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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평점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최초 우주인 선발과정을 다루고 있다. 2008년 4월, 대한민국은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고 그걸 지켜보는 나도 뿌듯한 마음을 지녔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러나 그 사건은 '260억 원짜리 이벤트성 항공 우주 사업'이라는 타이틀의 제목과 함께 엄청난 비난을 불러왔다. 그 당시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대중들은 무능한 정부의 혈세 낭비에 화를 풀 수밖에 없었으리라.
저자는 한때 우주인 선발 과정을 지켜보았고 어느 탈락자의 퇴장에서 사람들의 살아가는 과정을 그려낼 힘을 얻게 된다. 패배의 눈물에 마음이 쓰이듯 저자는 소설을 통해 삶에 숨을 불어넣고자 했다.
생태보호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이진우는 우연히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선발 공고를 발견한다. 그가 늘 동경하던 우주, 그리고 우주에서 해 볼 실험 리스트는 그가 반드시 우주인이 되어야 할 이유였다. 그렇게 지원하고 여러 테스트 과정을 넘나들며 최종 후보에 들게 된다. 러시아에서 본격적으로 최종 일인이 될 자를 선발하는 과정은 더 처절하다. 이진우 외 다른 세 명의 후보자들은 저마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 자리까지 왔고 그렇게 꿈에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열정의 최고치를 갱신하고자 하는 이들은 오직 한 번뿐인 기회들을 두고 때론 동지로, 때론 경쟁자로 돌변하면서 한 단계씩 뚫고 나간다. 그러나 마지막 관문에서 큰 위기에 봉착하고 만다. 이진우의 갈등과 고뇌의 무게를 같이 떠안고 있자니 이런 경쟁 따위는 벗어던지고 싶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소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결과보다 선발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수많은 경쟁자들을 뚫고 올라선 그들이 진정한 우주인이 되기 위해 거쳐야 되는 관문이 너무나 험난해 보인다. 테스트하는 장면이 너무나 생생해서 작가가 진짜 해 보신 게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으니 말이다. 네 명의 후보들은 타지에서 의지하고 믿음도 드러내며 동료애를 만들어 가다가도 어느 순간 예민해지며 경쟁심으로 인한 불안감과 질투로 인해 무력감과 씁쓸함에 빠지기도 한다. 각자가 지닌 능력만큼이나 꿈의 이유도 간절해 보여 과연 누가 될지 예측할 수 없다. 들었다 놨다 하는 상황에 승자보다 나머지 탈락자들의 아픔이 더 신경 쓰였다. 연민이 발동하자 승자보다 승자의 됨됨이를 지닌 우주 같은 마음 씀씀이에 울컥한다. 그렇듯 작가는 결과보다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두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고 일인자들의 삶만 부각되는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그만큼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지만 그런 순간일지라도 넘치는 자만심을 밀어두고 뒤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끌어안거나 품어주는 힘이요. 중력 같은 힘 말이에요. 늘 그런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차츰차츰 강해졌어요. 우리는 그런 힘이 너무 없는 곳에서 살고 있잖아요.······ 밀치는 힘, 내쫓는 힘, 책임지지 않는 힘 ······ 그런 게 많잖아요.
우리는 한때 대단한 것처럼 주목받을 수는 있지만 비범한 듯이 오래 남을 수는 없어요. 때가 되면 평범으로 돌아와야 해요.······ 그러려면 연민을 지녀야 해요. 간발의 차이로 저의 뒤에 서야 했던 사람들에게 ······ 그들은 더 헌신적이어서, 그리고 어쩌면 운이 없어서 뒤에 섰을 수도 있으니까요. -p.424~425
그리고 어쩌면 소설은 우주인이 되고 싶다는 소망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온 그들의 꿈을 애도하고 논란의 중심에 선 그녀도 위로하며 무능한 정부와 무지한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을 하고자 한 것으로 비쳤다. 무능한 정부가 보이는 타이틀에 의존해 강대국에 놀아난 느낌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솔직히 자네들은 화물은 아니지만······이라며 쉽게 떠벌리는 강대국의 태도에 분노가 일었다.
자연의 변화와 모든 생명체의 존재도 늘 신비롭다고 느꼈는데 중력의 대단함과 원자부터 우주까지 존재하는 힘의 균형이 놀라워서 지구에 더 빠져들 것 같다. 읽으려고 사두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지구의 속삭임]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늘에 구름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큰 기적인가. -p.305
어찌 되었든 중력이란 소설은 내게 있어 이 우주와 하늘과 별과 달과 태양과 공기와 그리고 중력 같은 관계를 이어온 주변 사람들까지도 소중하게 느끼게 해 준 작품이다. 그 어떤 소설보다도 도덕적 삶의 진정한 가치,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임을, 알게 해준 따뜻한 작품이었다.
그나저나 우주산업이고 뭐고 지금은 지구환경을 걱정해야 할 때가 아닐까.
아아 아름답구나.
뭐라고 말할 수도 없구나.
이것은 살아 있는 생명이구나.-p.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