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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평점 :
누구나 헌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우리가 헌법의 '진짜 주인'이 됩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914/pimg_7804801562006204.jpg)
원래 욱하는 성질머리를 타고난 데다 화가 나면 말이 잘 안 나오는 편이다. 불리하거나 억울한 상황에 닥쳤을 때 말문을 열지 못하거나 심지어 별일 아닌 상황에서조차 말발이 딸린다고 느낄 때면 자존감도 떨어진다.
그래서일까. 드라마나 영화에서 말로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이 나오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특히 법 조항을 나열하며 한방 먹이는 순간은 멋져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드라마라는 생각뿐 실제 헌법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 모습이 그렇게 부러웠으면 대한민국 헌법을 한번 찾아봤어야 하는 건데 헌법은 특정인들을 위한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부터 제동씨를 여기저기서 자주 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반가웠다. 원래 티비까지 볼 여유가 나지 않아 잘 못 보는 편인데 어디서 보았는지는 가물거리지만 제동씨가 헌법을 외우고 다닌다고 말하던 장면이 스쳐지났다. 얼마나 헌법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면 책까지 냈을까 하며 책을 들여다보았다. 바램이라면 내 모자란 말발에 기름칠도 하고 법을 든든한 내 편으로 만들어 보자는 결의도 생겨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법이라고 하면 사회 질서를 잡기 위한 규율쯤으로 여긴다. 법은 법을 다루는 직업에 종사한 이들이 논하는 것이고 우리같이 평범한 국민들이 접근하기에 말도 뜻도 난해하다. 그보다 보기도 전에 어렵다고만 여겼었다.
그러나 정작 법이라는 게 우리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만든 것이라는 생각을 깊게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헌법 1조 2항(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을 그렇게 많이 듣고도 그 주권을 제대로 누려 볼 생각을 못 한것이다.
이 책은 제동씨가 처음 헌법을 접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지금 대한민국의 법이 체계를 갖추기까지는 선조들의 노력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 덕에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주어졌고 또 그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법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제동씨가 느낀 그 감정, 헌법을 알아갈수록 보호받는다는 그 느낌을 나도 느끼고 있었다.
저는 헌법을 처음 읽었을 때 이렇게 토닥여주는 것 같았어요.
"당신 안전해야 해."
"당신 행복할 자격이 있어."
위로받고 보호받는 느낌이었어요. -p.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