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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1128/pimg_7804801562058887.jpg)
집사가 된지 만 삼 년을 넘어간다. 나도 동물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동물애호가다. 이전에 코커 스파니엘 세 마리와 동거를 했었고 지금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요코처럼 개보다는 고양이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다. 산책이 필요 없고 개인주의적이며 청결하다. 자는 시간이 많다는 점도 상당한 이점이다. 털이 좀 심하게 빠지는 것만 제외하면 키우기에 완벽하다고나 할까.
최근 냥이를 키우는 가정이 늘었다고 한다. 택배아저씨도 배달을 다니다 보면 냥이 키우는 집이 예전보다 늘었다며 이야기하신다. 고양이는 그 어떤 애완동물보다 새끼 때의 모습이 예쁜 동물이다. 그 모습에 반해 덜컥 데려오지만 집사가 되고 나서는 우왕좌왕하게 된다. 당최 냥이의 울음소리와 몸짓만으로는 상황 파악이 쉽지 않다.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성향이 천차만별이기에 의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아이들과 교감이 된다고 여기고 있지만 어떨 땐 심각하게 알다가도 모르겠으니 말이다.
무레 요코는 [카모메 식당]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일상을 잔잔한 웃음으로 채우는 묘미와 낯선 이들이 만들어가는 우정에 정감을 느꼈던 기억 때문인지 그녀가 쓴 냥이 에세이라면 믿고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도 키우는 냥이가 있다. 하지만 글을 이어가는 주인공은 아니다. 표지에서 보았다시피 뚱뚱한 몸매와 단춧구멍만 한 눈을 가진 줄무늬 길양이, 시마짱이 그 주인공이다.
산책길에 그녀를 따라붙은 건 어쩌면 시마짱의 직감이 통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그렇게 이어진 시마짱과의 인연은 그가 떠나던 날까지 지속된다. 시마짱은 뻔뻔해 보이지만 붙임성도 있고 의리(?)도 있어뵌다. 자신의 요구 사항을 확실히 피력하고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단춧구멍만 한 눈에서 느껴지는 빈대 정신이 사랑스러울 정도다. 얻어먹는 주제에 더 달라고 울어대며 양껏 배를 채우고 사라진다. 처음과는 달리 거리를 점점 좁혀 그녀의 현관을 거쳐 집안을 돌아다니는 대담함도 보인다. 물론 그녀가 키우는 냥이와의 충돌은 알아서 피하는 현명한 계산도 한다.
비록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요코네 카펫에 토를 하는 등 잔잔한 사고도 일으키지만 그녀는 시마짱을 진심으로 아낀다. 험난한 길 위의 인생을 혹독하게 견뎌내며 하루하루 버텨내지만 저자의 보살핌 덕에 행복했을 것이다. 나에게도 찾아오는 길냥이들이 있지만 시마짱 같은 녀석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시마짱의 패기가 참 마음에 든다. 시마짱이 요코 같은 좋은 인간을 만나고 떠났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지진이 잦은 일본의 경우 인간뿐 아니라 동물이 받는 트라우마도 인간 못지않음에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평소와 달리 짖어대는 개들, 바닥의 흔들림에 놀라서 소파에서만 산다는 치와와, 배탈이 나거나 식욕이 주는 고양이, 그들만의 안전한 장소로 숨어버리는 모습을 보며 인간과 똑같이 돌봐주어야 할 존재임을 알았다. 그런 와중에 지진 후 시마짱이 요코와 이웃집의 안전까지 걱정하고 챙기는 모습에 뭉클했다. 설령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녀가 동물들과 함께 하는 일상 속에 불청객 모기와의 사투는 친숙하지만 베란다로 날아오는 새들의 모습은 낯선 풍경이다. 진정 요코의 동물 사랑이 전해져서 행복해지는 에세이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시오라는 푯말 따위 붙어 있지 않고 눈을 피하지 않고도 냥이들의 밥을 챙겨 줄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1128/pimg_780480156205889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