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국 소설의 첫 만남 10
김애란 지음, 정수지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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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로 출간된 칼자국은 그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다. 책과 멀어진 아이들을 위해 독서활동을 돕기 위한 방향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6학년 아들이 휴대폰과 너무 친해져서 걱정이 앞서던 차 얇은 두께의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라면 부담 없이 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칼자국은 [비행운], [바깥은 여름]의 김애란 작가의 작품이다. 비행운을 읽고 난 그 묵직한 느낌과 바깥은 여름을 읽고 난 뒤의 서늘함이 남아 있어서일까 책표지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아들놈이 이해할 수준의 내용은 아닌듯싶었다. 성인이 된 딸의 시선으로 조목조목 되짚어 본 엄마의 인생이 딸도 아닌 아들이 공감하기에는 무리인듯싶어 내가 먼저 펼쳐들었다.

화자는 어머니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을 준비하는 동안 그녀를 추억한다. 반반한 외모를 가진 어머니가 남편을 고르는데는 재주가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국숫집에서 그녀의 평생을 바친다. 재래시장의 떠돌이 칼 장수가 선보인 칼에 한눈에 반한 어머니는 연애편지를 끼고 오듯 싸매고 온다. 그리고 칼과 동지가 되어 인생을 살아낸다. 어쩌면 어머니의 억척스러움은 무능한 아버지가 만들어 낸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어머니의 칼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 있다. -p.7

 

 

어머니의 칼자국은 딸을 살찌우고 자라나게 했다. 반질반질 윤이 나던 칼은 국숫집을 번성하게 해 주었다. 반면 아버지에게 칼은 고작 화풀이용이다. 소처럼 일한 어머니와는 반대로 순간을 살던 아버지. 첩 하나씩 거느리고 다니던 모양새가 당연하던 시골 분위기에 혼자 속앓이 했던 수많은 조강지처들의 슬픈 인생사가 떠올라 순간 화가 치민다. 어머니는 소주 한 잔에 울분을 씻어내고 딸은 안도한다. 그런 어머니는 무능한 아버지보다 능력자였고 실속 없는 아버지보다 강단 있고 고집스러웠다.
그런 어머니가 세상의 변화에 주눅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하겠다. 그러나 대형마트 칼 코너 앞에서만큼은 당당하게 칼을 고른다. 칼에 베여 성한 곳 하나 없던 어머니의 손이 그 사실을 증명하듯.

육개장 냄새로 진동하며 북적대는 장례식장, 입덧으로 괴로운 딸은 좀처럼 아무것도 쑤셔 넣을 수가 없다. 아버지의 옷가지를 챙기러 들른 맛나당의 모습은 어머니가 마지막까지 억척스럽게 살다간 흔적이 역력하다. 순간 밀려드는 허기에 어머니의 칼로 사과를 깎아 어머니의 삶을 베어문다. 그녀의 몸속 깊숙히 어머니가 놓고 간 그 자리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딸도 그렇게 살아 낼 것이다.

 

 

 

엄마의 잔소리가 싫어 무작정 뛰쳐나왔던 시절, 오직 나 하나만을 생각하면서 달렸던 때를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끊어넘친 국수의 모습에 애잔함과 서글픔도 밀려왔다. 화자처럼 어묵을 먹는 엄마의 모습에 낯섦을 느끼는 듯 요즘 종종 그런 순간을 경험한다. 아직은 엄마의 부재가 먼 이야기 같지만 소설을 덮고서 엄마를 제대로 기억하고 싶어졌다. 씩씩하게만 보였던 엄마였지만 이제는 두렵다는 말씀도 서슴치 않게 하시는 모습에 가슴한켠이 아린다. 청소에 집착하는 삶을 조금만 내려놓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엄마가 자신의 인생을 즐길 수 있게 응원해 드려야겠다.

그나저나 아들도 읽긴 했다.
느낀 점: 일단 책이 짧아서 좋았고,

엄마가 딸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여 먹여 살리려고 일을 하다가 돌아가신 부분이 감동적이었다.
음~~ 나름 최선을 다해 쓴 한줄평에 칭찬 듬뿍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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