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전하게 만든 MOOMIN 가장 완전하게 다시 만든
토베 얀손 원작, 필립 아다.프랭크 코트렐 보이스 지음, 김옥수 옮김 / 사파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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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태생인 무민은 핀란드의 청정자연과 휘게 정신을 잘 반영하듯 한국에서도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이다. 각종 팬시용품을 수놓은 무민이(요즘 나는 무민을 무민이라고 부른다.)는 어른 아이 상관없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나는 그런 무민이를 알고 지낸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시작은 무민 파파의 회고록이 먼저였다. 그러다 위험한 여름을 읽게 되었고 지난달에 무민의 겨울을 읽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세 권을 거쳐가는 동안 무민의 골짜기가 친근해졌고 무민 가족뿐 아니라 하나둘씩 등장하는 새로운 친구들은 나를 무민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20대에는 스누피를 엄청 아꼈고 최근에는 보노보노도 알게 되었지만 무민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매력을 가져서일까.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커져갔다. 무민을 제외하고 아는 인물이 없기에 무민 파파의 회고록을 읽기 전 폭풍 검색을 했다. 하지만 일일이 검색을 하고 찾아보아도 답답함은 여전했다. 그러던 중 사파리 신간 목록에서 무민 책을 보았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더 공들여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 책의 전체적인 사이즈와 두께, 그리고 전반적 스타일이 소장하고 있는 엘리스 책과 딱 맞아떨어져서 내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이 책은 토베 얀숀 원작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상한 책이다. 무민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알차고 볼거리가 풍성하다. 나처럼 무민 시리즈를 일부 접한 독자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물론 무민이를 처음 알게 된 독자라면 미리 무민 골짜기 친구들을 만나봄으로써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큰 화면 가득 채운 무민 가족과 친구들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각각의 캐릭터들을 짚어보며 얽힌 이야기를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다. 여전히 낯선 친구들이 더 많지만 찬찬히 그들을 살펴보았다.

머리말에도 소개하듯이 무민과 친구들은 인간의 세계와는 전혀 다르다. 각각의 개성은 존중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다.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란 존재하지 않는다. 토베 얀숀이 왜 이런 성격의 캐릭터를 구상하게 되었는지는 시대적 배경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전쟁이 만연하던 1940년대 핀란드도 강대국들의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리고 현실을 떠나 판타지의 세계에 빠져들고 그녀만의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게 된 것이다.
처음 무민이 등장한 것이 정치풍자 삽화였다는 얘기에 무민이가 꽤 씩씩한 친구였음에 놀랐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무민의 느낌과는 많이 다른 면이지 않은가. 그녀가 전쟁과 정치에도 굴하지 않고 예술을 통해 목소리를 높인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예술은 부당한 현실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는 수단이에요! - p.263

 

 

또한 무민 시리즈를 읽다 보면 동화답지 않은 어둡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캐릭터들도 무기력해 보이거나 우울해 보이는 친구들이 있는데 토베 얀숀의 성장 배경을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전쟁으로 참혹한 시기를 지나던 토베에게 전쟁의 기억은 오래 자리 잡았고 그때 만들어진 이야기들의 전반적 분위기가 그러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쓰인 이야기들은 밝게 묘사되어 수많은 애독자가 생겨났다고 한다. 그 후 무민이 핀란드의 대표 캐릭터로 자리 잡기까지 토베의 노력이 극진했음을 알 수 있었다.

 

 

 

 

 

시작은 당연히 무민에 대한 모든 것부터 시작한다.
나처럼 무민이 하마에서 기인한 것인 줄 아는 이들이 많을 텐데 실은 핀란드에서 자주 언급되는 트롤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한다.
겨울 편을 읽을 때 무민의 꾀죄죄한 조상을 만난 적이 있지만 조상과 현재 무민의 겉모습이 달라도 너무 달라 의아하긴 했다. 지금 우리네 인간의 진화 과정이 떠올라 웃음이 나기도 했다. 마치 구석기 시대의 모습이랄까.

 

 

 

본격적으로 무민의 생김새를 뜯어보고 그들이 사는 장소와 주로 그들을 볼 수 있는 시간대를 알려준다. 왜냐하면 무민은 겨울잠을 자기 때문이다. 즉 겨울엔 볼 수 없단 얘기다. 그리고 전반적인 성격이나 습관, 먹는 음식 등을 살펴보면 이미 무민에 대해서 반은 공부했다고 할 수 있다.  무민도 커피와 팬케이크를 즐긴다는 사실이 무진장 반갑다.

