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의 겨울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5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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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기운이 더운 열기를 밀어내고 선선한 바람이 일렁이는 때, 무민 이야기가 돌아왔다. 계절을 한 단계 앞선 겨울이야기를 가지고서 말이다. 그래서일까. 가을을 금방 뛰어넘어 차가운 시베리아 공기가 불어닥칠 듯한 기분이다. 겨울 공기가 볼살을 후벼파는 기분이 들 때면 인간도 잠깐이나마 동면을 했으면 좋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부럽게도 무민 가족은 겨울잠을 잔다. 11월부터 4월까지! 추운 겨울을 힘들게 보내지 않아 좋긴 하겠지만 한편으론 겨울의 묘미를 모르고 지나친다는 점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무민의 겨울]에서 우리의 무민은 이 겨울이란 계절과 맞닥뜨리게 된다. 생전 처음 보는 풍경에 무민은 적잖게 당황한다. 그러나 겨울이 끝나고 가족들이 깨어나자 겨울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연을 통해 깨달은 새로운 가르침 덕에 무민은 조금 성장한다.

이제 나는 다 가졌어. 한 해를 온전히 가졌다고. 겨울까지 몽땅 다. 나는 한 해를 모두 겪어 낸 첫 번째 무민이야. -p.154

모든 일은 직접 겪어 봐야지. 그리고 혼자 헤쳐 나가야 하고. -p.159

 

 

 

무민의 골짜기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는 골짜기에 무민의 집은 눈 뭉치로 변하기 일보 직전이다. 무민 가족은 긴긴 겨울을 나기 전 전나무 잎으로 배를 채운다. 요즘 잡념이 늘어서일까. 전나무 잎은 참 먹기 힘들 것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무튼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잠이 들었건만 그만 무민이 깨어나고 만 것이다. 무민마마를 깨워도 기척이 없고 다시 잠을 청할 수 없자 무민은 홀로 남겨진 겨울이 낯설기 그지없다.

무민에게 겨울은 쓸쓸하고 고요하다.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 그리고 얼음 여왕의 존재도 두려움이다. 무작정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무민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 친구들을 만난다. 양초 불을 두고 투티키와 마주 앉아 바라본 오로라와 연통에서 나오는 따스한 기운에 조금의 두려움을 접는다. 그러나 태양은 좀처럼 나타날 기미가 없고 외로움이 가득 찰 무렵 눈앞에 낯익은 존재가 나타난다. 바로 은쟁반을 타고 눈 위를 미끄러져 내려온 미이가 등장한 것이다. 역시 미이는 무민 이야기에서 약방의 감초다.

 

 

 

 

미이의 등장에 쓸쓸한 겨울이 조금 활력을 찾은 듯하다. 시큰둥 새침데기 미이는 겨울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다.
얼음 여왕이 지나간 자리에 다람쥐가 쓰러졌음에도 그 무신경함이란.
쓰러진 다람쥐 그림을 보며 어머! 죽은 거야?라고 중얼거리다 아래 주석(만약 울기 시작한 독자가 있다면 빨리 167쪽을 보길 바란다.-지은이)을 보고서는 피식 웃었다.

 

 

무민의 골짜기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겨울을 보내는 투티키와 크리프, 싱크대 밑의 아이, 벽장 속 트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살아간다. 무민의 집을 찾아온 낯선 손님들에 등장인물이 늘어나서 그런지 겨울이 분주해진다. 추위를 피해 온 손님에게 잼을 거의 내어 주고 말았지만(얄밉게도 잼이 있다는 사실도 미이가 폭로한다) 진정한 우정도 느끼게 된다. 눈도 굴리고 스키도 타보며 겨울을 알아가다 내리는 눈에 홀딱 마음을 뺏기고 만 무민은 겨울이 좋아진다. 쌓여 있는 눈을 보며 눈이 땅에서 자라는 줄로만 알았다고 말하는 무민이 정말 귀엽지 않은가.

 

 

 

 

토베 얀손이 창조한 이 작고 귀여운 캐릭터 무민이 익숙해지려면 상상의 세상과 친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무민이 사는 골짜기와 낯선 캐릭터들을 적극 탐구해야 한다. 더불어 핀란드를 좀 더 연구하면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무민마마의 긍정 코드가 제일 좋다. 이 책에도 겨울잠에서 깨어난 무민마마의 긍정 멘트에 마음이 포근해진다.

[무민의 겨울]은 무민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주는 느낌처럼 차갑고 외로운 분위기에서 시작하지만 새로운 만남 속에서 온기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낯선 캐릭터들은 각양각색의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별것 아닌 대사 속에서도 일상의 철학이 느껴진다. 한 권 한 권 찾아 읽다 보니 나도 어느새 무민의 팬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 무민을 다 보여줄 [가장 완전하게 만든 무민] 책이 도착했다. 이 백과사전 같은 책 한 권에 태풍 소식을 뒤로하고 들떠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무민 가족과 친해져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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