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세 아이 이야기 미래주니어노블 2
앨런 그라츠 지음, 공민희 옮김 / 밝은미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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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지냈다. 그리고 가끔 걱정하는 척만 한 것 같다.

가끔 뉴스에서 난민 소식을 들을 때면 가슴만 아파했지 실질적으로 그들이 얼마나 지옥 같은 시간을 버티고 있는지 보려 하지 않았다. 나 하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지구 반대편의 삶을 외면했다. 지금이라도 다시 지구촌 사람들에게 관심의 눈을 뜰 수 있어 다행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어 먼저 읽게 되었다. 난민 이야기는 독서평설 시사코너에서 실린 글을 함께 읽은 적이 있지만 나치 시절 유대인의 고통이나 쿠바의 정치적 상황 등은 잘 모르기 때문에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일깨우고 싶었다. 책 속 세 아이의 삶은 또래가 읽으면서 느끼는 바가 더 많을 것 같고 어떻게 하면 세계인들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해 볼 수 있어 좋을듯했다.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되었다고 한다.

1938년의 독일에 살던 열두 살 유대인 소년, 조셉.

1994년 쿠바에 살던 열한 살 소녀, 이자벨.

2015년 시리아의 알레포에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년, 마흐무드.

이 세 아이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며 흘러가다 다시 이어지게 되면서 슬픔은 감동이 되고 절망은 희망이 된다.

 

이들은 전쟁과 내전 그리고 정치적 이유로 난민이 되어 머나먼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나치를 피해, 정부군을 피해, 자유를 위해 떠나는 목숨 건 여정이 그야말로 지옥이다. 나치를 피해 쿠바로 향하지만 어디에도 내리지 못하고 배 위에서 떠도는 유대인 가족, 내전을 피해 미국 땅으로 향하지만 배가 점점 가라앉기 시작한 시리아 가족, 독재를 피해 총알이 날아드는 길 위를 지나 독일로 향하는 쿠바 가족. 그들이 원하는 건 오직 하나였다. 지금 우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하게 누리는 자유 말이다.

 

비록 세 아이는 어렸지만 두려움보다 용기가 앞섰다. 때론 어른보다 더 적극적으로 상황에 대처했고 망설임도 없었다. 연료를 사기 위해 트럼펫을 팔고, 나치에게 끌려갔다 온 후 정신줄을 놓아버린 아빠에게 뺨을 때리기도 하고, 길 위에서 길 가던 차를 세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더구나 정신줄을 놓아버린 아빠를 대신해 부쩍 어른스러운 행동을 보이던 조셉은 자신을 희생하고 동생을 살리는 행동으로 결국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나치 시절 유대인 학살도 끔찍하고 가슴 아프지만 난민 문제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의 고통이기에 더 가슴 아프다. 난민의 삶은 일분일초가 절박하다. 위험한 순간과 열악한 환경은 언제 그들의 삶을 빼앗을지 알 수 없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큰 두려움은 외면일 것이다. 마흐무드가 타인에게 느끼는 이질감과 조셉이 독일인에게 느꼈던 경멸의 눈빛에서 나는 극한 두려움과 외로움을 느꼈다. 타인의 고통에 점점 무감각해져 가는 것만 같아 앞으로 인류의 모습이 걱정스럽기도 했다.

 

 

지구촌의 슬픈 이면을 공감하는 데 있어 뉴스보다 이야기의 힘이 더 세다. 아이들에게는 터키 해안가에서 죽은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의 뉴스보다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지구촌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를 자아낸다. 세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와 사랑, 자유의 소중함 등 많은 것들을 느껴보고 더 나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지도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외면하면 그만큼 세상은 더 각박해진다. 여전히 난민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다. 아직도 어딘가에서 배가 뒤집히고 트럭 짐칸에서 질식사를 하거나 공습으로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이들이 비일비재하다. 뺏기지 않으려는 이들보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이들의 분노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더 큰 충돌을 불러온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다. 각자의 삶이 그 자리에서 빛을 낼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인류애를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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