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 -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의 딸의 인생을 바꾸는 50가지 교육법
손경이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올여름, 휴가를 떠나는 날 아침이었다. 딸아이의 팬티에서 혈흔을 발견한 것이다. 순간 "아니, 벌써?, 하필 오늘이람. 이런, 수영은 글렀네!라는 혼잣말이 먼저 나왔다.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던 딸아이의 초경 앞에서 나는 조금 당황했고, 걱정이 뒤엉켰으며, 게다가 묘한 감정까지 더해져 휴가 첫날은 온통 머릿속이 복잡했었다. 물론 이전부터 생리에 관해 설명을 해 적도 있고 또래들끼리 주고받은 정보와 이미 먼저 시작한 친구도 있어서인지 그리 놀라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러나 딸은 물 건너간 수영놀이 때문에 우울해졌고 게다가 컨디션도 난조를 보였다. 이제부터 한 달에 한 번씩 그 불편함을 몸소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애처로움뿐 아니라 걱정도 앞섰다. 어찌 되었든 초경은 축하할 일이기에 아이스크림 케익도 사서 축하파티도 해주며 휴가를 넘겼었다. 하지만 그 뒤 중요한 걸 빠뜨리고 있었다. 바로 제대로 된 성교육이었다. 무엇보다 어디서부터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고 얼마큼의 정보를 오픈해야 할지 감이 서지 않았다.

몇 주 전 저자가 출현한 예능 프로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다루던 주제가 유아 및 청소년의 성교육에 관한 것이었다. 저자와 여러 전문가들이 내놓은 다양한 의견과 조언들이 꽤 흥미로웠고 특히 저자와 아들이 함께 촬영 중인 유튜브 영상이 신선했다. 그걸 보면서 성교육은 저렇게 자연스럽게 하는 거로구나 하며 공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에 묻혀 성교육에 대한 생각은 잊고 지냈다. 그러던 중 저자의 성교육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아들 성교육 책은 출간되었었고 이번에 출간된 내용은 딸 성교육에 관한 내용이었다. 큰 아들넘 성교육이 우선이긴 하지만 초경을 시작한 딸이 더 급하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성교육에 앞서 쟁점은 부모의 태도이다. 부모부터 성교육에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들과는 달리 딸이라서 더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지, 사춘기 시기의 성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사춘기 여자아이들은 성에 대해 어떤 점을 궁금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성폭력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짚어 주고 있다.

 

 

 

잘못된 교육 중 하나가 성 평등교육과 성에 관한 올바른 명칭 사용이었다. 성교육에 있어 편협된 사고는 남녀평등을 뿌리내리기 어렵게 한다. 예전처럼 어느 한쪽만을 위한 교육은 무의미하다. 성에 대한 이분법적 자세보다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넌 아들이라서, 넌 딸이니까라는 틀에 박힌 태도는 버려야 한다.(돌이켜보면 나도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체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몸에 대해 정확한 명칭을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 성에 대해서도 정확한 표현으로 교육해야 한다. 또한 남성, 여성 외에 양성,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아이들에게 공감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게임에 빠진 것도 모자라 편협된 시각에 물들게 되면 비난하고 조롱하고 공격하는 일차원적인 태도만 보일뿐이다. 내 아이들의 입에서도 언제든지 혐오 발언이 쏟아질 수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딸아이의 사춘기가 시작되면 부모의 간섭과 잔소리는 늘어만 간다. 화장, 패션, 친구관계 등 사사건건 아이와 부딪히게 되는데 문제는 어느 선까지 둘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이들은 한번 감추기 시작하면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친근한 성교육이 필요하다. 임신이 조금 걱정스럽지 성관계는 괜찮지 않냐는 것이 요즘 청소년의 성문화 실태라는 기사를 읽고 난 뒤라서인지 무엇보다 시급한 교육이 피임교육과 계획된 섹스를 위한 교육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부분은 성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이다. 부모에게는 직접 물어보지 못했던 궁금증들을 저자가 잘 옮겨 놓아서 평소 아이들과 깊은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 장은 성폭력에 관한 부분이다. 물론 성폭력 교육은 매뉴얼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만 교육한다고 지켜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해자 방지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는지도 의문이다. 이미 야동 및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이 그물망처럼 음지에서 유통되고 있고 언제 내 딸이 피해자가 될지 모를 불안감에 살아야 한다. 하지만 최소한 그런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부모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는 있다.
우리 아이가 언제든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시고 성폭력이 확인되었을 때의 대응법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 두셔야 합니다. 그래야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아이를 위한 적절한 행동을 취하실 수 있습니다. -p.242


 

인터넷 세대에 노출된 아이들은 성문화 또한 쉽게 노출된다. 손가락 하나로 얻어지는 정보에 쉽게 빠져들고 그것이 옳다고 믿기도 한다. 어차피 어른들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노출되는 성문화이기에 제대로 알려주고 예방하는 교육이 절실하다. 성은 쉬쉬하는 게 아닌 일상과 함께하여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고 그에 따른 책임의식을 키워주는 일도 부모의 몫이다. 부모가 꾸준히 배우고 노력하는 집에서 건강한 아이들이 길러질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은 무엇보다 내 아이의 성교육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부모부터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꼬집어 주는 책이다. 성교육 앞에서 부끄러움을 덜고 좀 더 열린 관계를 만들어 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나와 같은 고민에 빠진 지인들에게도 마구마구 추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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