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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의 역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ㅣ 누구나 교양 시리즈 3
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 장혜경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2월
평점 :

예전에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고 인간은 왜 끊임없이 전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일까로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책부터 시작한 물음은 몇 권의 철학 책을 뒤적거려도 여전했으며 전쟁 서적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전쟁은 그것의 크든 작든 길든 짧든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 개인의 삶을 망가뜨리고 자연을 황폐화한다. 전쟁은 승자와 패자도 없이 모든 인류가 끝나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그렇게 전쟁을 치르면서도 인류는 여전히 살아남았고 엄청난 문명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곳곳에서 전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제는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테러가 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삶의 가치보다는 이념이나 이권다툼에 눈먼 자들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나라와 집을 잃고 떠돈다. 대량살상무기들은 날로 업그레이드되고 있어 인류는 버튼 하나면 언제든 끝장날 수도 있다. 그것만 보아도 과연 인류에게 평화는 올 것인가?라는 물음에 회의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동안 전쟁 서적을 멀리했건만 독일인의 관점으로 바라본 전쟁과 평화의 역사는 어떨까 하는 생각에 다시 펼쳤다. 전쟁의 역사는 보는 시각에 따라 천차만별이기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 마련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한 시간보다 약탈과 파괴의 시간이 더 많았던 인류에게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단순히 전쟁의 역사를 객관적으로만 다루고 있지 않다. 인류가 전쟁과 함께 지나온 발자취에 저자의 주관이 더해져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전쟁을 왜 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역사상 가장 끔찍하고 처참했던 피의 역사를 소개한다. 전쟁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찾고 그 과정과 결과를 냉철하게 바라봄으로써 인류의 미래까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다. 전쟁의 역사를 되짚는 동안 저자처럼 참담이란 단어보다 더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철학자 칸트는, 전쟁은 전쟁으로 죽는 사람보다 더 많은 수의 나쁜 인간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p.134
인간의 원래부터 폭력적일까. 이에 대한 것으로 인간의 습성을 자연과 동물, 남성과 여성의 특성을 비교하며 그 원인을 찾으려 한다. 투쟁과 살생은 자연적 본능이지만 약탈과 파괴는 인간만이 지닌 본성이다. 또한 공격성과 권력욕은 주로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두드러진다. 전쟁놀이를 즐기고 것도 모자라 전쟁을 미화하기도 한다. 군인에게 주어진 복종이라는 규율과 명예라는 훈장들은 전쟁의 부당함을 잊게 한다. 최근에는 게임으로 인해 폭력성이 둔화되고 연민과 죄의식 등의 가치관이 사라지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전쟁은 절대 놀이가 될 수 없으며 삶의 일부가 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전쟁의 역사에서 돌아보면 제일 많이 일어난 갈등의 원인은 종교였다. 종교는 전쟁을 부추기도 앞장섰다. 사랑과 평화의 이면에 도사린 신을 위한 욕망은 수많은 전쟁을 거듭하게 된다. 신은 우리편이다라는 절대적 믿음과 유일신 외 다른 신을 인정하지 않는 교리로 인해 지금도 여전히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십자군 전쟁, 30년 전쟁을 돌아보며 종교가 정치적 이유와 결탁하였을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 수 있다. 싸우는 동안 이미 종교는 그 본질이 사라지고 만다. 30년 전쟁만 보아도 나라들이 확실히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서로 패권을 쥐기 위해 옥신각신한 싸움이었다. 평화를 위한 종교가 전쟁을 부추긴 참 아이러니한 결과다.
계몽주의가 도래하자 전쟁의 양상도 조금 바뀐다. 전술과 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들여다보며 전쟁의 의도적 정치활동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있다. 어찌 되었든 전쟁은 목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그 결과에 대해 단언할 수도 없다.
그의 명언 대로 "전쟁은 다른 수단을 이용한 정치의 연속이다." p.135
인류의 신대륙의 발견과 상공업의 발달은 수많은 식민지 전쟁을 일으켰고 곧 그것은 인종 전쟁으로 나타났다. 전쟁은 이전보다 더 잔혹하고 비겁해진다. 큰 사건으로 중국의 티베트 정복과 스페인과 포르투칼의 아메리카 대륙 정복을 들고 있는데 발견의 이면에는 엄청난 약탈과 살육이 벌어졌다. 엄청난 노예들이 사고 팔리며 강대국들의 배를 불리는 동안 식민지는 인간학 살의 무대였고 신무기를 테스트하는 장소였다.
전쟁은 늘 두 개의 얼굴을 가진다. 여기서는 파괴하고 저기서는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p.218
민족주의로 시작된 세계대전은 그야말로 전면전이다. 민간 학살에 대한 죄의식은 사라지고 말살정책이 벌어진다. 무기 발달은 대량학살로 이어졌고 군인들은 그런 기계 앞에 살생에 무뎌진다. 전쟁은 그렇게 야만성을 드러내며 괴물이 되어갔다. 그릇된 믿음은 집단적 광기를 바탕으로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을 낳았다. 히틀러라는 괴물을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이들이 지지하고 동조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사상의 무서움에 몸서리쳐진다.

세계대전의 끔찍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 뒤 각 나라는 내전으로 몸살을 앓는다. 내전과 테러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끔찍하다. 이해의 충돌은 어린아이 할 것 없이 살인을 저지른다. 인류가 유한한 삶의 중요성 따위는 잊은지 오래된듯하다. 그렇다면 이 책의 마지막 장인 인류의 평화는 가능한 것일까. 저자도 내용이 부실함을 우려하며 시작하지만 전쟁의 참혹함 속에 숨겨진 진실은 오직 하나다. 평화를 지켜나가는 것! 인간의 야만성과 욕심은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전쟁의 두려움이 더 크다. 그런 점에서 평화를 위해서 남성보다 여성이 더 지휘해야 함을 내세우는 점도 일리가 있다.
길었던 전쟁의 역사를 바탕으로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더 자라날 수 있다면 이 한 권의 책만으로도 얼마든지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일독하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