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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 -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요리사였다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김현철 옮김 / 노마드 / 2019년 7월
평점 :

요리도 머리가 좋아야 잘 한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보면 그 말에 확신이 든다.
레오나르도는 식도락가였다. 미술작품으로만 알고 있었던 이들이라면 오잉? 할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직접 요리를 개발하고 만들지는 않았지만 요리를 향한 관심도는 그 누구보다 전문가였음이 보인다. 스파게티의 원조가 그였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오잉! 했으니 말이다.
자신이 고안한 기계를 이용해 반죽을 실처럼 길게 뽑아 적당한 길이로 잘라 끓는 물에 삶는다. 바로 스파게티다. 레오나르도가 붙인 이름이 재미있다. '스파고 만지아빌레' '먹을 수 있는 끈'이다. -p.65~66
요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요리 노트를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은 그 당시의 음식문화였다. 그런데 그 당시 요리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종달새 혓바닥은 뭐며 살아 있는 개똥지빠귀라니....
지금은 흔하지만 감자와 토마토가 알려지지 않은 시대가 있었다는 문장을 읽고 나니 감자와 토마토가 재철인 지금이 귀하게 여겨진다.
어린 시절 외롭게 지내던 그에게 의붓아버지는 단것에 대한 취미와 요리에 대한 열정을 전수시킨다. 그의 요리에 대한 열정은 누군가가 막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넘쳐흘렀다.
그림을 의뢰받았지만 요리가 좋아던 그는 주방을 기웃거린다. 나름의 시도는 늘 열정만 과하다. 실험적 요리는 외면받기 일쑤고 주방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두뇌를 써보지만 그것도 시원찮다. 레오나르도가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열정을 쏟는 만큼 그림도 그렸다. 하지만 그가 힘든 주방 일을 덜기 위해 제작한 발명품(호두 까는 기계, 냅킨 건조대, 소를 잡는 기구, 개구리 잡는 기구, 자동구이 장치, 스파게티 면발을 뽑는 기계, 심지어 무료함을 위해 만든 반자동 북 등)들은 계속 사고를 일으키고 심지어 누군가 희생당하기도 한다.
그가 사고를 칠 때마다 그를 캔버스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의뢰받은 최후의 만찬도 그러한 결과물이다. 만찬 하니 그가 당연히 반색을 보였을 것 같다.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상위의 음식에 신경을 쏟느라 정작 그려야 할 인물들은 뒷전이었다고 한다. 대신 그림을 완성하는 동안 실컷 먹고 마시며 요리에 일가견을 얻게 되었다니 최후의 만찬에 식탁을 유심히 다시 들여다보아야겠다.

반면 그가 발명한 기계들이 죄다 사고뭉치는 아니었다. 전쟁 때 쓰이며 톡톡한 공을 세우기도 하고 훗날 공장에서 응용되어 쓰이기도 한다.
그의 노트에 기록된 이상적인 주방에 관한 내용을 보면 마치 지금의 백종원 같은 철저함이 느껴진다. 요리를 위한 기본적인 자세를 중시한 점은 물론이고 주방 책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도 주목할만하다. 특이한 점이라면 케익의 구조 때문에 건축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노트에는 각종 레시피, 식물의 효능뿐 아니라 식사예절, 생활의 지혜, 환자를 위한 요리 등 다양한 내용이 있다.
그런데 노트에 쓰인 다양한 레시피를 읽고 있자니 불편함이 밀려온다. 이건 뭐 엽기 요리다. 공작새 구이(이건 과정이 좀 잔인하다), 닭 볏 요리, 새끼 양 불알 요리, 양머리 케이크, 올챙이 요리, 온갖 발가락 모둠 요리, 목동을 위한 케이크(양을 화덕으로 유인해 산 채로 굽는다) 등을 보니 그 시대에는 정말 못 먹는 게 없었나 보다. 지금 보면 완전 동물 학대 수준이다.
그렇다고 죄다 이런 음식들만 있는 건 아니다. 리틀 포레스트를 보며 아카시아 튀김의 맛이 궁금했었는데 노트에서도 꽃튀김도 있고 양배추잼도 있다.
그 외에도 그 시절 다이어트를 신경 썼었다는 것과 오이 마사지로 피부관리를 한 것, 매일 먹으면 좋을 음식 중에 개구리 뒷다리가 있다는 것(이건 친구가 증명을 하다 6개월 뒤 사망한다), 파리를 내쫓는데 요긴한 것이 후추물이라는 것, 포도주를 적당히 희석하지 않고 마셨을경우 부작용, 수면장애에 시달린다면 상추즙을 마셔보는것도 좋을것이라는 등의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프랑스왕마저 그를 탐내어 곁에 둘 정도였지만 스파게티 비법만큼은 온 세상을 위해 절대 알려주지 않을 정도로 고집이 있었다. 자신의 포도밭을 개인 요리사와 제자에게 나누어 준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요리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요리 노트를 보며 열정과 애정을 느꼈다. 나도 주방에서만큼은 좀 더 에너지를 쏟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