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ming 경주 - 천년의 마음 천년의 노래 humming 허밍 시리즈 1
허선영 지음, 김동율 사진 / 아이퍼블릭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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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 숲이 좋아 주로 풍경 사진이 주를 이루지만 이것저것 좋은 앵글이 잡히면 찍기 바쁘다. 그렇게 찍은 감성 사진은 힐링이 되고 일상의 에너지가 된다. 사진 한 장 한 장에서 전해지는 자연의 생동감과 생명의 울림이 좋아서 좋은 장소를 찾아다니게 된다.

쏟아져 나오는 여행서적보다 여행 에세이가 더 좋고 유명 관광지보다는 숨은 공간을 더 좋아하기에 사진 위주의 여행서적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허밍 시리즈에 마음이 꽂혔다. 그 첫 번째 시리즈로 경주를 소개하고 있는데 경주하면 떠올릴 수 있는 명소도 많지만 들러보면 좋을 공간과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맛 집 등을 간결하고 세심하게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볼거리가 많고 유산의 보고인 곳이라 여행 사진의 묘미를 맘껏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책은 여행 팁이나 안내도 등 세세한 설명 없이 오로지 사진만으로 독자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미 마음은 경주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진뿐 아니라 저자가 다닌 흔적이 문장 곳곳에 녹아있다. 진정 여행자의 자세로 바라보아서일까. 감성 돋는 문장에 소박한 여행이 그리워진다. 이런 여행책이라면 시리즈별로 다 소장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겨났다. 사진의 전체적인 색감도 차분함을 주고 심플하고 간결한 느낌의 편집도 마음에 든다. 다양한 경주의 볼거리를 센스 있게 나눈 점이 눈에 띄는데 목차만 보아도 저자의 고민이 전해진다. 조금은 다르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자 한 흔적이 보여서 좋았다.

 

 

 

 

가장 친숙한 역사의 땅이자 수학여행의 추억과 대학시절 자전거 여행, 그리고 보문 단지 귀신의 집과 양동마을을 걷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긴 하지만 그 뒤로 제대로 경주를 찾은 적이 없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예능프로나 지인들이 다녀오고 나서 말하는 경주의 모습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볼거리가 풍부해진 거리 곳곳에는 축제나 맛집이 늘어나면서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자연향기 가득한 장소이다. 소풍이라는 단어에서도 느껴지듯이 공원이나 숲을 소개하고 있다. 뉴욕 하면 센트럴파크, 경주하면 황성공원이라고 할 만큼 이곳은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킨 다양한 나무들과 새들을 볼 수 있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자연을 듬뿍듬뿍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근처 예술의 전당의 아름다운 나선형의 건축물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토기의 질감이 떠오르는 걸 보면 경주 다운 건축물임이 느껴진다.

 

 

 

 

또한 여행길에서는 커피를 빼놓을 수 없다. 예전 일본 소도시 편에서 일본 장인의 커피 맛 집을 보며 커피 맛이 궁금해 미치는 줄 알았는데 슈만과 클라라로 달려가보고 싶어진다. 커피를 향한 애정 때문일까. 진한 커피 한 잔으로 경주를 채워오고 싶어진다.
신라 토기 장인의 미소에서 느껴지는 옛사람들의 삶뿐 아니라 그곳을 가꾸고 지켜내고 있는 이들의 미소는 경주의 친절함마저 담고 있는듯하다. 유명 맛집 대표들의 진솔한 인터뷰에 맛 집 투어 따윈 관심 없는 나도 한 번쯤 가보고 싶어진다. 황남빵도 먹어 본 적은 없지만 천연발효빵에서 느껴지는 건강한 식감이 궁금해진다.

 

 

 

 

양남 주상절리 해변의 신비스러움에 외국 어느 풍경이 떠오르고 트래킹 코스로 즐기기 좋은 오류 고아라 해변은 조용히 걷고 싶은 장소이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마음껏 느끼며 머릿속을 비워낼 수 있는 산림환경연구원은 숲해설을 예약하고 싶을 만큼 관심이 가는 곳이다. 메타세콰이어 다리의 인증샷은 언젠가 꼭 건져오고 싶어진다. 그 뒤로 보이는 반짝이는 숲에 마음이 일렁이니 겨울이 오지도 않았는데 봄과 여름이 그리워진다.

경주의 사계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들뜬다. 대릉원의 목련, 김유신 묘역 벚꽃, 첨성대 핑크 뮬리, 계림 단풍, 운곡서원 은행나무 등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진정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고 싶게 만드는 풍경들이다. 사계절을 머물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싶은 생각에 경주에서 잠깐이라도 살아보고 싶어진다.

경주하면 답사하고픈 곳이 넘쳐나는 곳이다. 아이들은 왜 자꾸 무덤만 가냐며 구시렁거리는 곳이기도 하지만 고분의 도시답게 분과 능투어만 해도 볼거리가 많다. 능과 능 주위 풍경 묘사를 따라가며 옛 모습을 그리다 보니 역사 책을 다시 펼쳐보고 싶어진다. 봉황대 봉분 위로 솟아난 느티나무는 지하세계로 통하는 마법의 문이 어딘가 숨겨져 있는 듯 신비스럽다. 능 주위를 둘러싼 소나무의 위상에 마음마저 경건해진다.

경주는 문화재 답사도 빼놓을 수 없다. 지인들도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다녀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찬찬히 둘러볼 여유는 없었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황룡사지, 양동마을은 가족 모두 함께 해야겠다.
가을은 이미 저만치 지나고 있다. 지금 경주 여행을 계획한다면 경주의 모습은 조금 쓸쓸하고 고즈넉한 모습을 담고 있을 듯하다. 그래도 떠나고 싶어진다. 풍성하고 싱그런 자연의 모습을 담을 수는 없겠지만 천년의 신비가 가득한 경주의 기운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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