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을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신라 경주 10대들을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김경후 지음, 이윤희 그림, 유홍준 원작 / 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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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줄 수 있을까. 이것은 나뿐 아니라 주변 엄마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마다 답사여행을 다녀도 돌아오는 반응이라고는 무덤이랑 절은 그만 가고 싶다는 말과 막상 가더라도 부모가 지식이 부족해서 사진만 찍다 오는 경우가 태반이니 제대로 된 답사가 될 수 없다. 해야 할 것은 많고 볼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우리의 문화유산까지 돌아볼 겨를이 없는 것이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나도 그랬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역사 공부는 해도 문화재의 멋을 모르고 지나친다는 건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도 모르는 것이고 더 나아가 우리 문화의 위대함뿐 아니라 민족의 자긍심마저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독자의 전화를 받았던 일화를 털어놓는다. 그분은 다짜고짜 타국의 문화가 훨씬 좋아 보이는데 대체 우리 문화 어디가 그렇게 훌륭하냐며 따져 묻는다. 눈으로만 보면 화려하고 웅장하고 멋진 문화재가 어디 한두 개이랴. 저자는 확고하게 대답한다. 굳이 타국의 문화와 비교하면서 스스로 비참해할 필요가 무어냐고. 그리고는 당당하게 우리가 자랑할만한 유산을 몇 가지 내놓으며 설득한다.

난 이 일화를 읽으면서 부끄러웠다. 나도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문화재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애국심이 커지듯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도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작년에 그분의 강연회를 다녀오고 나서는 부쩍 더 한국 곳곳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결심도 했었다.

 

 

 

 

 

이 책은 문화유산답사기 중 문화재의 보고인 경주 편이다. 답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경주요, 아이들 역사 탐방으로 많은 이들이 찾은 곳이기도 하다. 심지어 몇몇 맘 맞는 엄마들은 아이들끼리 체험학습으로 2박 3일을 둘러보고 온다고도 한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는 얘기다.

 

천년의 세월을 견디고 있는 경주의 문화재 중 선덕여왕 시절의 유산부터 시작하여 경주의 석탑을 살피고 에밀레종, 석굴암, 불국사의 탄생 기와 수난에 대해 알아보는 것으로 1편은 끝이 난다. 하지만 이 한 권으로 문화재의 궁금증도 많이 해소가 되고 우리 문화재의 진정한 가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원효대사의 일화를 보며 부처의 가르침을 알게 될 것이고, 황룡사의 건축 기간뿐 아니라 황룡사 구층 목탑의 유래가 나라를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더욱 그 위엄이 전해질 것이다. 또한 첨성대의 구조에 얽힌 정교함, 에밀레종의 종소리에 숨겨진 비밀, 석굴암의 건축기술과 본존불의 미를 통해 석공의 재주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스페인의 대성당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도 건축기술의 정교함에 감탄했었는데 오래전 그들의 지혜에 놀랄 따름이다. 특히 석굴암이 일제에 의해 망가진 후 그 뒤로도 제대로 된 복원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제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했어도 신라인의 지혜를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반면 문화재가 전쟁으로 불타고 일제시대 때 도난당하고 약탈당하는 것도 모자라 제멋대로 보수공사에 더 망가지는 과정을 보며 참담한 기분도 느낄 것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이겠냐마는 인류가 이루어온 문화재를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지금도 문화재 반환을 위해 애쓰고 계신 분들뿐 아니라 개인의 사비를 털어서라도 문화재 보존에 애쓰시는 분들의 일화를 보며 감동을 받았다. 더 많은 이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는 길뿐이다.

 

재작년에 불국사를 방문하고 석굴암을 못 보고 돌아왔다며 너무나 아쉬워하던 지인이 떠오른다. 공사 중이라 볼 수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는데 아마 보고 왔더라도 아쉬워했을 것 같다. 지인은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잘 아는 분이다. 그런 분이 유리창 너머로는 본존불의 감동을 전해 받기 어렵지 않았을까. 나도 다시 불국사를 찾게 되면 불국사의 독특한 구조에 더 관심을 두고 보아야겠다. 연화교 연꽃무늬, 대웅전 돌계단의 측면, 석가탑 탑 날개 등 마치 보물을 찾듯 꼼꼼히 살펴보고 싶다.

 

 

 

 

 

저자가 말하듯 문화유산의 가치를 잘 알기 위해서는 좋은 선생님과 함께하는 것이 좋다.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이 책은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고 문화재의 가치를 일깨우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보다 먼저 읽어보았는데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으며 아이들의 관심도를 끌어낼 수 있는 이슈들도 적절히 연결 지어놓았다. 특히 문화재의 탄생 배경뿐 아니라 문화재가 소실되고 약탈되는 등 수난을 당했던 과정을 읽으며 안타까움과 동시에 소중함도 느끼게 된다.

 

그러고 보니 영재발굴단에서 보았던 문화유산 신동이 떠올랐다. 우리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세계 각지로 흩어져 있는 문화재를 조사하고 훗날 꼭 찾아올 포부까지 드러낸 그 아이를 보며 내가 다 뿌듯했으니 말이다. 그 아이가 잘 성장해서 우리 문화재의 지킴이로 꼭 활약하길 기대해 본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정답인 것 같다. 문화재에 얽힌 이야기를 읽고 나니 이젠 제대로 된 답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한 제자처럼 아이들도 돌덩이가 뭐라고 말하는듯한 그 느낌을 경험하는 날이 오길 바라면서 2권으로 넘어가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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