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닉의 홍차 가게
임태리 지음, 오승만 그림 / 키큰도토리(어진교육)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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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닉은 랩을 좋아하는 엉뚱 발랄 소녀다. 그러나 홍차가게주인인 모닉의 할머니는 더 엉뚱 발랄한 슈퍼우먼이다. 이 둘은 아담한 홍차 가게를 운영하며 지내고 있는데 문제는 남의 땅에 허가를 받지 않고 운영 중이었다. 그래서 돈독 오른 알랭 사장은 홍차 가게를 밀고 돈 되는 건물을 지을 계획으로 막대한 비용을 기한 내에 지불하라는 명령서를 들이민다.

 

그러나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집안의 전설을 실행할 때가 되었다며 나무 아래에서 상자 하나를 찾아낸다. 보물이라도 나올 줄 알았던 상자에서 발견된 건 낡은 책 한 권. 그리고 ‘25643년 동안 [ ]을 지키는 [ ] 띠’라는 아리쏭한 문장과 '북쪽 끝으로'라는 문장 외엔 어떠한 단서도 없다. 결국 단서를 찾기 위해 짐을 챙겨 떠난다. 급한 대로 알랭 사장의 경비행기를 타고서 말이다.

 

화가 난 알랭 사장은 홍차 가게로 달려가고 그곳에서 의문의 책을 발견한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알랭 사장은 모닉과 할머니가 보물을 찾으러 간 것은 아닐까 하고 따라나선다. 그렇게 따라붙은 알랭 사장을 따돌린 모닉과 할머니는 검은 숲에 떨어진다. 그리고 그곳에서 거미 마녀를 만나게 되고 뜻밖의 힌트를 얻게 된다.

 

사라진 글자의 단서를 찾는 과정이 꽤나 험악하다. 왜냐하면 그곳은 나쁜 대마왕이 마녀들을 지배하고 통제하며 악랄한 짓을 일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화롭던 마녀들의 세상을 대마왕이 망쳐놓은 것이다.

 

 

 

 

그러나 모닉과 할머니에게 그런 것쯤은 두렵지 않다. 악당도 내 편으로 만드는 뛰어난 재주뿐 아니라 정말 혼내주어야 할 놈들은 가차 없이 때려눕히기도 한다. 모닉과 할머니를 괴롭히던 알랭 사장뿐아니라 모닉과 할머니의 도움을 받은 화산 괴물과 거미 마녀도 함께 힘을 모으게 된다.

 

모닉의 홍차 가게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이 보기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옛것이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들은 거대 자본가들로 인해 점차 설자리를 잃어간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편리함을 중시하는데도 불구하고 삶의 여유가 없다. 차 한 잔의 여유조차 없는 삶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그래서 대마왕은 마녀들에게서 그런 여유를 빼앗는다. 게다가 대마왕은 마녀들을 통제하기 위해 경쟁을 붙이는 방법을 써먹는다. 일등을 위해 친구도 죽이는 무서운 짓도 정당화시키며 마녀들을 조종한다. 서로 감시하고 감시당하는 세상, 도덕적 가치관이 파괴된 세상에서 마녀들은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다.

 

모닉과 할머니는 홍차 가게를 지키기 위해 모험을 떠났지만 마녀들의 세상을 제자리로 돌려놓음으로써 더 뜻깊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마녀들에게 차 한 잔의 여유를 만들어주던 중요한 인물을 구한 것이다.

 

이렇듯 살아가는 데 있어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보고 우리 곁에 무엇이 함께 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지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모닉의 홍차 가게처럼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에서 위안이 되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벌써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지 않은가.

 

요즘은 랩이 대세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랩을 즐겨 듣는다. 하고픈 말을 랩으로 쏟아내면 꽤 스트레스가 풀린다. 그래서 나도 랩을 좋아하는데 모닉의 랩을 딸아이가 따라 부르는 모습이 으찌나 웃기던지.ㅎㅎ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랩과 채팅창 등 아이들의 문화를 잘 반영한 구성이 돋보인다. 마지막 채팅창에서 작가와 등장인물의 대화를 읽어보면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어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가볍지만은 않은 소재를 흥미로운 사건과 전개로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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