고 자장가 소리가 들려 좋았다.

무엇보다 집은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사랑했고 아이가 벽지에 그리는 그림들에도 행복해한다.

집은 그 답례로 아이에게 사과를 선물한다.

페이지의 맨 앞장과 뒷장의 사과 그림이 달라진 걸 발견한다면 그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는 다락방에서 오래된 물건을 발견한다. 그것은 집의 추억이자 역사였다.

꽁꽁 숨겨져있던 물건들이 나오자 과거와 현재가 잘 어우러져 공존하고 있는듯하다.

누군가의 사과나무가 이젠 새로운 가족을 만난 것처럼.

가족은 여름을 바쁘게 보내고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는다. 그리고 봄이 되자 예쁘게 집단장도 한다.

집은 예전의 모습보다 더 아름다워져서 정말 행복하다.

 

그렇게 또다시 찾아온 두 번의 기회.

집은 다시 피어난다. 사람들의 온기와 행복으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채로운 색감이 입혀져서 집은 그야말로 화려한 드레스를 걸친듯하다.

예전부터 그림동화를 좋아했지만 어떤 그림들은 잔상이 오래도록 남기도 한다.

 

이야기는 단순히 빈집에 사람이 들어와 온기가 채워지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집이라는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각자의 공간을 지키고 가꾸는 것부터 머무는 그 자리에 애정을 가지고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지금 나는 얼마큼 잘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우리 주위에 버려진 빈집처럼 쓸쓸한 곳은 없는지 돌아보며 서로의 공간을 밝게 채워가는 노력도 필요하겠다.

 

지금은 그곳에 살지 않지만 몇 년 전에 큰아이의 생일 기념으로 심은 사과나무가 떠올랐다.

그 친구도 다른 누군가에게 사과를 주며 행복해하고 있겠구나를 떠올리니 흐뭇하지만 아쉬움도 밀려온다.

 

언젠가 다시 사과나무를 심을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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