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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불렀어 ㅣ 생각숲 상상바다 8
이금이 지음, 최명숙 그림 / 해와나무 / 2019년 5월
평점 :

가정의 달 5월, 이 책은 5월의 마지막 날 만난 책으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단면만 보기 쉬운 아이들에게 나와 다른 이웃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의 폭을 넓혀 볼 수 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할머니와 살고 있는 동준이는 자신의 환경이 저 너머 아파트에서 사는 아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가야만 하는 처지가 싫다. 그러나 동준이는 다친 할머니를 더 힘들게 할 수 없다는 걸 알 정도로 심성이 깊다. 그렇게 남들 눈에 띄고 싶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조금 놀란다.
동준은 누군가 자신을 불렀다는 것과 그것이 같은 반 친구 혜나라는 두 가지 사실에 기분이 새롭다. 여태껏 받아보지 못한 관심에 혜나의 입김마저도 몽실몽실 사랑스럽게 보일 만큼 설렘을 느낀다. 그렇게 혜나를 좋아하게 되지만 방학 교실 담당 선생님을 좋아하는듯한 혜나의 모습에 심통이 나고 만다.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동준이처럼 자신감도 없고 존재감이 결여된 이들에게는 함께라는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래서 동준이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이들에게 신경을 쓰게 된다. 혜나를 향한 관심은 동준을 좀 더 적극적인 아이로 변하게 한다.
꿈을 그리고 발표하는 시간. 동준이는 초라한 자신을 드러내는 것만 같아 창피해서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 남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무시당할까 두렵다. 그러나 혜나의 뜻밖의 고백에 용기를 얻고 친구들 앞에서 당당히 자신의 꿈과 포부를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혜나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인해 엉뚱한 방향으로 화살을 날리기 시작한다.

가족 구성원의 빈자리만큼 동준이의 마음 한편 도 늘 주눅이 들어있다. 방학이지만 학교를 가야 하는 신세라고 여기는 것부터 자신의 꿈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애정을 향한 질투를 보면 동준이가 느끼는 박탈감이나 빈곤감에 마음이 쓰리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 준 그날부터 동준이는 조금씩 달라진다. 선생님을 향했던 오해의 끈이 슬슬 풀어지는 과정을 보며 학생을 향한 선생님의 애정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한 지붕 아래 살아도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요즘 같은 세상에 이웃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심해보게 된다. 축구공을 안고 홀로 쓸쓸히 걷던 동준이는 선생님의 관심 덕에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가족의 형태나 생활환경의 차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우리는 주변을 돌아볼 겨를 없이 살아간다. 행복과 불행의 잣대는 제각각일 수밖에 없지만 각자의 주어진 환경을 서로 보듬어주며 이해하려는 포용력을 키워가야 한다. 세상은 결코 나 혼자만 잘 살 수 없다.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니겠지만 동준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의 모습과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 의미를 찾아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