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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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공포물에서 표식이 주는 호기심은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그래서 한낱 분필 하나가 주는 공포감이 생각보다 컸다.
초크맨을 쫓아가면서 보낸 열대야의 밤은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왜냐하면 시작과 마찬가지로 마지막까지 섬뜩함을 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에 의해 소녀의 시체 일부 중 머리가 발견된다.
그리고 배낭 안으로 넣어진다. 그가 범인인지 목격자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의 진실은 애매모호하게 마무리가 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여느 십 대들이 그렇듯 그들만의 세계에서 그들만의 우정을 암호화하며 즐긴다.
각각 자기만의 컬러 분필로 기호를 만들어 의사소통을 하기로 한 것이다.
남자 넷에 여자 하나. 숲속에서, 놀이터에서, 그들은 늘 호기심 많은 십 대들일 뿐이었다.

마을 축제에 들뜬 아이들은 축제날 함께 놀이공원으로 향한다.
그러나 갑자기 눈앞에서 놀이기구 하나가 튕겨져 나오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에디의 눈앞에서 예쁘장한 한 여자아이가 쓰러진다.
얼굴과 다리에 끔찍한 충격이 가해진 소녀와 그 옆에 같이 쓰러진 에디.
도망치려 하던 찰나에 마침 그 자리에 있던 학교 선생님은 에디에게 소녀를 부축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한다.
다행히 소녀는 죽지 않았고 에디와 선생님은 영웅으로 함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평온한 일상이 마을을 덮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정확히 사건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알 수 없다.
첫 부분에 등장했던 소녀의 머리가 바로 놀이공원에서 끔찍한 사고를 당한 이와 동일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건의 시작점이 그즈음 일것이라고 짐작만할 뿐.

이야기는 현재 어른이 된 에디와 사건이 발생하던 30년 전을 오간다.
표식을 따라 떨어져 있던 시신의 일부를 아이들이 발견했고
소녀의 죽음 이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는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관여되어 있다.
다만 그들은 침묵하고 있을 뿐 진실은 때로는 진실로 둔갑된 채 그렇게 남겨질 때도 있다.
그들이 입을 열기 전까지는 조용히 그렇게 묻혀간다.

유치하고 어리석고 사소했던 행동이 끔찍한 비극을 낳았다. -p.246

우리가 스스로 해답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건 정답이다.
그게 인간의 천성이다. 우리는 원하는 진실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질문만 한다.
그런데 문제는 뭔가 하면 진실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실은 그냥 진실인 습성이 있다.
우리는 그걸 믿느냐 믿지 않느냐만 선택할 수 있을 따름이다. -p.242


사건의 중심인물인 에디는 다섯 친구 중 하나다.
글재주가 있던 어린 시절의 재능을 키워 아이들을 가르친다.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만 하숙생인 클로이라는 아가씨와 한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에디가 사건을 다시 되짚게 된 건 그날 도착한 우편물 때문이다.
그 속에 든 흰색분필과 편지는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그리고 어디선가 범인이 살아서 아이들을 노리고 있음으로 얼마든지 추론할 수 있다.
비슷한 시간에 우편물을 받은 다른 친구들도 뒤숭숭하긴 마찬가지다.

사건의 결정타였던 토막 시체가 발견되기 전 마을은 불행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었다.
에디의 일당을 괴롭히던 형들 중 한 명이 강에 빠져 익사하고,
일당 중 여자아이의 아빠는 마을 목사인데 에디 아빠가 날린 펀치로 사이가 썩 좋지 않으며
게다가 낙태수술을 한 에디 엄마는 목사와 그를 지지하는 시위자들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익사한 아이의 장례식 날 임신한 십 대 소녀와 아버지가 들이닥쳐 죽은 아이를 욕보이고,
목사는 괴한의 습격을 받아 크게 다치는 일이 연일 벌어진다.
그리고 얼마 뒤 잔인하게 살해되어 조각나버린 소녀가 발견된다.

아이들이 남기던 분필 기호 외에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흰색의 낙서에 섬뜩한 마음이 앞서고
아이들의 우정도 어른들의 세상에 편입되면서 하나둘 갈라지게 된다.
그러나 각자가 받은 편지로 인해 에디를 만나고 돌아가던 친구 미키가 사고로 죽자 초크맨의 공포가 휘몰아친다.
과연 범인은 어디에서 치밀하게 그들의 목을 죄어 오는 것일까.

소설은 역시나 들려주는 이야기가 많다.
특히 아이들의 시선과 어른들의 시선은 분명 차이점이 있지만

하나둘 늘어나는 비밀과 거짓은 어른들의 교묘함에 뒤섞이는 듯하다.
그리고 영악하고 치밀하다.
누군가의 거짓이 큰 오점을 남기기도 하고 때로는 범죄로 이어진다.
의도하지 않았어도 사건은 아주 사소한 데서 시작한다.

예단하지 말 것.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할 것.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p.375

 

초크맨의 정체를 찾기 위해 쉼 없이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진정한 추리의 대가라면 범인의 윤곽을 잡는데 어려움이 없겠지만 역시 마지막까지 가 보아야 알겠다.
스릴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독자라면 스릴감은 좀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지만
나처럼 공포물과 일도도 친하지 않다면 꽤나 무섭게 읽힐 것이다.
영상화된다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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