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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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그림자가 따라붙기 시작한다. 울타리 밖과는 달리 안에서는 어둠만큼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끝이 어딘지. 그리고 살 수 있을지.

폐장시간을 앞둔 동물원. 조앤과 링컨은 여는 날과 다름없이 동물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링컨은 남자아이답게 슈퍼히어로물에 홀딱 빠져있다. 아이는 역할극을 즐기고 히어로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 모든 놀이에 맞장구를 쳐주며 그렇게 둘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조앤은 잠시 멈칫한다. 몇 번씩 들려온 굉음소리. 의문이 생길 때쯤 소리는 멎었고 폐장시간이 가까워짐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입구를 향하면서도 링컨은 천진난만한 호기심과 에너지가 넘친다. 가끔은 그런 아이가 버겁기도 하지만 조앤은 자상한 엄마다. 폐장 15분 전의 풍경치곤 지나치게 조용하다고 느끼는 사이 시야에 들어온 끔찍한 광경. 조앤은 달린다.

어둠이 내려앉은 동물원. 꽁꽁 숨어야 살 수 있다. 놈들의 눈에 절대로 띄지 않기 위해 작은 속삭임도, 휴대폰의 불빛도 위험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조앤은 동물원 지리에 익숙했고 또 동물원에서 나는 소음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덜어내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아이만 잘 다독여 쓸데없는 소음만 차단시키면 된다. 그러나 링컨은 여전히 질문이 잦고 쉬가 마렵고 배가 고프다. 이제부터 조앤은 아이에게서 최대한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그녀는 점점 소음에 예민해진다. 제발 소리 좀 낮춰!

이 쫓고 쫓기는 극적인 긴장감은 범인들의 시점으로 넘어가면서 흐름이 끊어지는 듯하지만 그들의 행동반경과 조앤의 간격을 맞추어가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그래서 범인이 불빛을 보고 미소를 짓는 순간 상황이 극적으로 변할 것임을 짐작했다.

죽음의 시간 속에 갇힌 동물원. 간간이 울리는 총성과 괴성. 동물원에서 인간 사냥이라니. 그들은 찾고 쏘고 노래 부르고 웃는다. 어둠 속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바퀴벌레처럼 범인들도 어디서 총을 들이밀지 알 수 없다. 조앤은 숨을 죽이고 있지만 머릿속은 복잡하다. 죽음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드는 오만가지 생각을 밀어낼 수 없다. 지나온 시간, 가족, 그리고 현재.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지속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모든 걸 더 사랑하는 건지도 모른다. -p.226


근처에서 들리는 범인들의 목소리에 우왕좌왕할 틈이 없다. 억눌린 긴장감을 풀어헤치고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다. 범인들을 따돌리는데 성공하지만 광란의 밤공기에 속에서도 아이는 배고픔을 호소한다. 그녀는 다시 근처 자판기로 힘겨운 발걸음을 옮긴다.
혼자가 버거워질 때쯤 케일린이란 소녀의 도움을 받는다. 안전하다고 여긴 장소였지만 링컨의 실수로 빛을 드러내고 만다. 범인의 시야를 잡아끌었던 그 빛 말이다. 그녀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문을 부수는 소리만큼 커져갔고 내 몸도 슬슬 더워지기 시작했다. 사이코패스로부터 살수 있을까.

평소 스릴러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섬세한 묘사가 참 마음에 들었다. 나약한 여성이지만 위기의 순간에서 강인해지는 모성애를 잘 보여준 것 같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탄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살인과 물집을 터트리는 쾌감을 동일하게 묘사하며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 보여준 범인은 왜 그런 아량을 베푼 걸까.

마지막까지 조앤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끝까지 고군분투한다. 그래서 그녀는 살아야 한다.
왜냐하면 링컨에게 있어 슈퍼히어로는 경찰이 아니라 엄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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