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김은상 지음 / 멘토프레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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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내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듯한 삶에서 무언가를 계속 잃어간다면 나란 존재의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부정하고 싶을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존재의 이유를 일깨워주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특별해진다. 허구의 세계지만 존재에 담긴 무한한 애정은 그 슬픔을 충분히 덮고도 남는다.

 

눈을 마주하고 체온을 나누며 곁을 내어주는 사이가 되면 제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그때가, 그 순간이 깊게 남는 법이다. 나도 두 마리 냥이와 삼 년 남짓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데다 작년에 3개월 정도를 함께하다 떠나버린 앵무새가 있었기에 그 애틋함을 잘 안다. 3개월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델마가 '나'의 삶에 문장으로 남은 것처럼 말이다.

 

실제 작가의 삶 속을 살다 떠난 델마였기에 자전적 소설인 줄 알았다. 소설의 '나'도 작가처럼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지만 고양이와 영역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그런 사이가 되기까지 '나'의 드러난 삶이 너무나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그래서 자신의 영역을 찾아다니는 길고양이에게 마음이 쓰였을지도.

 

'아'와 '어'는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아'가 '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어린 시절은 그런 상상 따위 지니기가 쉽지 않았고 사랑의 끝자락에서 위태로운 시절을 지난다. 부모님은 '아'와 '어'처럼 각자의 인생을 살았고 '나'는 '아'도 '어'도 아닌 주체성을 잃은 존재로 성장한다. 외롭고 나약한 존재였던 그에게 델마는 그의 존재의 이유를 느끼게 해준 존재다. 서서히 천천히 자신과 영역을 공유하는 고양이 델마에게서 그는 과거를 보았고 현재를 위안 삼는다. 델마가 짧게나마 자신의 영역에서 산 삶이 나비 같던 경화와 떠나버린 엄마의 모습 이자 '나'의 모습만 같아 쓸쓸하다.

 

 

 

 

양이가 누군가의 무릎에 앉는다는 건 자신의 생명을 맡긴다는 뜻과 같아.


 

서툴러서 서로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사이들과 이미 나비처럼 날아가 버린 이들이 간절히 원한 건 존재의 이유를 찾는 것이었다. 고양이의 습성이 역설적으로 인간의 삶에 대비되고 있어서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이들이라면 문장 곳곳에서 진한 애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도중 뜬금없이 고양이가 무릎 위로 내려온다거나 안아달라며 가슴 쪽으로 몸을 붙일 때면 나도 그들의 무한한 사랑에 가슴이 뜨거워질 때가 있다. 비록 모호한 해석이 만들어내는 세상이지만 내가 고양이가 되어갈 수도 있음을 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양이에게 있어 나는 주인이 아니라 집사 자리가 더 좋다. 가끔 자신의 영역을 내어주지 않아 섭섭할 때도 있지만 그래서 더 애틋한 사이가 되는 것 같다.

 

작가는 말미에 내가 만난 모든 고양이는 나의 첫사랑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 말을 곱씹다 보니 작년 일이 떠올랐다. 친구들과 놀던 큰 아이가 뛰쳐들어와 다 죽어가는 아기 고양이가 있다고 했다. 부랴부랴 뛰쳐나가보니 눈도 뜨지 못하고 늘어져 있는 새끼 고양이가 있었고 무작정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가쁜 숨을 겨우 내쉬고 있던 녀석이 진찰을 하려고 청진기를 갖다 대자 가르릉 가르릉 소리를 어찌나 크게 내던지.... 의사선생님은 숨쉬기도 힘든 녀석이 가르릉 소리를 이렇게 크게 내는 걸 보니 분명 기분이 좋은가 보다 했다. 하지만 녀석은 이미 파보에 감염된 상태였고 결국 입원한지 몇 시간 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눈도 뜨지 못하던 녀석의 가르릉 소리가 가슴 깊이 남에서였을까. 상자 겉면에서 느껴지는 녀석의 온기에 뜨거운 눈물이 계속 차올랐던 기억이 있다. 첫사랑의 감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벅찬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며칠 전부터 밥을 챙겨주던 길냥이 두 마리가 있다. 노랑이 녀석은 여전히 밥 달라고 울다 밥만 먹고 가버리는 반면 웅웅 소리를 내는 검은 녀석은 드디어 경계심을 늦추고 사무실 안으로 발을 들였다. 내심 주저앉으면 곤란한데 하면서도 마음을 내어주는 게 고마울 지경이다. 무심히 걷다 겨울을 이겨내고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고양이들을 보면 그렇게 안도감을 느낄 수가 없다. 우리네 삶도 그런 안도감을 자주 마주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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