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 전2권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인젠리 지음, 김락준 옮김 / 다산에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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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나 잘 해 나가고 있을까?라는 생각은 이 책을 펼치기 전에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유아기 때부터 육아서와 심리 책 여러 권을 읽으며 나름 소신이라는 것도 생긴 데다가 이만하면 잘 하고 있다는 만족감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오랜만에 교육서를 집어 드니 시험을 보는 것 마냥 살짝 긴장이 되었다.

교육서를 손놓고 있었던 시간만큼 이 책의 저자도 당연히 낯설다. 저자가 중국인이라는 사실도 의아했지만 전작 『좋은 엄마가 좋은 선생님을 이긴다』의 성공 후 나온 책이라는 점에 호기심이 생겼다. 교육서라는 것도 시대를 타고 유행을 하다 보니 일률적이지 않아 혼란을 초래하기도 하고 읽다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내용도 더러 있다. 그래서 교육서에 대해 조금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책을 펼쳐든 이유는 부모들과의 상담사례를 엮었다는 점이었다. 저자가 받은 편지가 무려 22만 통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능력을 엿볼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점이라면 그녀의 교육관이었다. 진정으로 아이를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또한 상담자들의 질문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데 다정하다가도 때론 단호함으로 상담자들을 다그치기도 한다. 일관된 진정성이 참으로 와닿았기에 절반쯤 읽다가 '이 책, 참 괜찮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책은 [관계 편]과 [학습 편] 두 가지 주제로 나뉘어 출간되었다. 우선 [학습 편]보다 [관계 편]이 궁금했기에 먼저 읽었는데 주로 어린 아동에 관한 내용이 주가 아닐까 했지만 청소년의 사례도 있다. 다양한 사연을 읽다 보니 내가 고민했던 사연도 있고 현재 지인이 겪고 있는 고민도 보였다. 중국과의 문화와 관습 그리고 교육시스템 정도의 차이점을 제외하면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느끼는 혼란은 어딜 가나 비슷한듯하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있어 핵심은 존중이다. 부모의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명제는 익히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가정이 많다. 지인 중에도 중학교 딸의 옷차림과 화장 문제, 성적 문제 등으로 예민해 하는 집이 있다. 그때마다 그만 좀 너그러워지면 안 되겠냐고 충고하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아이가 부모와 늘 같은 문제로 싸우게 될 경우 아이는 부모에게서 존중감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고 결국 입을 닫아버릴 것이다.

엄마가 조금 약해지면 아이의 힘은 더 강해져요. 엄마가 밀어붙이지 않으면 아이의 내면세계는 더 넓어져요.
엄마가 통제하지 않으면 아이의 자율성은 더 커져요. -P.51

아이와 대화할 때 '내가 어떤 말을 했는가'가 아니라 '아들이 내 말에서 어떤 점을 받아들일까'에 초점을 맞추세요. -P.77

진정한 자유는 방임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성장에 필요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자녀에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 경험할 수 있는 권리. 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에요. -P.91

여러 사례를 통해 관계의 적정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와 지금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가 서서히 보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시작한 간섭이 통제로 이어지지는 않았는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말 잘 듣는 아이가 되길 바란 건 아닌지, 내 생각을 강요하여 아이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의 시간을 가지다 보니 부모가 달라져야 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자녀와의 관계는 부모가 함께 고민하고 대화를 해야 한다. 의견을 나누고 의견을 좁히는 과정이 중요하다.

읽으면서 이미 지나간 일들이지만 내가 저지른 실수들이 떠올라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남매간의 다툼을 계속 나무란 일, 내가 정한 규칙으로 아이를 판단한 일, 싫다는 데도 억지로 시켜댄 일등을 반성하며 이제부터라도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관계 편은 아이와의 관계를 넘어 조부모 그리고 부부 사이뿐 아니라 엄마 자신의 인간관계도 조언하고 있어서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무엇보다 양육자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 요구되는 것이라면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존중해야 한다. 아이 하나에 온 우주가 필요하다는 말이 과하지 않은 말임을 진심으로 깨달아야 한다.

 

 

 

 

 

[학습 편]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들을 접할 수 있다. 영어는 언제부터 하는 게 좋은지, 애니메이션에 집착하는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악기는 일찍 시작해도 좋을지,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 성적 호기심이나 자위행위가 고민되는 아이, 조기교육과 선생님과의 관계 등 많은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읽다 보면 잘못된 교육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올바른 교육을 걸러낼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여러 가지 교육법에 휩쓸리지 않고, 또 주변인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확신을 얻을 수 있다.

저자의 답변에서 강한 소신이 전해진다. 눈치 보지 않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단호함에 기분이 나쁠 수도 있으나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며 설득하고 있다. 눈여겨보았던 사연이 사회의 부당함에 대처하는 자세였다. 세상의 불합리와 부조리 앞에 아이가 받을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모는 충분한 방패막이가 돼 주어야 한다. 저자의 시행착오도 거침없이 나누며 서툰 부모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 내 아이를 단단하게 키우기 위해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피식 웃었던 사연도 있다. 멀쩡한 책가방을 두고 아이가 하나 더 사달라고 한 사연에서 나도 사연의 엄마처럼 사달라는 아이 앞에서 가난한 아이를 들먹이는 비슷한 소리를 한 기억이 있다. 또 레고를 사달라는 아이에게 커서 네가 돈 벌어서 사라는 사연에서 그런 유사한 소리를 늘어논 기억이 떠올라 부끄럽기도 했다. 아이가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좀 더 현명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서 부모는 더 공부하고 고민을 많이 해야 함을 느꼈다.

 

 

 

정말 괜찮은 교육서가 있으니 같이 읽자는 말을 건넸을 때 어디 교육이 책대로 되냐며 선을 그어버리는 이들이 있다. 또한 여태껏 교육서 한 권 들여다보지 않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아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많이 읽어야 좋은 책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겨나는 것이다. 특히 여러 가지 상황에 부모가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책이 아니면 당장에 얻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조언을 할지, 부당한 일 앞에서 어떻게 당당해질 수 있을까는 경험보다는 책을 읽어서 얻은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 부모나 아이들은 그렇게 문제가 있는 이들이 아니다. 그들도 아이들 교육에 있어 신중하고 걱정이 많은 평범한 부모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저자의 전작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점을 직시했고 더 나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좋은 부모는 그렇게 시작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교육에 있어 무지보다 위험한 것이 오만이다. 무지하면 배울 자세라도 있지만 오만한 이들은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 책은 교육에 있어 서툰 이들보다 그런 이들이 더 보아야 할 책이다. 문제아는 없다. 잘못된 부모가 있을 뿐이다. 육아는 나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함께 같이 잘 해야 내 아이도 다른 아이와 좋은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갑자기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정말 고치고자 하는 것 한두 가지 만이라도 실천한다면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부모도 성장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아이는 어른을 구원하고 인도하는 천사예요. 좋은 엄마는 결코 완벽한 엄마를 의미하지 않아요.
열심히 배우고 수시로 자신을 반성하는 엄마가 좋은 엄마예요.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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