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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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게 전부가 아니야. 유일한 거지! -p.286

 

처음으로 블로그에 리뷰라는 걸 써본 책이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다. 그런 인연 때문일까, 그 뒤로 쭉 그의 책을 챙겨보게 되었다. 최근작에 가까워질수록 인물들은 점점 더 촘촘해지고 섬세해진다. 그래서 그의 책이 갈수록 두꺼워지는 걸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스토리라인보다는 각 캐릭터의 심리 구도가 더 볼만해졌다고나 할까.

 

 

 

후속작을 받아들고 난 베어타운의 리뷰를 다시 보았다.

/ 개인적으론 오베보다 할미전이 좋았는데 베어 타운의 감동이 더 오래 남을 듯하다. 왜냐하면 난 엄마이고 딸도 있다. 나도 미라처럼 내 아이들을 모두 덮을 정도의 담요를 가진 상태는 아니지만 꾸준히 담요 사이즈를 넓혀보아야겠다. 마지막으로 배크만이 던져놓은 다음 이야기의 힌트를 곱씹으며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겠다./

리뷰 말미에도 언급했듯이 후속작 소식에 조금 들떠 있었다.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베어타운이 어떻게 되살아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살아보니 세상은 권선징악이 안 들어 먹힐 때가 많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 자의 파워는 진실도 가릴 수 있음을 알았다. 또한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는 상황에 익숙해져야 한다. 어긋나는 사회에 맘은 무너지지만 이야기만이라도 우리를 배신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기에. 그래서 이번 후속작에서 전작보다는 더 밝은 희망을 보고 싶었다.

 

베어타운에서 일어난 사건은 성폭행 사건을 넘어 한마을의 운명을 뒤흔든 사건이었다. 결국 가해자는 떠났다. 하지만 남겨진 피해자는 또 다른 방향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고스란히 맞아야 했다. 그녀의 가족과 그녀의 편에 서 있었던 이들까지도. 그래서 마야는 자신을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라고 말한다.

 

마을은 그 뒤로 청소년 하키팀이 해체되는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한 정치가는 이 모든 상황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 그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하키가 인생의 전부였던 단장 페테르는 그와 손을 잡는다. 베어타운과 적대적 관계인 헤드팀과의 신경전은 그 끝이 보이지 않고 마야네 가족은 등을 돌린 사람들로 인해 위기에 봉착한다. 마야의 동생 레오는 폭력이 일상이 되고 페테르와 미라 사이의 균열은 더 벌어져만 간다. 게다가 벤이의 성 정체성이 탄로 나면서 하키단은 더욱 위기를 맞는다. 그런 와중에도 스스로 일어서고 있는 마야가 기특해서 울컥할 정도다. 그리고 사람들은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던 잘못을 깨달아가는듯해서 다행스러웠다.

 

하키는 단순하고 난폭한 스포츠다. 그 난폭함은 어린 선수들의 폭력성에서도 드러난다. 부모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세계를 오가는 주먹다툼에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길까 조마조마하다. 그러나 배크만은 영리했다. 그런 세계의 질서를 잡아나가는데 여성을 앞세운 것이다. 베어타운의 한복판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필센 술집의 라모나의 투박한 스타일과 새로 부임한 엘리자베스 사켈 코치의 시크하고 도도하며 무심한듯한 스타일에 답답했던 마음이 해소되었다.

 

마을 사람들의 대모 같은 역할을 하는 라모나가 벤이에게 던진 위로의 말은 그 어떤 말보다 시원하다. 배크만의 이러한 장치는 여성 독자에게 위안을 준다.

"내가 남자랑 자고 싶어 한다는 걸 안타깝게 여기는 이유가 딱 하나 있다면 남자하고는 행복하게 지낼 수가 없다고 이 자리에서 딱 잘라서 말할 수 있기 때문이야. 남자들은 골치 아픈 일만 안겨다 주거든!" - p.464

 

단순한 스포츠에 길들여진 마을. 이기고 지는 것의 이분법적 사고는 우리와 당신들이라는 대결구도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그 우리 안에 너와 내가 만들어 내는 다각도의 시선들로 인해 균열이 일어난다.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에겐 좋은 사람일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나쁜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둘러싼 문제가 복잡해지는 이유도 우리가 대부분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 p.521

 

아쉬운 점이라면 이해관계에서 인간관계를 더 중시하기까지 더 큰 한방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변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말이다. 마치 큰 희생 뒤에 혁명이 성공하듯이. 베어타운도 누군가의 희생으로 더 이상 경기장에서 상대를 비방하는 구호가 들리지 않게 된다.

 

진정 스포츠를 스포츠로만 즐길 수 있는 사회는 힘들 것이다. 정치와 돈의 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순수한 정신을 지켜내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보았다. 더군다나 하키에 목숨을 걸고 있는 베어타운 같은 곳에서는 더더욱.

 

우리의 삶은 타인에 영향을 받으며 살 수밖에 없다. 비록 상처를 더 많이 받긴 하지만 결국 이해와 용서를 통해 관계를 성장한다. 아나의 복수심에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는 말로 용서하는 벤이를 보면서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관계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너와 나,

우리와 당신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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