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욥 - 욥기 산책
김기석 지음 / 꽃자리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울역 인근의 청파동에 있는 교회에서 20년째 목회를 하고 있는 김기석 목사는 이미 영성가, 설교가, 작가로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존재다. 이 책은 총 23강과 6편의 설교문을 담고 있는데, 욥기 본문을 풀어내는 간결담백한 문장 사이로 90여명에 이르는 동서고금의 문학가, 철학자, 신학자들을 적확한 인용으로 불러내어서 우리 시대의 문제의식을 조명하게 한다. 그는 욥기를 읽을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주의사항으로 첫째는 하나님 편에 서서 사태를 바라보며 함부로 말하지 말 것, 둘째는 욥보다 친구들의 말이 더 은혜롭고 논리정연함에 당혹감을 느끼는 이유를 주목할 것, 셋째로 욥기의 주제를 무고한 자의 고난과 하나님의 정의라고 못박아서 텍스트의 다의성에 굴레를 씌우지 말 것, 넷째로 욥을 과거의 인물로 규정하고 오늘 우리와 상관없는 존재로 여기지 말 것을 주문한다. 그는 욥기를 설교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응시했고, 세월호 참사를 견뎌왔다. '욥기는 우리에게 "정답 없는 삶을 살아갈 용기가 있는가" 묻고 있지 않느냐'는 저자의 질문은 그래서 위로가 된다.      


욥기를 난해한 성서학 이론의 바다에 빠뜨리지 않고, 혹은 손쉬운 세간의 단순논리로 환원처리하지 않고 그 '결'과 '호흡'을 헤아려 써내려간 드문 책이다. 한 장씩 소리내어 읽으면 그대로 설교가 되고, 성경본문을 겹쳐놓고 씨름하면 그대로 묵상이 되고, 인용한 이들을 곱씹다 보면 '인간의 무늬(人文)' 그 자체를 발견하게 하는 문장을 이렇게 숨 가쁘지 않게 읽은 기억이 언제 있었던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적 예수
김기흥 지음 / 창비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출판사 창비에서 '역사적 예수'를 다루는 책을 내었는데, 저자가 건국대에 재직중인 한국 고대사와 설화연구의 전문가 김기흥 교수다. 전문 신학자는 아니지만 사학자의 입장에서 주어진 사료를 평가하고, 기존에 제출된 연구성과를 최대한 활용하여 자생적 '역사적 예수' 연구의 한 경지에 도달한 독특한 사례다. 이 책을 단순히 아마추어리즘의 한 성과물로 치부하기 쉽지 않은 것은, 530쪽 분량에 100쪽을 주석에 할애할 정도로 꼼꼼히 근거를 챙겼고, 인용된 신학적 저술은 비판적 성서학의 주요 흐름에 기초를 단단히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예수' 연구 분야는 수많은 학자와 이론이 저마다 논쟁을 벌이며 각축하는 장이다. 사방에서 싸움이 펼쳐지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 전모를 그려보는 시도는 언제나 난해한 과제였다. 현대 성서학 연구 영역에서 어느 정도 공감을 이루고 있는 '비판적 연구'의 결과물을 사용하는데 있어 진보적 학자들은 최소주의적 접근을 선호하고, 보수적 학자들은 최대주의적 접근에 기우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전자는 기존의 성서 이해를 해체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후자는 기존의 이해를 정당화하려는 습성에 빠지기 쉽다. 이 책의 장마다 펼쳐지는 언뜻 평이해 보이는 서술들은 비판적 성서연구의 표준적 이해에 근접해 있고, 어느 한쪽으로 쉽게 기울지 않는 감각은 역사서술에서 흔히 보이는 사학자의 문장규범을 닮아있다. 현대적 질문이나 잔재미를 좀더 깔아주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뒤늦게 들지만, 저자는 오히려 정색하고 이 주제를 다루는 꽤 튼실한 개관을 하나 써내겠다는 기세로 책을 내어놓았다. 신학교 바깥에서 이런 작업이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반가운 당혹감을 느낀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2-1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당혹감이라는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창조론 연대기 - Knowing God’s Creation
김민석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창조론 연대기>를 받았는데, 슬슬 넘겨보다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치웠다.

쫌 감동받았다. 일단 작가의 스토리 전개가 매우 능숙하고 고급스럽다. 자료연구를 제대로 했고, 그것이 만화적 재미에 잘 녹아있어서 가르치고 들겠다는 태도가 없어서 좋았다. 이 문제를 둘러싼 교회 내의 갈등구조를 고교생들의 상황에서 실감나게 잘 표현해주어서 청소년들에게 크게 환영받을 것 같다. 교재나 선물용으로 널리 추천할만하다.

