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샴푸 검은달 3
김민정 지음, 마영신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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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딱 읽기 좋은 책을 만났다. 책 표지만 보면 머리를 길게 풀어헤친 여자가 문을 열고 나올 것만 같다. 으흐흐~~ 그래서 공포물을 좋아하는 딸에게 이거다 싶었다. 역시 아이들은 무서워하면서도 공포물에 반응이 최고다.

 

귀신 샴푸는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던 친구가 외모보다 자신의 장점에 더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다. 외모지상주의가 심각한 요즘 외모로 인해 주눅 들고 상처받는 이들이 꽤 많다. 단순히 사춘기 시절 거쳐가는 과정이라면 다행이지만 사회 분위기가 그렇지 못하다 보니 외모뿐 아니라 다양한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사람들이 서로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회생 불가 곱슬머리를 가진 주아는 머리 때문에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주아는 동네 미용실까지 메모를 해 두어 스트레이트파마를 잘 하는 곳으로만 갈 정도다.

이미 헤어스타일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이나 친구들의 말 한마디에 언제나 날을 세우게 되고 자신감도 없고 주눅이 들어 있다. 주변 사람들의 별 뜻 없는 한마디를 모두 곱슬머리와 연관 지으며 불쾌해한다. 즉 주아는 자신의 단점보다 타인의 시선에 더 신경을 쓰다 보니 자신이 정말 잘 하는 것마저 자신 있게 내세우지 못한다.

 

학교 장기 자랑에서도 하고 싶었던 댄스팀 대신 개그팀에 들어가게 되어 더 속상하다. 긴 머리를 찰랑거리는 댄스팀 멤버에 끼어들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주아는 동생 수아와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 상점에서 못 보던 미용실을 보게 된다. 동네 미용실을 섭렵하고 있던 주아는 자신의 수첩에 이 미용실 정보가 없는 걸 의아해한다. 귀 뷰티헤어라는 가게 이름뿐 아니라 분위기도 꽤 음산하다. 온통 검은색 인테리어에 초는 또 무엇? 게다가 예약 손님들의 시간을 보니 죄다 늦은 시각이다. 어쨌든 무언가에 홀린 듯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미용실 주인의 분위기도 이상 야릇하다. 나 같으면 자리를 뜨고도 남았겠지만 주아는 스트레이트파마를 해 달라고 떼를 쓴다. 사자머리 때문에 겁도 달아나버렸나 보다. 그렇게 다짜고짜 떼를 쓰자 미용실 주인은 귀신 샴푸로 머리를 감겨준다. 평소 불만투성이인 주아에게 음산한 기운이 넘치기 때문에 이 정도 양은 괜찮을 거라는 말과 함께.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그 다음날 주아의 머리가 거짓말처럼 찰랑대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학교에서는 자신감이 폭발하기에 이른다. 개그팀을 버리고 댄스팀에 합류하여 자신의 댄스 실력을 맘껏 뽐내게 된다. 그렇게 한번 샴푸의 효능을 알아버린 주아는 다시 미용실을 찾게 되고 샴푸를 팔라는 요구를 거절당하자 훔치기에 이른다. 샴푸뿐 아니라 미백 크림까지 말이다. 많이 쓰면 더 예뻐질 거라는 생각에 듬뿍 사용한 주아는 찰랑거리는 머리와 허연 얼굴로 친구들에게 나타나지만 친구들의 반응이 예상과는 다르다. 게다가 이상한 여자가 자꾸 따라다니는 기분을 느낀다. 점점 주아는 공포심에 사로잡히게 되어 훔친 물건들을 돌려주려 미용실을 다시 찾는다. 그곳에서 미용실에 대한 진실을 듣게 되고는 경악한다.

 

 

 

외모 콤플렉스가 없는 이들이 어디 있을까. 특히 외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시점이 되면 아이들은 부쩍 예민해진다. 딸아이도 요즘 외모에 치중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고 다리가 짧고 굵은 것 같다느니, 손톱이 안 예뻐서 우울하다는 둥 볼멘소리를 수시로 해댄다. 그럴 때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은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으며 자신 있는 부분에 더 치중하라는 뻔한 위로를 하는 수밖에는 없다. 알잖는가. 누구나 단점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는걸.

 

주아는 그런 콤플렉스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으로 어두운 기운이 넘쳤다. 반면 똑같은 사자머리를 가진 동생 수아는 언제나 해맑았다. 밝은 기운이 넘치는 동생 덕에 주아는 귀신의 괴롭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자신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다. 주아처럼 정말 자신 있어 하던 것마저 못하게 된다. 자신이 잘 하는 것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단점도 덮혀진다. 자존감은 외면이 아닌 내면을 키워야 함을 이야기 속에서 배울 수 있었다.

 

'한 부분만 계속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안 좋은 점만 눈에 띈다.

하지만 멀리서 전체를 보면 그건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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