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너는 노땡큐 - 세상에 대들 용기 없는 사람이 뒤돌아 날리는 메롱
이윤용 지음 / 수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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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라는 건 물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물건들이 늘어나듯 주위 인간관계의 폭도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불필요한 물건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어수선하고 피곤해지듯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그런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에 시달리게 된다.

 

실컷 두들겨맞고 반창고를 붙여도 쉬이 낫지 않는 게 감정인데 관계에 있어 기준이란 늘 모호하고 예측 불가능한 인생은 늘 시행착오를 동반한다. 하지만 감정도 미니멀리즘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관계는 불필요한 상황들을 불러오고 불필요한 감정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미 그러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제는 대청소를 할 때다. 버릴 것과 보관할 것을 잘 정리해야 한다.

 

이 책은 라디오 작가의 다양한 경험담에 근거하여 감정과 상황 정리하는 노하우를 공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읽다 보니 대부분이 나의 경험담인듯하고 가까운 이들의 사연 같다. 읽다 보면 그때 저렇게 할 걸 하는 순간부터 나도 바보같이 저랬었지라는 순간뿐 아니라 나도 다른 이에게 저렇게 행동한 적은 없었나를 돌아보게 된다.

 

살아보지도, 겪어보지도 않은 일에 유연하게 대처하기란 어렵다. 그렇다고 뜨거운 물에 일부로 손을 넣어서 데여볼 필요까진 없겠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덜 상처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특히 타인을 유독 신경 쓰거나 배려가 많은 타입이 대인관계를 힘들어한다. 당시의 껄끄러움을 피하고자 참는 일이 일상이 되면 결국 남는 건 마음의 상처다.

 

 

 

 

[위로, 그 쉬운 말 한마디]편을 읽다 보니 얼마 전에 나도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다. 남편이 저녁 운동을 나갔다 들어오면서 커피 한 잔을 건넸다. 별생각 없이 입으로 가져가다 커피 뚜껑에 쓰인 문장에 울컥하고 만 것이다. 그날따라 몸이 천근만근이었는데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위로는 천 원짜리 테이크아웃의 가치를 몇 배의 감동으로 전해주고 있었다.

 

자나 깨나 사람 조심에 꺼진 관계도 다시 살펴야 하지만 이제는 다치기 전에 미리 끌줄도 알아야 하고 관계에 있어 무던함도 배워야 한다. 누군가 나를 시험하려 들 때 내 주관대로 답을 내놓아야 다시 시험대에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정말 땡큐 하지 않은 인간과 상황을 과감히 쓰레기통에 버림으로써 마음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읽다가 [구남친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편에서 '미친놈 4종 세트'(자니? / 잘 지내지? /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 보고 싶다)를 보며 혼자 낄낄거리고 있으니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초등 딸내미가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같이 빵 터지다 이런 놈은 절대 상종하지 말 것을 일러두기도 했다.

 

결국 삶을 유연하게 사는 방법은 감정 소모에 지나치게 애쓰지 않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무게감을 덜어내고 타인을 향한 시선에도 편견을 버려야 하며 다른 이의 기준에 나를 줄 세우지 말고 나를 더 신뢰하고 믿어야 한다. 타고난 나의 기질을 계속 탓하는 것보다 그냥 다독이고, 당장의 손해를 훗날의 이득으로 생각하며, 순간의 난관을 낙담으로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이다.

 

남의 떡이 커 봤자 살찌기만 더 하겠는가. 그러므로 떡의 크기를 비교할 것이 아니라 떡의 맛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맛의 기준도 주관적이라 결국 내 주관의 기준점을 잘 세워야 한다. 나무도 가치기를 해 주어야 더 잘 자라듯 관계도 적당한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노년에 이르러 정작 내 주변에 남게 될 인간관계에 더 마음을 써야 하지 않을까.

 

[나이 탓일까] 편에서 나이 들었다며 탓하는 순간을 돌아보면 들기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으니 원래 그런 사람임을 인정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나이들면서 는 것이라면 욕뿐이라는 농담에 공감했는데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철판도 두꺼워지는 것 같다. 이왕 두꺼워지는 거 정말 '너나 잘 하세요'라는 소리를 목구멍에 걸어두지 않고 과감히 내뱉은 뒤 심장 벌렁거리지 않을 수 있는 강단이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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