근데 주인공 여학생 가족은 왜 영국으로 가는 것인지... '영국 복음주의자'로서 괜한 웃음이 나왔다.

(추신) 아, 이 만화는 '창조과학'을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과학'의 문제를 제대로 파헤치고 기독교 신앙이 창세기1장의 '창조'를 둘러싼 이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기 쉽게 보여주는 '탈-창조과학' 만화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02-0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면 ‘창조론‘을 옹호하는 책인 줄 알겠어요. ‘탈-창조과학‘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서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

erasmus 2017-02-09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창조론‘이란 창조와 관련한 제반 논의 전체를 지칭하는 표현이고, ‘창조과학‘은 그 중에 특정한 과학논의를 끌어다 쓰고 있는 한 입장입니다. 한국교회에서는 80년대 이후에 많이 소개가 되면서 상당히 널리 유통되고 있는데, 최근 이 문제를 놓고 개신교 내부에서 이를 탈피해야 한다는 논의가 상당히 강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창조신앙‘은 갖되, 그것이 곧 ‘창조과학‘일 필요는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물론 ‘진화론‘이나 다른 과학적 논의를 어떤 방식으로 조화시키는가와 관련해서 상당히 다양한 입장이 존재합니다만, 그건 저 책에도 나오는 내용이니 패쓰~~)
 

새해에 어떤 책들이 눈에 들어오는가?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사회의 사회학- 한국적 사회학 이론을 위한 해석학적 오디세이
김덕영 지음 / 길(도서출판) / 2016년 10월
42,000원 → 37,800원(10%할인) / 마일리지 2,1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7년 01월 04일에 저장

지연된 정의- 백수 기자와 파산 변호사의 재심 프로젝트
박상규.박준영 지음 / 후마니타스 / 2016년 1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7년 01월 04일에 저장
구판절판
루터의 밧모섬-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보낸 침묵과 격동의 1년
제임스 레스턴 지음, 서미석 옮김 / 이른비 / 2016년 11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7년 01월 04일에 저장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 예배.세계관.문화적 형성
제임스 K. A. 스미스 지음, 박세혁 옮김 / IVP / 2016년 11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7년 01월 04일에 저장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여성이 만난 하나님 - 한국교회에서 여성의 하나님을 말하다
강호숙 지음 / 넥서스CROSS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성 혐오’ 문제가 사회적으로 솟구쳤던 한 해다. 한껏 높아진 사회적 기준에 비추어보면 기독교 내부의 현실은 황망하기 그지없다. 각종 스캔들과 사건 사고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변화나 개선은커녕 시대착오적 언행이 만발했다. 온갖 사회적 비난과 조롱으로 인한 부끄러움은 온전히 그 내부의 여성들 몫으로 돌아갔다. 조금 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보자. 합동 교단과 총신대는 대체 이런 상황에서 빠져나올 의지는 있는 것인가? <여성이 만난 하나님>의 저자 강호숙은 총신대에서 ‘교회 여성 리더십’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대사회와 여성’, ‘칼빈주의와 문화’, ‘여성학’ 등의 과목을 강의해오다 올해 초에 강의가 폐지되는 사건을 겪었던 당사자다. ‘여성’을 주제로 삼는 그의 학문적 이력과 총신대란 맥락이 결국은 파열로 귀결되었음을 짐작하면서도 정작 그 내부에서는 어떤 내용을 가르치고 있고, 어떤 고민을 해오고 있었는지가 늘 궁금했다. 이 책은 학자이자 목회자로서 강호숙의 고투가 매우 상식적이고, 성경적으로나 신학적으로 건강한 것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합동교단이 교단신학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그의 강의는 폐지가 아니라 마땅히 심화하고 강화했어야 한다.

이 책은 ‘여성’과 ‘기독교’를 연결 지었을 때 나올 수 있는 대부분 이슈를 여성학, 조직신학, 성서학, 실천신학 분야를 종횡하며 다룬다. 그러나 여성 관련 나쁜 사례 모음집이나 분노 가득한 성토가 아니다. 남성들의 몰상식을 공격하는데 초점이 가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의 각성과 성찰을 지향한다. 장마다 교회 내에서 여성들이 직간접적으로 듣고, 경험한 숱한 이야기들이 사례로 등장하고, 남성/목회자들의 전형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성경적-신학적으로 잘 정돈된 설명이나 대답이 제시된다. 미셸 오바마가 말했듯, “그들이 저급하게 나가면 우리는 품위 있게(When they go low, we go high)”의 태도를 잘 견지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신학적으로는 보수 진보 스펙트럼을 논할 대목이 별로 없이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기본적 수준에서 논의의 톤을 유지하기 때문에 아마 ‘기독교와 여성’을 주제로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 가장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건투를 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