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2 : 정종·태종 - 피와 눈물로 세운 나라의 기틀 조선왕조실록 2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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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2권에서는 정종과 태종에 대해 다루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건국했지만 방원이 일으킨 1차 왕자의 난으로 판세가 뒤집히자 태조는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방원이 형제를 죽이고도 왕좌로 직진하지 않은 데는 태조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형제들 중 권력에 욕심이 있는 이는 존재하고 누구보다 아비 옆에서 보고 배운 대로 방원의 권력욕은 대단했다. 비록 난은 일으켰지만 아비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아들의 모습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어 애처로운 마음도 들었다. 태조를 의식한 왕좌의 양보는 정종에게는 득이 될 것이 없었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 그 누구도 권력의 희생양이 되는 걸 원치 않았기에 자식들도 출궁시키고 본인도 왕좌를 양보하는 고종명의 길을 택한다. 그래서 역사에서 정종에 대한 평가가 많이 절하되었음을 되새긴다.

정종을 '기생한 임금'이라고 호칭한 하륜의 한마디에 방원 측의 모든 평가가 압축되어 있다.
정종은 방원에게 '얹혀산 임금'이란 뜻이다. - p.119

2차 왕자의 난을 거쳐 왕이 된 역적이자 패륜아인 방원을 이성계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정작 태종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은 모두 천명이라는 말로 일축하지만 정치라는 게 어디 뜻대로 되는 것인가. 핏줄은 잘라내고 내쳤지만 정작 부인과 처가의 기세에 골머리를 않는다. 특히 원경왕후의 투기가 심해 후궁의 법도까지 들먹이며 이해시키려 하지만 사이는 점점 틀어진다. 여기서 황제가 둘 수 있는 후궁의 수가 120명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결국 투기가 부른 불씨는 외척 숙청이라는 참극을 부르는데 한 무제 때 시행된 복비법(입 밖에 내지 않고 마음속으로 남을 비방하는 것을 처벌하는 법)이라는 죄목을 갖다붙이며 시작된 민무구 형제의 압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혁명의 동지가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죄인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흔한 일이긴 하지만 태종은 외척 경계론을 강하게 밀고 나가며 왕권을 강화한다.

태종은 노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자 본격적으로 노비 개혁을 추진한다. 한 사람이 무려 노비 천명을 거느릴 수 있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억울한 양민과 농민들이 많았으며 그만큼 농민의 삶 또한 피폐했음을 알 수 있다.
노비를 물건 다루듯 하다 보니 소송은 끊이지 않았고 호적이나 상속의 불합리한 조건 등으로 정리가 시급했다. 신분제도를 개혁하는 일은 사대부의 반발로 쉽지만은 않았겠지만 태종은 사람을 신분으로 구별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즉 노비나 사대부나 동등한 인간으로 보았다는 사실에 인간다운 면모가 느껴졌다. "하늘이 백성을 낼 때는 본래 천인이 없었다." -p.251
실로 태종의 업적 중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었던 것이 종부법의 시행이다. 노비의 수가 대폭 감소되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안정된 사회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태종도 이성계와 마찬가지로 자식 문제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세자의 끊임없는 일탈에 결국 두 손들게 된다. 엇나가는 자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일이 왕이라고 다르겠는가. [맹자]에서도 직접 자식을 가르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올바른 답을 말하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은 반드시 바른길을 가르친다. 바른길을 가르치는데 행하지 않으면 화가 나게 되고 화가 나는 것이 뒤따르면 거꾸로 해치게 된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바른길을 가르쳐 주지만 아버지의 행위도 바른길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하면 이는 부자가 서로 해치는 것이니 나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옛날에는 서로 자식을 바꿔서 가르쳤다. -p. 312

결국 세자의 일탈로 천명을 이어받게 된 건 충녕이다. 세자를 책봉하지 못한 미련을 접고 적극적으로 세종을 뒷받침한다. 군권만큼은 내놓지 않으며 악역을 자처하였지만 조선시대 훌륭한 왕으로 일 순위를 자리매김하게 된 세종의 길은 태종이 열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태종은 핏줄들에겐 악역을 자처하고 백성들에겐 오래 기억에 남을 왕으로 남았다는 시선이 새롭고 흥미로웠다.
3권에서 펼쳐질 세종의 업적과 문종, 단종편이 벌써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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