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 시리아 내전에서 총 대신 책을 들었던 젊은 저항자들의 감동 실화
델핀 미누이 지음, 임영신 옮김 / 더숲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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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프고 아팠다. 왜 희망은 저 땅 위에 없는 것일까.
시리아 내전의 중심도시인 다라야. 인권이란 존재하지 않는 곳. 자유와 종교와 이권다툼의 희생지가 되어버린 그곳에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하나둘 책에 눈을 뜬다. 믿을 수 없겠지만 이것은 실화다. 그들은 삶에 대한 갈증을 책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프랑스의 한 기자가 페이스북에서 우연하게 발견한 사진 한 장이 그 증거였고 그는 그들을 찾아낸다. 뚝뚝 끊기는 신호에 영상은 일그러지고 소리는 드문드문 전달되지만 희망을 위한 노력은 끊이지 않았다. 알리고 소통하고 도움을 구하는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우리가 소소하게 보내는 순간과 일상들이 그들에게 얼마나 간절한 것인지 알았기에 화가 나고 슬펐다.

독서는 피난처와 같다. 모든 문이 잠겼을 때, 세상을 향해 활짝 열린 책의 책장들. -p.26

책은 지배하지 않습니다. 책은 무언가를 선사해주죠.
책은 거세하지 않습니다. 책은 성숙하게 합니다. -p.37

도시의 잔해 속에서 건져 낸 책들이 다라야의 지하 공간에 모여 작은 책방을 이루었고 그곳 젊은 청년들은 다시 꿈을 품기 시작한다. 아픔과 고통의 신음마저도 묻혀 사라질 위기이지만 그들은 책 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네트워크는 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그들 중 몇몇은 기자에게 소식을 전한다.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퍼부어대는 폭격과 화학무기에 치가 떨리고 그들이 계속 소식을 전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한 가닥의 희망을 책에 의지한 이들, 비록 테러리스트들에 그들의 진심은 통하지 않았고 결국 마을 봉쇄령과 함께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었지만 그들이 책을 통해 얻었던 수많은 의문과 생의 가르침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통해 자아를 탐구하고, 레미제라블을 읽으며 용기를 키우며, 자기 계발서를 돌려보며 마음을 다잡았던 그 순간을 기억하길 바란다. 그래서 반군의 병사 오마르의 죽음이 더욱 서글프고 안타까웠다. 다음 생이 주어진다면 멋진 작가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닷물을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p.120
책은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수단이자 영원히 무지를 몰아내는 방법입니다.-p.35

때론 삶의 무심함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노을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원망만 늘어놓는다면 절대 변화를 꿈꿀 수 없다. 내가 그들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내쉬는 얕은 숨에 희망의 소리를  전하고 싶다. 살아있는 자들에게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순간이 모여 생명이 되고 우리의 의지가 피어나는 건 아닐까.
많은 이들이 책을 보며 연민의 정을 가졌으면 좋겠다. 전 세계 사람들과 국제 사회는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쟁의 참혹함과 실상이 전해져 그들에게도 평범한 일상의 시간들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독서라는 이 소박한 행위는 평화를 되찾으려는 열망과 결부되었다. -p.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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