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
디제이 아오이 지음, 김윤경 옮김 / 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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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가 바뀌고 세대가 변해도 사랑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것은 사랑도 결국 관계를 맺는 일이고 사랑이 끝나기 전까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은 시행착오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으며 인간관계나 연애도 마찬가지다.

요즘의 연애 패턴을 보면 시대의 영향력 때문인지 사랑도 유행을 타고 변화하는 것 같다. 변화의 바람은 부정적인 면이 더 눈에 두드러진다. 마치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상품처럼,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우리들처럼, 손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해주는 최첨단 기계처럼, 사랑도 그것들과 점점 닮아가는 듯하다. 어느새 사랑이 점점 가벼워지고 진실성은 결여된다. 짧은 만남과 헤어짐 속에 마음의 상처는 커져만 간다. 이 사람이야!라는 확신이 이 사람일까?로 바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불신은 쌓이고 결국 자존감마저 바닥으로 내리꽂히면 다음 사랑을 준비할 수 없다.

그러나 편리한 세상의 일원으로 우리는 원하는 정보를 발 빠르게 얻을 수 있고 멀리 가지 않아도 또 누군가를 꼭 만나지 않아도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조금의 노력만 들이면 된다. 이 책의 저자도 SNS 상담을 통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지지를 얻었고 그의 조언들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꽤 와닿는 부분들이 많다. 현실적이고 냉정하지만 차분함 속에 따뜻한 위로가 녹아 있어 내 머릿속에 잘 저장해놓고 싶은 문장이 한가득이다. 곧 머지않아 사랑이 찾아올 내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좋아하는 마음은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이지만 진심 어린 사랑은 상대를 위한 것이에요. -p.39

사랑의 시작점보다 이별의 종착역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좀 더 현명해져야 한다. 이 책도 이별의 순간 또는 이별 후에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자신을 위하는 일인지 아낌없이 조언하고 있다. 각각의 사연들을 바탕으로 남녀의 가치관의 차이점이나 사랑을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말 한마디에 내재된 의미들을 풀어내보며 마치 연애 공부를 하듯이 읽으면 된다.
전체적인 상담 내용이 대체적으로 여성에게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긴 하지만 솔직히 여성에게 더 필요한 건 사실이다. 최근 미투나 데이트 폭력이 이슈화되면서 나쁜 남자를 너무 많이 보아서인지 상대를 고르는 감각을 길러야 하겠다. 또한 최소한이라도 가벼운 만남으로 상처받거나  진심을 이용당해서는 안되겠다.

잊어야 하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내 감정이기 때문에
내 감정이 사그라들면 그 사람은 오히려 또렷하게 보이게 돼요. -p.87

서로의 가치관을 맞추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가치관의 차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진짜 사랑이에요. -p.165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느낌보다
'이 사람과는 진솔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라는 느낌이 드는 사람과 함께 했을 때

오래, 아주 오래갈 수 있습니다. -p.139

사랑이란 소재는 분명 흥미롭다. 연애의 다양성의 범주는 무궁무진한 데 반해 내가 할 수 있는 연애의 수는 한정돼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일지라도 귀가 쫑긋해질 수밖에 없다. 남의 연애에서 잘 보이는 정답이 내 연애에서도 잘 보이려면 많이 보고 겪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먼저 안다면 사랑도 잘 만나고 헤어지고 충분히 아파하고 털어낼 수 있다.

중요한 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해나가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그릇된 가치관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을 요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연애와 이성친구에 관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랑은 우리의 마음을 살찌우고 철들게 한다. 운명이란 단어에 자신을 가둘 것이 아니라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는 게 최선이듯 사랑이 끝나고도 더 좋아질 수 있는 상태에 놓일 수 있는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제본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내용은 시원한데 제본은 답답하다. 이렇게 펼치기 어려운 책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 얼마 전에 구매한 동심 언어 사전의 누드 사철 제본이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들어서인지 이 부분이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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