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여름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4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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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워 보이는 무민가족의 일상은 여느 때와 다름없다. 다만 돌아와야 할 스너프킨은 여전히 소식이 없다. 널어 놓은 빨래 위에 검은 먼지가 앉자 불 뿜는 산의 활동이 시작됨을 알게 된다. 그러나 대비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해일이 밀려든다. 온통 물바다가 된 상황인데도 무민 가족은 심각하지 않다. 마당에 있던 해먹 걱정과 만들던 돛단배 걱정이다.
다시 산은 조용해지고 여전히 물은 일층을 점령 중인데도 다음날 엉망이 된 마당을 보면서도 그리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예전 모습이 더 좋았는데."라고 할 수 있는 내공을 배워야 하나?

무민가족은 그냥 처한 상황을 받아들인다. 이미 일어난 일에 심각하거나 우울함으로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거꾸로 떠다니는 가구에 웃음이 터지고 간절한 커피 생각에 뚜껑이 닫힌 커피통이 반갑다. 이미 설탕은 녹았지만 시럽을 찾아내는 행운도 즐긴다. 물론 짜증 내거나 심각한 이웃도 있다. 또 다른 이웃 훔퍼는 현명하고 긍정적이다.

우리가 이 모든 일이 어쩌다 일어나게 되었는지 이해하기만 하면, 큰 파도도 아주 자연스러워 보일 거예요. - p.37

다시 물은 차오르고 무민 가족은 지붕으로 피신하고 건져야 할 가구를 생각하는 사이 떠내려오는 새집을 발견한다.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큰집이라니.....
천만다행으로 새집으로 옮긴 무민가족이지만 어째 분위기가 조금 으스스하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집안 풍경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누군가로 인해 공포물을 보고 있는듯한 나와는 달리 무민가족은 안정을 찾아간다.

점차 집의 정체가 하나씩 드러나고 집의 주인이 얼굴을 내밀면서 그곳이 연극 무대란 사실이 드러난다. 여전히 미스터리한 분위기에서 미이도 사라지고 무민과 스노크에이든도 사라진다. 그리고 무민파파와 무민마마는 공연을 하면 사라진 이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공연 준비에 분주해진다. 연극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무민가족이지만 연극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마냥 외로움에 숨어 지내던 집주인 엠마는 공연이 가까워오자 기운이 솟아난다.

 

인생은 뜻하지 않는 난관의 연속이다. 무민가족 또한 홍수로 인해 살던 집을 잃는다. 임시로 머물던 곳에서 또 가족과 흩어진다. 그러나 어떻게 역경을 뚫고 나가야 할지 알고 있다. 공연이 곧 삶이다. 인생의 무대에서 각자의 역할을 잘 소화하면 된다. 조화롭든 그렇지 않든 그게 무슨 대수이겠는가. 투덜쟁이 미이도 소설 속에서 나름 사랑스럽게 표현되고 있지 아니한가. 어떤 일이든 생각한 대로 그리고 맘먹은 대로 흘러감을 무민가족을 통해 보여주는 듯하다. 그렇게 고난은 스스로를 성장시킨다.

무민마마는 자신이 무민마마다워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무민 가족은 노를 저어 외로운 산을 지나쳤고 무민 마마는 다음 산모퉁이를 지나면
무민 골짜기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바위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p.190

뭐니 뭐니 해도 행복한 순간은 모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일 것이다. 물살을 헤치고 걷는 걸음걸이에 기운이 실린다. 위험한 여름은 막은 내렸지만 물이 빠진 해먹을 보며 색깔이 더 예뻐진 것 같다고 여길 수 있는 여유로움도 안도감 때문이리라. 다음 편 무민의 겨울은 또 어떤 느낌일까. 위험한 여름이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았듯이 무민의 겨울도 따뜻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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