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인문학 - 3천 년 역사에서 찾은 사마천의 인간학 수업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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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이 끔찍한 고통과 치욕을 감수하면서도 사기를 써야만 했던 이유는 하나였으리라. 더 나은 인간 세상을 위해서.

 

인류는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거듭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뺏고 뺏기는 역사가 되풀이되어 왔다. 다만 동물적 본능에서 인간의 윤리의식이 더 자리 잡아갔을 뿐 근본적 약육강식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고전이 필독서로 추앙받으며 끊임없이 읽히는 이유도 그 속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깊은 애정에서 우러나온 최고의 인간학 교과서

p.10

 

이 책은 사마천의 사기를 교과서로 삼고 인생의 성공과 실패, 리더의 덕목, 권력의 본질 등 많은 핵심을 뽑아내고 있다. 자유경제시장에서 인간은 물질을 쫓아갈 수밖에 없고 치열한 경쟁을 하며 살 수밖에 없다. 아무리 부정해도 돈과 권력의 유혹은 달콤해서 욕심이 끝이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성과 지성이라는 무기로 얼마든지 자신의 욕망을 조절할 능력이 있고 얼마든지 인생의 안목을 길러낼 수 있다. 권력자에게는 덕망을, 리더에게는 폭넓은 안목이 중요시되는 만큼 고전은 그러한 인생 공부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능력을 과신하고 부를 계속 탐하는 자는 결국 화를 자초하기 마련이다. 물론 권력은 항상 위태롭기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자리이긴 하지만 사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만 보아도 과욕이 결국 몰락의 길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리더는 무엇보다 겸손과 경계를 중요한 덕목으로 삼아야 한다. 노나라의 주공이 그러한 덕목을 갖춘 대표적인 인물로 소개되고 있는데 역사 속 이러한 위인들의 사례는 꼭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반면 지나친 과욕이나 오만함으로 인해 자멸한 인물들의 사례는 더욱 지나치면 안 된다. 성공과 실패에 절대적 법칙이 존재한다는 명제에 귀를 쫑긋한다면 항우와 유방 두 사람이 어떻게 인생의 궤도가 달라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출신성분부터 달랐던 두 사람이지만 그 둘 사이에 결정적 요인은 자만과 오만이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는 자신의 단점을 보완할 줄도 안다. 유방이 가진 장점이라면 바로 이러한 점이었다. 제아무리 뛰어난 자라도 혼자서 독불장군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 나라가 대국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최고의 리더에게 필요한 요건들이 보인다. 그리고 나라가 몰락해 가는 과정을 통해 경계해야 할 점도 살펴볼 수 있다. 대국이 되기까지 눈여겨볼 점은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여 적재적소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나라뿐 아니라 회사에서도 반드시 직시해야 할 점이다. 이는 특히 학력, 지연, 혈연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집단일수록 더욱 깨 부셔야 할 자세다. 한 개인의 역량만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강단이 오너에게 필요하다.

 

진시황은 비록 폭군으로 역사에 남았지만 그가 이룬 천하통일이라는 업적에서 그의 성공 능력을 들여다볼 수 있다. 때를 기다렸다 단호하게 칼을 뽑아 들었기에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고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군대를 다루었으며 다른 대신들의 말을 경청하며 분별력을 키워나갔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통제하였기에 신하들로부터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비록 통일 후 성공에 도취되어 불로장생을 꿈꾸다 허망하게 죽음을 맞았지만 그의 인생 굴곡을 보며 리더의 자질을 새겨볼 수 있다.

 

전쟁은 무조건 싸워서 이긴다고 이기는 것만은 아니다.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방법이 최고라고 볼 수 있듯이 고도의 심리전은 리더에게 특히 요구되는 점이다. 물론 이는 경험과 연륜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적을 알고 여러 상황을 고려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 시대 최고의 전략가라고 불리는 한신과 항우의 심리전을 보며 그들의 통찰력에 놀라움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통찰력도 타고나는 재능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5장에서는 범려의 성공 비법을 소개하며 부를 거머쥘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소개하는데 시장의 흐름을 꿰뚫는 능력이야말로 누구나 아는 바지만 참 어려운 능력이기도 하다. 한발 먼저 예측하고 앞서가는 능력을 말하자 국가부도의 위기에서 IMF를 등에 업고 부를 쌓은 이들도 떠올라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사마천은 서민 부자를 향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는데 즉 능력껏 부자가 된 이에게 어느 누가 험담을 하겠는가. 물론 부는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수단이지만 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만큼 추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기>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짧게 발췌한 부분만 보더라도 인간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엎치락뒤치락할 수밖에 없는 권력의 그늘 아래 도덕적 선과 욕망의 경계에서 취해야 하는 올바른 행동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보다 전쟁, 권력, 부 아래 자행된 살생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마저도 교훈이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역사를 끊임없이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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