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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나무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58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9년 5월
평점 :

여러분이 인정하는 것보다 우리 나무가 훨씬 더 흥미진진한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p.26
나무는 인간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세상과 함께 했다. 그들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땅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공생하는 법을 안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인간과 함께 하면서 인간에게 많은 것을 내어주었다. 그렇게 나무는 인간을 위해 희생하고, 그늘이 되어주고, 쉼터가 되어주고, 신성한 의미를 지니기도 하며 그 곁에 있어왔다.
우리나라에도 마을 입구에 오래된 나무를 신성시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그런 나무를 보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 오랜 시간을 견딘 나무는 역사의 혼을 품고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수많은 이들에게 위안이 되어준 나무를 함부로 대한다면 불행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무가 들려주는 소리가 고작 나뭇잎의 속삭임뿐이라고 해도 나무에게 마음을 내어주면 나무는 애정을 드러낸다. 이는 그러한 믿음만 있다면 느낄 수 있다. 식물도 인간의 감정에 반응한다는 사실은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졌지 않은가.
저자는 소원나무 레드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과 자연의 공생뿐 아니라 다문화 사회를 이슈화하여 더불어 잘 사는 세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참나무 레드는 216년이란 시간을 지나는 동안 인간들에게 소원나무라 불리며 함께 지내왔다. 그리고 레드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 친구들에게도 집이 되어주고 먹이를 주고 놀이터가 되어주며 함께 지내 왔다. 소원의 날 만큼은 인간들은 나무에게 한없이 애정을 드러낸다. 레드를 보고 있자니 그 애정이 좀 과해 보이기도 한다.~~^^

사건의 발단은 마을에 사마르의 가족이 이사를 오고 나서 시작된다. 당시 각국은 테러로 인해 이민족에 대한 반발심이 커져만 가고 있었기에 이슬람교인 사마르 가족은 미국 사회에서 온전히 환영받지 못한다.
그래서 늘 혼자인 사마르의 소원은 친구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경계하는 눈빛은 더 강렬해지고 소원의 날 누군가가 레드의 몸에
“떠나라”라는 글자를 새기자 문제가 커지게 된다.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음식, 서로 다른 관습, 그게 우리의 이웃이었다.
자유분방하고, 복잡하며 각양각색인 이웃, 으뜸 중의 으뜸인 정원처럼. -p.62
인간들은 이해불가다. 216년을 산 레드의 말이다. 레드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모습은 좀처럼 종잡을 수가 없다. 서로 잘 어울리다가도 금방 벽을 세운다. 추잡한 소문은 금세 퍼지고 정작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레드를 베어버리기로 하자 레드는 더 이상 인내심을 참아내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해서는 안 될 일, 인간들에게 말을 걸면 안 된다는 규율을 깨트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두 친구에게 말을 건다.
“가지 마.”
레드가 말을 건 뒤 두 친구는 레드를 살리기 위해 애를 쓰고 이는 불편했던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도 된다. 그 과정에서 레드의 친구 까마귀 봉고와 레드의 이웃인 동물 친구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꼭 우리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자연은 이처럼 인간들을 위한 삶의 교과서이다. 작든 크든 공동체를 이루어나가는데 피부색, 생김새, 종교, 국적, 나이 등이 서로를 배척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보려거든 제대로 들여다보아야 한다.
인간이 소망 없이는 살 수 없듯이 레드가 없어짐으로 해서 사라져버리는 것들도 생각해야 한다.
이처럼 레드는 두 친구에게 우정을 선물했고 두 친구는 레드에게 계속된 삶을 선물했다. 나무가 자신을 베어버리려던 인간을 끝까지 지켜주고자 했던 모습을 보며 인간은 더 부끄러워하고 어리석음을 깨우쳐야 한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가지 마세요”라는 말처럼 따뜻한 온기가 필요하겠다.
이 나무는 이 자리를 지킬 거란다. 네 가족도 그랬으면 좋겠구나. -p.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