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블루스
마이클 푸어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는 마치 치약처럼 세상 속으로 다시 쥐어짜졌다. -p. 108

 

이 책이 묻는 물음은 하나이다.

다시 산다면 지금보다 더 완벽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상어는 그 순간을, 아니 매 순간을 살았다.

그렇게 해서 심지어 아무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바다를 통에 자기가 나아갈 길을 명상하며 감각과 평화의 완벽한 평정 속에서 살아갔다. -p.10~11

 

마일로는 이제 곧 죽게 된다. 그는 이미 9,995번을 죽었다. 그는 완벽한 삶을 위해 나름 현자의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100살 노인의 병문안을 가서 그녀에게 연민도 느껴주고 사람들의 인생 상담도 한다. 하지만 마일로는 또 죽는다. 완벽한 자연의 섭리를 지켜나가고 있는 상어의 밤참으로~~~

 

이야기는 마일로가 상어 밥이 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첫 장면부터 짧은 블랙코미디 한편을 본 듯하다. 총 27장으로 구성이 된 마일로의 환생 이야기는 괴팍스럽다. 미래의 어느 지점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도통 뭔 상황인지 감이 잘 안 오기도 한다.( 난 겨울태생이라 난 한여름밤 독서가 힘들다. 이거 원 글자들이 그냥 머릿속에서 녹아내리고 상상력조차 가동이 안된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어디라고 콕 집지는 못하겠다.ㅎ) 빠져들고 있었다. 그의 만 번째 뒤의 완벽한 인생이 궁금해서.

 

마일로는 죽었다 다시 태어나기를 9,995번이나 한 영혼이다. 그는 완벽한 삶을 위해 죽고, 죽고, 또 죽는다.

좋아. 망쳤으면 어때. 언제나 다음 생이 있는걸. -p.37

하지만 완벽한 삶을 위해 이전의 기억을 모두 떠안은 채 다시 태어난다. 그렇게 기억을 떠안고 태어나다 보니 어리시절은 영특함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수많은 감정을 배웠다.

그중 나름의 불쾌감이라면 그가 9,995번의 죽음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수없이 죽어도(목이 잘리고, 목이 졸리고, 몸이 반으로 절단되어 타 죽고, 가스실에서 죽고, 깔려 죽고, 타서 죽고, 찔려 죽고, 총에 맞고, 말에서 떨어져 죽고, 폭파되 죽고, .....)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다음 생을 위해 만족할 수밖에 없다.

 

누가 뭐라든 간에 인간은 흙에서 태어난 게 아니다 인간은 물에서 태어났고,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강처럼 죽으면 다시 물로 돌아간다. -p.30

 

죽음의 신인 수지가 그를 데려다 놓으면 사후세계에 몇 분을 머물다 그는 다시 태어난다. 다시 태어나야 하는 것도 운명이다. 그리고 전생의 인생을 숙고하고 검토한 뒤 다음 생의 운명이 결정지어진다. 철기시대 때는 입을 잘못 놀려 메기로 환생하기도 한고 미래 어느 지점에서는 벌레로 태어나기도 하고 또 어느 시대에서는 일본에서 토끼로 살기도 한다.)

 

그에게 만 번의 인생을 준 이들은 모든 인생을 통해 배우고 성장에서 결국은 완벽해진다고 믿는다. 언뜻 생각해보면 그럴듯하다. 마일로도 그래서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삶에 충실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을 위해 살아야(전생에 보살로 지냈던 한 소는 굶주린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몸뚱이를 내놓는 위대한 희생을 치른다.) 하는 건지 헷갈린다. 그런 그에게 수지는 사랑에 대해 언급한다. 하지만 그는 사랑보다 완벽한 삶을 위해서는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도 모자란다고 여기자 완벽한 스승을 찾기도 한다.

 

수지는 죽음을 거두어들이는 일에 지쳤다. 그녀는 향초 가게를 하며 조용히 살고 싶어 한다. 그녀는 마일로는 수많은 죽음을 거두어들이다 그의 고통에 연민과 사랑의 감정이 생긴다. 마일로는 완벽한 삶에서 충족돼야 할 사랑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한다. 지나온 삶에서의 자신을 현자로 만들어줄 사랑이 존재했었나를 떠올려본다. 하지만 그는 완벽한 삶이란 순간을 그대로 만끽해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아주뒤늦게 말이다.

 

책 말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은 남자가 딱 한 번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다시 삶을 살며 지난 삶에서의 두려움을 모두 극복한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남자는 이전의 기분보다 더 우울해진다. 두려움을 극복했지만 그는 다시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이전의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던 그때의 자신을 책망한 채 끝내야 한다.

즉 인간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한 만족감을 맛보지 못하고 무언가를 아쉬워하고 후회한다. 그렇기에 애초에 완벽한 삶 자체를 꿈꾸는 것이 무의미할는지도 모른다. 제 아무리 지금의 실패를 발판삼아 다음 생을 산다고 해서 다음 생이 완벽할 수 없다. 우리네 삶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현재를 만끽하는 삶이야말로 나름의 완벽한 삶이 아닐까.

어쩌면 그가 산 첫 번째 삶이 그에게서 가장 완벽한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환생이라는 단어를 보며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이란 책이 떠올랐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무려 열다섯 번이나 태어난다는 점은 다르나 이전의 기억을 가진 채 태어난다는 설정은 같다. 그 책을 읽고서도 언급했지만 모든 걸 다 기억하는 주인공의 삶이 힘들어 보였다. 마일로를 보며 그때의 감정을 또 느꼈다.

 

그렇다면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

죽음? 완벽한 삶?

글쎄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오늘이 아닐까.

유일하게 공평한 것이라면 누구에게나 삶의 기회는 한 번뿐이다. 그래서 그냥 오늘을 다시 산다는 마음으로 살면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마일로는 수지와의 삶을 택한다. 그걸 보면서 죽음, 시간, 사랑 이 세 가지 속성중 어쩌면 사랑만이 우리를 완전하게 해 주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난 이 책을 읽는 동안 탈무드를 읽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블랙코미디답게 웃기는 장면도 많다.

마일로가 또 죽고 나서 "보나 마나, 또 조충 같은 거로 태어나겠네요."라는 장면뿐 아니라

이 책의 마지막 장면! 은 진짜.ㅋㅋㅋ

 

마일로: 당신이 자랑스러워. 수지.

수지: 응?

마일로: 당신이 자랑스러워.

수지: 괜찮아, 여보. 나도 당신이 지겨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