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심리 수업
테리 앱터 지음, 최윤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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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닌 최대의 장점이라면 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성으로 감정을 제어하며 사회구성원들과 어울려 살아간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큰 틀안에서 이야기이고 인간들 사이에서는 훨씬 복잡하고 난해한 감정들이 가지치기하듯 뻗어간다. 유일하게 인간만이 한 면과 다른 면을 동시에 생각하는 존재로 행복하면서도 불행을 느끼거나 칭찬을 받으면서도 불쾌감을 느낀다. 베스트셀러 책 제목처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말과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말도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보여주는 문장들이다.

우리는 타인을 바라볼 때 판단의 시선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생김새, 말투, 행동 하나하나에서 순간의 판단을 내린다. 그리고 추후에 그 판단에 대해 수정할 기회가 주어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판단이 그대로 굳어져 버리면 잘 바뀌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는 가족, 친구, 직장 등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충돌로 이어진다.

책의 저자는 칭찬과 비난의 상호작용에 대해 오랜 시간 연구해온 심리학 교수다. 이처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심리 서적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데는 현대인들이 그만큼 감정의 소모량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유의 심리 서적을 접할 때 드는 생각은 인간은 참 피곤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칭찬과 비난에 대한 적정선을 다양한 예와 연구결과를 토대로 독자를 이해시키고 있는데 마치 강의를 듣듯 읽다 보니 내 머릿속에도 비슷한 경험들이 스친다. 칭찬이 과해서 일어나는 문제 중에는 칭찬하는 이가 문제인 경우와 받아들이는 이가 문제인 경우로 구분되어야 한다. 누가 봐도 뚱뚱한데 날씬하다고 칭찬하는 건 기분이 되려 상할 수도 있지만 당신이 만든 샌드위치가 최고야 하는 말을 앞으로 계속 샌드위치를 만들어 달라는 말로 해석한다는 건 두 사람 사이에 본질적 문제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칭찬보다 더 조심해야 할 것이 비난이다. 우리는 비난에 대해서도 익숙해져 있다. 비난과 비판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 이를 혼동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비난이나 비판이나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다. 비난은 감정이 제법 실린다. 그래서 간혹 SNS에 공인이 비난의 글을 올렸다가 급사과를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접한다. 내가 상대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쏟아내기 전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잘못된 비난으로 죄 없는 이들이 마녀사냥을 당하거나 극도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칭찬과 비난이 일차적으로 발생하는 공간은 가족 간이다. 이 부분은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꼭 새겨들어야 한다. 요즘 중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이 심심찮게 주고받는 이슈가 아이와의 전쟁이다. 아이의 옷차림과 화장이 거슬리고 말투 하나에도 며칠씩 냉전을 치러야 하는 집들의 이야기를 접한 후라서 일까. 저자가 꼬집고 있는 원인이 수긍이 된다. 사회관계적 지각 능력에 비해 자아와 자존감이 급속히 강해지는 시기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결국 미성숙한 아이와 기싸움을 벌이는 일은 별 의미가 없고 이해하고 동조하며 맞춰주는 게 답인 거 같다.

또한 다른 사람의 의도나 감정, 판단을 추론해 내는 시선은 매우 부정적이고 격앙되어 있다.
그래서 어른들은 불확실함이나 두려움으로 해석할 법한 얼굴 표정을 아이들은 분노와 같은 극도의 거부로 해석한다. - p.120

부부나 친구 그리고 직장에서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은 관련 챕터만 뽑아 읽어도 도움이 될 것이다. 부부간의 문제의 일차적인 원인은 문제를 상대의 탓으로  돌리는 데 있으며 상대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라고 하는 점에서 진정으로 와닿았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거나 평가의 틀에 갇히면 거짓된 나를 꾸며내게 된다. 그 예로 SNS를 들고 있는데 대부분의 이들이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성장기 아이들의 또 다른 세상이자 소통의 장인 그 공간에서 심각한 자아 손상을 겪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심하면 자살 충동이나 대중을 향한 묻지 마 범죄까지도 일어난다.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도 사각 틀 안의 세상에 중독되어 돈과 시간을 낭비한다. 만족에 만족을 위한 만족에 의한 삶의 결말은 우울함이다. 만족을 만족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요즘 딸아이도 좋아요 개수에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나름 잘 타이르긴 했지만 긍정적 성향에 안 좋은 영향을 받을까 걱정이 된다.

요즘 방탄소년단이 이슈다. 또다시 빌보드 1위를 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무엇보다 그들의 음악적 화두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는 단순히 잘 만들어진 노래보다도 그들만의 음악적 메시지가 대중을 움직였다. 십 대부터 사십 대를 넘어선 이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라는 노랫말에 크게 공감하고 위로받으며 남들이 뭐라고 하든 중요한 건 나 자신이라는 이 당연한 문장에 크게 공감한 것이다. 남들이 나를 판단함에 있어 그것이 함부로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그들의 판단이 아닌 나 자신의 내면의 강도를 키우는 것이다. 나조차도 나를 함부로 판단하게 내버려 두는 건 곤란하다.

심리 서적의 효과는 이런 것이 아닐까. 읽고 조금의 실천의지를 가져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중요한 건 타인의 시선 아래 보통과 평균이라는 잣대로 자신을 가두지 말자. 칭찬이든 비난이든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자신을 방어하기 어렵게 된다. 서툰 나도, 조금 모자란 나도 모두 나임을 깨닫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부터라도 편견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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