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원의 로봇
데보라 인스톨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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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그 이상의 감정을 표현하며 인간과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내용을 보면 찌릿한 감동이 밀려온다. 마치 애완동물이 인간에게 그 이상의 믿음으로 놀라움을 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로봇이 일상이 되는 그런 날이 온다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것 이상으로 여길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인공지능 로봇이 일상화된, 곧 머지않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한 인간과 한 로봇의 이야기이다. 이미 구모델이 되어 사람들이 찾지 않는 휴대폰처럼 로봇 탱은 그런 존재다. 그러나 그 낡음의 어딘가 알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그의 말투와 행동은 마치 어린아이의 모습과 닮아있다.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소설답게 탱의 어리광에 안절부절못하는 벤의 모습은 마치 자식을 대하는 아버지 같아서 따뜻하다. 그들이 세계의 반을 도는 동안 쓸모없어 보였던 한 인간은 성장했고 둘의 관계는 가족처럼 더 깊어진다. 소설의 소재에서 이미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긴 하지만 여정 동안 벌어지는 사건들은 자잘한 재미를 더하고 있으며 그렇게 탱이 진화하며 인간과의 관계를 좁혀가는 동안 어느새 나도 탱이 좋아지고 있었다.

최첨단의 안드로이드 로봇이 각광받는 세상에 벤과 에이미는 아직 로봇의 도움 없이 살고 있다. 잘 나가는 아내와 무능력한 남편 사이에 등장한 정체 모를 로봇 탱은 부부 사이를 악화시키는 불씨가 된다. 에이미에겐 낡은 고철 덩어리이자 마당에 버려진 쓰레기 같은 존재였던 반면 벤은 백수인 자신의 처지만큼 탱의 처지가 안타까웠고 아무렇게나 취급할 수 없었다. 에이미는 벤이 자신의 인생보다 그런 쓸모없는 물건에게 한눈을 팔고 있다는 사실에 희망이 보이지 않았고 결국 그를 떠난다.

그렇게 벤의 인생에 아내는 퇴장했다. 그리고 탱의 실린더는 점점 줄어들어 수명이 다 되어가고 있다. 여태껏 무엇 하나 제대로 해 본 적 없던 벤이었지만 탱의 과거와 미래 정도는 책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집을 나선다. 그의 몸에서 발견된 이니셜의 단서만 가지고 제작자를 찾아 떠난 여정이 순탄할 리가 없지만 만사가 잘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그를 계속 전진하게 한다.

탱이 탄생 배경이 서서히 드러나고 벤의 마당에 앉아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드러나면서 벤은 탱을 향한 애정이 더 커진다. 탱과의 소통이 진화하고 있다는 걸 느낄수록 벤은 탱을 로봇 그 이상을 넘어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게 된 것이다. 탱이 놀랍도록 많은 재주가 있는 로봇이지만 인간의 좋은 면을 더 많이 습득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함께한 벤의 자상함 때문이었다. 가슴팍에 붙인 테이프를 소중히 여기고 선의의 거짓말로 위기를 넘기며 능청을 떠는 모습은 정말 미소를 짓게 했다.

"아니야. 벤은 새고 있지 않아. 벤은 치유하고 있어._368

기계가 점점 인간화되면 오히려 그러한 기계에 인간은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하지만 탱이 인간의 이기심으로부터 도망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인간의 끝도 없는 욕망에 결국 모든 것이 사라져버리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게 되었다. 저자도 후기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로봇에 관한 명확한 지식이나 기술적 지식은 많지 않다. 탱의 캐릭터는 공감능력이 진화된 로봇이었고 무언가 모자란 벤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많은 챕터가 동화 같은 느낌을 더하며 한편의 애니메이션 같기도 한 이야기는 인간과 기계가 따뜻한 공생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인간은 무언가 도전을 하고 해나감으로써 자각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벤이 여정 동안 에이미와의 관계를 돌아보며 자신의 문제점을 깨달은 것처럼 말이다. 이야기는 기분좋게 해피엔딩으로 끝맺음을 하고 있지만 난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말았다.
벤이 죽은 뒤 탱은 어쩌지 하는.
그러고 보니 얼마전 티비에서 본 광고의 한장면도 떠올랐다. 현대해*광고에 나오는 로봇과 탱의 모습이 비슷한것 같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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