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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벌레 나가신다! ㅣ 아이스토리빌 38
신채연 지음, 김유대 그림 / 밝은미래 / 2019년 6월
평점 :

아이들의 책을 보고 나면 마음공부를 다시 하고 있는 듯 새롭다. 아이들에게는 도덕을 중요시하고 공감력을 강조하면서 정작 어른들은 그런 마음과 비껴가면서 살고 있는 듯 해서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당연히 한결같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요즘은 삐뚤어진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눈에 비친 단면만 보거나 편향적인 정보에 치우쳐 쉽게 결론을 내리고 믿어버린다. 외모만으로, 사는 정도로, 옷차림으로 심지어는 피부색이나 국적 등으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 우리가 그렇게 갖는 생각들이 편견이라는 것도 모른 채 자라나 어른이 되어서는 더 심각한 경계를 만들며 살아간다.
세상은 이미 가까워져 있지만 차별과 편견의 뿌리는 자꾸만 자라난다. 왜 우린 알면서도 뽑아 버리지 않는 것일까.

이 이야기는 초등 저학년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인종에 대해, 그리고 거짓 정보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오해와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다문화시대로 인해 요즘은 같은 반 친구 중에 피부색이 다른 친구들을 쉽게 보게 된다. 하지만 잘 지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이 책에서는 그런 친구의 겉모습이 아닌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의미를 전한다. 머릿니 소동으로 인해 자연스레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는 점이 무척 재미있었다.
오봉이는 친구들과 파자마를 계획하고 있다. (파자마는 친구들과 집에서 모여 하룻밤 자면서 노는 것인데 나도 아이들 파자마를 무진장했던 터라 우리 집은 늘 하숙집을 방불케했다.~~^^) 그런데 정말 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오봉이의 머리에 머릿니가 생긴 것이다. 친구들에게 거짓 핑계로 파자마는 연기하였지만 문제는 금세 반 아이들에게 소문이 퍼진 것이다. 머릿니를 향한 아이들의 공포가 그림에서 진하게 풍겨온다.ㅋ

오봉이네 반에는 피부색이 다른 친구 미노란 아이가 있다. 얼굴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미노는 늘 혼자다. 하지만 미노는 크게 주눅 들어 하지 않는 모습이다. 워낙에 그런 반응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놀림에 반응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재미없어서 포기한다는 말에 내가 다 울컥한다. 수업 시간에 얄밉게 미노 주위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망신을 주려 하지만 미노는 끄덕도 없다.

오봉이는 이제 외톨이가 되었다. 급식시간에도 아무도 곁에 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오봉이 앞에 미노가 다가와 위로의 손을 내민다. 오봉이는 평소 미노의 얼굴이 까매서 더럽다고 생각하고는 싫은 내색을 하지만 외톨이가 되어보니 미노의 심정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오봉이는 그런 친구들이 얄미워서 친구들을 골탕 먹일 계획을 짜게 된다. 미노와 함께 말이다.
오봉이가 짠 작전이 진짜 얄밉게 웃긴다. 과연 잘 성공해서 오봉이의 섭섭한 마음이 풀어지게 될까.
중요한 건 이제 둘은 외톨이란 코드로 뭉쳤으나 어느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가 된다. 벌레까지 나누면서 말이다.ㅋㅋ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아야만 그 심정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 서서 바라보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공감력은 그런 자세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타인의 겉모습만으로 그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는 것도 옳지 않은 것임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