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들이 참 좋았습니다 - 따뜻한 아랫목 같은 기억들
초록담쟁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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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갈래머리를 한 소녀와 검은 고양이의 뒷모습이 익숙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내가 초록 담쟁이님의 그림을 처음 보고 반한 것도 그 뒷모습이었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하고 제일 처음 구매한 스티커가 초록 담쟁이님의 스티커였다. 검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 더 좋아할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스티커를 보면 마냥 행복해졌다. 스티커에서만 보고 그녀의 작품들을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그림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반가웠다.

 

저자는 그리움 때문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시골에서의 생활이,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꼈던 산골 작은 마을이, 그런 것들이 너무나 그리워 그림으로 하나 둘 일기처럼 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추억이 녹아 있어서인지 따스하고 행복하다. 특히 그림 속에서 고양이의 역할이 두드러져 더욱 시선이 간다.

 

그녀의 그림 속에는 누군가의 삶이, 또는 나의 옛 기억이 있다. 그래서 오늘도 쉼표를 찍고 그림들을 넘기면서 위안을 얻었다.

자연을 온몸으로 느낀 저자의 작품들에 온 마음이 반응한다. 마치 동화 속에 있는 듯, 그리고 내가 그림의 소녀가 된 것 마냥 설렌다.

사계를 다양한 소재로 담아내어 무심히 바쁘게 보내버렸던 계절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좀 더 계절 안에서 쉬어가며 즐길 줄 아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첫 페이지부터 내가 여름이면 늘 상상하던 그림이 펼쳐졌다. 여름이면 늘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서 한 잠자고 싶다고 말하던 그 모습 말이다.

마당에선 닭이 놀고 개와 고양이도 함께 널브러진 여름의 일상. 곧 미래가 될 나의 일상을 그림으로 만나서 반가웠다.

여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봉숭아 물들이기, 원두막에서 수박 먹기, 공포영화 보며 더위 식히기, 시원한 바다, 초록빛 세상, 소나기 등 그림을 보며 곧 다가올 여름을 향한 알찬 계획도 그려보았다. 공포의 무더위가 우릴 기다려도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가을은 차 한 잔과 독서가 가장 떠오른다. 하지만 담쟁이덩굴이 늘어진 담벼락과 단풍과 자작나무, 갈대에 마음이 설레어 자꾸만 집 밖을 나서게 된다. 시골의 가을은 분주하지만 풍경만큼은 넉넉하다. 시골에서는 수확의 계절이자 아이들에게는 소풍의 계절인 가을. 차분하고 깊어진 공기에 생각마저도 그렇게 되는 계절이라 그림들이 더 정감 어리다. 역시 가을은 마음도 풍성해진다.

 

 

 

 

겨울은 그리움의 계절이다. 온기가 그립고, 누군가가 그립고, 첫눈이 그립고, 봄이 그리운 계절이다.

시골집은 겨울나기로 분주하고 눈이 내리면 풍경도 고요하게 겨울잠을 자는 듯하다. 털실, 동백꽃, 군고구마, 크리스마스, 따뜻한 코코아, 난로 등의 소재로 겨울을 다시 떠올리니 냥이와 담요를 덮고 겨울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에 빠졌다.

 

봄은 다시 깨어나는 계절이다. 새롭게 피어나는 어린잎들과 팡팡 터트리는 꽃망울에 몸도 마음도 새로워진다.

겨울잠을 자던 정신을 깨우고 봄맞이를 하자 봄 준비로 바빠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봄바람이 상큼한 여린 잎 냄새를 실어 오면 봄 노래를 들으며 꽃구경을 나서야 될 것만 같다.

 

뭐니 뭐니 해도 나를 사로잡은 그림은 고양이들이 대거 등장한 숨바꼭질이다. 장독대 위아래에서 편히 볕을 쬐고 있는 냥이들의 한가로움에 내 미래의 마당 풍경을 그려보니 마음이 흐뭇해진다.

 

마냥 오늘의 한 페이지가 한 장의 그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핑크빛 같지만은 않은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좋은 추억들이 아닐까.

더불어 그런 추억을 떠올리는 그림을 보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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