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그러면 안 되지만 슬슬 피로감이 밀려온다. 솔직히 페미니즘 관련 책은 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며칠 전 조남주 작가의 신작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되었다. 순간 눈에 거슬리는 댓글 내용과 그 댓글에 동조하며 조롱하는 또 다른 댓글들. (캡처해서 첨부하고 싶었음) 이게 과연 일부일까?라는 의문과 어쩌면 분위기상 동조하지만 속으론 비웃고 있는 이들도 많겠단 생각에 머물렀다. 전국의 김지영을 비하하고 작가의 생각을 들춰내 꼬투리 잡는 이들을 보며 정작 책을 읽어야 할 이들은 내가 아니라 그들일 텐데라는 반문을 하며 펼쳐들었다.

천오백 원 커피 한 잔으로 맘충이 소리를 들었던 지영 씨는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 현남 오빠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낸 그녀는 더 나은 남자를 만났을까. 그렇듯 우리는 그녀들의 사연을 들으며 그녀들의 안부를 걱정하는 선한 사람들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들. 제대로 된 합의나 처벌 없이 닫힌 사건들. 소리조차 못 내고 사라져버린 목소리들은 마치 끝나지 않는 이야기 같아서 답답하다.

이번 이야기는 작가가 실제 인터뷰한 사연들을 실었다. 그래서 이슈화된 사건들도 제법 보인다. 성폭력 고발부터 ktx 승무원, 비정규직 노동자, 성주 사드 배치, 이대 총장 사퇴 등 그래서 이전작보다 훨씬 범위가 넓어졌다. 그녀들의 이야기이지만 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한 내 이야기도 될 수 있는 것들이기에 한 번쯤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건 속 주인공들 중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이들도 있고 힘들지만 봄날을 기다리는 이들도 있으며 나은 결과로 미소 지은 이들도 있다. 절대 이것은 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정규직, 내 집 마련, 파업, 동성애 등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물론 결혼생활도 마찬가지다. 고부갈등 못지않게 장서갈등도 이슈이고 가사분담 및 자녀 양육도 여전히 충돌이 잦다.
사회가치관이나 제도적 문제점이 일으키는 시끄러운 마찰음에 내 가족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신중해지지 않을까. (많은 댓글 중 작성자에 의해 지워진 댓글도 심심찮게 보였는데 어떤 이유였을까?)

어쩌다 사회가 페미니즘이란 단어에 혐오감을 드러내게 되었는지 안타깝다. 그것이 꼭 사는 게 팍팍해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여전히 일하는 엄마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건 당신들의 엄마이자 지금의 내 모습이기도 하다. 사회 곳곳에서 능력을 키워나가는 이들은 당신 딸의 자랑스러운 모습이기도 하고 손녀딸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렇듯 내 가족 구성원이 언제 어디서 억울함을 호소할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정치판이 꼴보기 싫다고 외면한다면 좋아할 이들은 부정부패를 일삼는 것들이다. 마찬가지로 남녀가 싸우고 서로 입을 닫아버리면 결국은 헤어지게 된다. 결국 무관심이 제일 어리석고 무서운 결과를 낳는 것이다. 삼키지 말고 내뱉는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면 그녀만의 인생이 아닌 우리가 함께 잘 살기 위한 방법이 보일 것이다.
한가지 더 바란다면 진행 중인 미투 사건이나 갑질 사건들에 올바른 처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내 삶과 태도와 가치관이 주변의 사람들을, 조직을, 더 넓게는 사회를 바꾸기도 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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