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밑의 개
나하이 지음 / 좋은땅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엄지공주가 키우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크고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기에는 터무니없이 사이즈가 작은 개, 엄지
하지만 엄지는 인간 세상에서 미소라는 여자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심지어 불편함을 무릅쓰고 엄지를 자신의 눈 밑에서 자게 내버려 둔다. 몇 달 전에 소형 앵무새를 키운 적이 있었다. 이 녀석이 워낙에 사람 껌딱지여서 한동안은 데리고 잤었다. 그러나 녀석이 목과 어깨 사이를 파고드는 통에 행여나 깔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해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그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잘 알기에 미소가 엄지를 많이 아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엄지는 미소의 불편함 따윈 생각도 못 하고 오히려 미소에게 타박을 준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엄지는 미소의 아홉 번째 생일날 미소와 만났다. 늘 웃는 얼굴의 미소는 작은 개 엄지를 무척이나 아낀다. 허나 특이한 점은 엄지의 말을 미소만 알아듣는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 때문에 엄지는 미소에게만 온갖 투정과 어리광을 부려댄다. 철부지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다고나 할까.

사랑이란 마치 시소 같아.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어느 한쪽이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크고 무거우면 다른 한쪽이 마음이 높아지면서 상대방을 깔보는 마음이 생기는 법이거든. p.22

그런데 어느 날 엄지 앞에 미소 이모가 키우는 개 한 마리가 나타난다. 미소의 집에 며칠간 머무르게 된 메롱이는 미소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엄지가 조금 얄밉다. 그래서 엄지를 살살 꼬드겨 가출을 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엄지가 집을 나서면서 겪은 고생담을 담고 있다. 문밖 = 고생길이라고 하듯이 더군다나 사이즈가 작은 엄지에게 세상은 무시무시한 곳이다. 늘 친절했던 미소와는 달리 불친절하고 난폭한 것들 투성이다. 생명 따위 안중에도 없는 여자에게 시달리고 무서운 길냥이들에게 위협을 당하며 죽을 고비를 넘긴다. 그러나 외로운 아이 건이에게 위안이 되기도 하고 떠돌이 개 나나로부터 강해지는 법도 배우게 된다. 길 위의 삶을 통해 마음도 몸도 성장하게 된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상상의 문을 열고 시작한다. 엄지가 어디서 왔는지, 왜 그렇게 작은 건지 의문을 갖고 시작하지만 엄지의 철없는 모습에서 현실 속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다 미소를 향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극에 달할 때쯤 곁에 있는 이들의 소중함도 깨닫게 된다.

나는 동물 사랑이 넘쳐서일까. 엄지가 모험을 하는 동안 매정한 인간들 때문에 화가 났다. 특히 나나의 죽음은 인간들의 무책임이 낳은 결과이기에 더더욱 슬프고 답답했다.
험한 세상길에 혼자 남겨진 엄지는 얼마나 두렵고 외로웠을까. 그리고 사라진 엄지로 인해 미소는 또 얼마나 힘들어 했을까.
그런 엄지와 미소가 무사히 재회를 하게 될지 아이와 함께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엄지의 탄생 비화를 읽기 전 아이들과 여러 가지 상상을 더 해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