 

 

 

 

이제부터는 각 캐릭터별로 한 명씩 만날 차례다. 무민 파파가 손수 지은 무민네 집은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지고 머무르는 친구들도 있다 보니 이층집은 삼층집이 된다. 이것은 무민 가족이 친구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베란다는 여럿이 모여 커피를 마시기에 좋고 무민 마마의 정원은 온갖 꽃들로 가득하다.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힐링 된다.

무민파파, 무민마마, 무민을 시작으로 스노크 메이든, 스너프 킨 등의 친구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등장인물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궁금했던 캐릭터의 이미지와 특징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등장하고 있는지 기술되어 있다. 등장인물마다 독특한 철학과 개성이 있는데 토베의 다채로운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다행히 무민 시리즈를 읽어서 친구들이 조금 친숙하게 다가와서 다행스럽다.

 

 

 

무민은 모험을 즐기고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다. 스노크메이든은 무민의 여자친구이지만 무민이 가장 좋아하는 친구는 스너프킨이다. 스너프킨은 그 생김새가 자연친화적이며 방랑벽이 있다. 진정한 자유 애호가라고 할까.

무민 시리즈에서 톡톡 튀는 꼬마 미이는 보면 볼 수록 귀여운 친구다. 심술쟁이 같지만 솔직함이 넘쳐나고 거침없고 당당하다. 그래서 이야기는 미이 덕에 더 에너지가 넘친다. 토베가 미이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반전 유머도 빼놓지 않았다. 그 외 친구들은 머릿속에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을 뿐이지만 관계도가 첨부되어 있으니 미리 봐두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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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골짜기에는 다양한 이웃들이 살고 있다. 무민의 겨울을 읽을 당시 꽤나 많은 이웃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싱크대밑의 아이, 보이지 않는 작은 뒤쥐와 으스스한 해티 파트너, 그로크, 섬 유령, 얼음 여인 등 많은 등장인물에 집중해서 읽어야 했던 기억이 났다. 특히 꼬리가 멋진 다람쥐가 얼음 여인을 만나 죽었다 깨어난 장면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무민의 세계에선 마법도 통한다. 이 부분은 미처 읽지 못한 시리즈를 읽어야겠다.

 

 

 

무민의 세계에도 사계절이 뚜렷하다. 계절을 맞이하고 즐기는 모습에서 진정한 자유가 느껴진다. 봄맞이 대청소와 모닥불 잔치 등은 계절의 낭만을 즐기지 못하고 지나치는 우리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듯하다.
그러나 자연이 주는 재앙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긍정적으로 위기를 지난다. 홍수가 나서 물바다가 되어도, 토네이도가 휩쓸어도 실망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이처럼 자연과 함께 하는 삶에는 나름의 철학과 어록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다양한 어록을 읽으며 역시 삶의 지혜는 불변하지 않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특히 내게 있어 무민마마의 긍정 코드는 참으로 배울점이 많았다.

 

엄마 무민은 스스로 다짐하곤 해요.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게 많아.
하지만 모든 게 내 생각과 같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 무민 골짜기의 여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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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무민을 탄생시킨 토베 얀숀에 대한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무민의 탄생기는 삼촌이 들려준 트롤 이야기에서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런 삼촌의 트롤 이야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무민이 있었을까?
그녀의 나라 핀란드와 토베 얀손의 모든 것이 잘 정리되어 있다.

 

 

 

토베는 부모님의 예술적 기질을 물려받아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어린 시절부터 잡지와 동화책을 즐겨 만들었으며 지금은 전 세계가 사랑하는 무민의 작가가 되었다. 그녀는 무엇보다 다양한 곳에서 무민을 만날 수 있게 했다. 즉 예술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어야 더 나은 세상이 열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토베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한평생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암울한 시기를 잊고자 판타지를 쓰기 시작했지만 그녀의 삶과 무민의 이야기가 늘 함께 했음을 무민 시리즈를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무민마마의 긍정 코드는 역시 그녀가 존경했던 어머니에게서 영향을 얻은 듯했다. 그녀의 두 동생들도 예술적 재능을 이어받아 사진작가와 만화가가 되었다고 하니 정말 예술가 집안임을 실감했다.
토베는 작가 외에 그림에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왔는데 헬싱키 벽화 속 자신의 모습과 무민을 보며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 외 입체파나 추상화 작품에도 두각을 나타내며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무민 골짜기는 핀란드의 자연 풍경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한다. 그녀가 자란 핀란드 곳곳을 보면서 자연이 주는 다채로운 영감이 놀랍게 느껴진다. 자연환경까지도 무민 시리즈에 녹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민으로 인해 핀란드를 다시 보게 되었고 무민으로 인해 토베 얀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가장 완전하게 만든 책이라고 자랑할만한 책이다. 그 외에도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니 무민을 사랑하고 무민이 궁금하다면 이 한 권으로 무민 골짜기로 들어가 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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