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어떻게 관용사회가 되었나 - 근대 유럽의 종교 갈등과 관용 실천
벤자민 J. 카플란 지음, 김응종 옮김 / 푸른역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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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개신교인들이 당연시하는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점점 잦아진다. 또한 우리는 사회적 소통이 가장 힘든 사안들이 주로 종교적 신념이 개입한 사례들이란 점을 경험적으로 안다. 물론 이런 문제를 역사 이래로 우리만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과 암스테르담 대학의 교수로, 종교개혁 이후 피로 물든 유럽대륙이 상호공존을 위해 어떤 종류의 사상과 실천양식을 개발했는지에 천착해온 학자이다. 이 책은 흔히 학자들이 그러했듯 '관용의 사상'을 논제로 삼는 경로 대신 그런 사상을 알지 못했던 이들에 의해서도 수행되었던 '관용의 실천'에 주목했고, 그 결과로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복합적인 '관용의 사회사'를 그려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불관용'의 문제는 결코 미개한 시대에만 속한 것이 아니며, '관용' 역시 근대화의 성취로만 여겨질 수는 없다는 시각 교정을 받을 수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고, 특히 개신교계는 가장 적대적인 주도세력이 되어 있는 '불관용'의 문제를 제대로 캐내어 맞대면 하려면 이 책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귀한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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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와 지성 - 학문 연구를 위한 기독론적 토대와 방법
마크 A. 놀 지음, 박규태 옮김 / IVP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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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왠만하면 보지 마시라. 한쪽에서는 기독교 지성에 대한 논의를 실컷 해놓으면, 교회 내에서는 너무 쉽게 무시되거나 조롱당한다. 심지어는 신앙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당하기도 한다. 그렇게 지적하려고 들면, 세상에 신앙을 위협하는 요소 아닌 것이 어디에 있는가? 기도 많이 하면 신비주의요, 성경 많이 읽으면 문자주의에 빠져들 위험이 왜 없겠는가? 피차의 무지와 자신없음에 대한 손쉬운 핑계가 지성주의를 신앙의 적으로 지목하는 행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성운동을 논하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얼마나 잉여로운 행위인가. 그런 자괴감을 벗어날 의지만 있다면 마크 놀의 책은 어느 것이나 권할만하다. 특별히 이 책은 마크 놀의 기존 책들은 역사가로서 저술했다면, 이번 책은 기독교 지성의 신학적 논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신하다.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이 학문 연구의 동기가 될 수 있는지, 속죄론과 기독론이 학문탐구의 원리와 열쇠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신학적 언어로 논증한다. 후기에 '복음주의 지성'의 10가지 긍정적 조짐을 언급하는데, 이는 2010년에 재번역되어 나온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 한국어판 서문에서 7가지를 언급했던 것에서 더 확장된 내용으로 보인다. 이 책의 핵심주장은 이러하다. "복음주의자이면서 학문에 힘쓰기를 주저하거나 전심으로 배움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복음주의 신앙의 그리스도 중심적 기초와 모순된다."(14) 나는 크게 '아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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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숨을 쉰다 - 홍순관의 노래이야기
홍순관 지음 / 꽃자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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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이 가고난 다음에야 그의 노래가 들렸다. 홍순관은 외모가 약간 신해철스럽다. 자존심 강한 성정은 아마 좀 더 닮았을거다. 이 책은 노래에 대한 그의 묵상과 신념을 '노래 신학'으로 담고 있다. 그간 발표한 음반에 실린 노래 25곡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았다. 압권은 책의 1/3을 차지하는 지강유철의 긴 인터뷰이다. 여기에는 그가 왕년에 킹레코드사 사장에게 즉석 발탁되어 70곡을 불러제끼며 전국의 리어카와 고속도로 음반시장을 평정한 이야기며, 노래 잘하는 친구로 소문나 온갖 유명 무대에 문이 열렸던 사연들 등 우리가 모르는 홍순관의 재미있는 면모를 발굴해놓았다. 그는 연말까지 두 개의 음반을 낼 예정이라고 한다. 정규음반으로는 8년만이라고 들었다. 그는 꾸준히 글도 쓰고, 노래도 짓고, 서예도 하고, 조각도 하는, 자기 호흡과 자기 감수성을 지닌 예술가이다. 길거리 농성이나 시위현장에서 흘깃 지나치며 만나는 것외에 그를 만날 기회가 없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의 진가가 급진과격하게 재발견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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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완역본 - 일상의 언어로 쓰여진 성경 옆의 성경 The Message 시리즈
유진 피터슨 지음, 김순현 외 옮김, 김회권.김영봉 감수 / 복있는사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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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옆의 성경'이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던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가 한글판 신약이 나온지 6년만에 완간되었다. 출판에서 최고봉을 꼽으라면, 사전 출판과 성경 출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성서공회의 본문을 그대로 인쇄하는 것 말고, (영어본에서 옮기는 것이긴 했지만) 성경 전권의 번역과 감수를 직접 진행하는 것은 한 출판사의 기획과 제작 역량이 정점에 올라야 가능한 작업이다. 처음 이 작업이 시작되었을 때 '번역(飜譯)은 반역( 反逆)이다, 게다가 중역(重譯)이라니'라며 삐딱한 추천사를 쓴 바 있지만 한글판 <메시지>는 현대적 문체와 파격적 표현을 마다하지 않는 신선함으로 성경 본문의 고답적인 느낌을 완전히 걷어냈다는 점에서 중역본에 대해 응당 제기될 비판을 꽤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그간 성경을 연구의 대상으로 읽어온 전통과는 다르게 글맛을 살리는 드라마적 낭독의 여지도 살리고, 성경언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저잣거리의 문체를 갖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드러내주었다. 수년의 노력이 잘 열매맺어 성경의 재발견으로 이어졌다. 고맙다는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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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없는 믿음의 정치 - 정치와 종교에 실망한 이들을 위한 삶의 철학
사이먼 크리츨리 지음, 문순표 옮김 / 이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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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세속성의 기반 위에서 수행하고, 종교는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몰아넣어 두는 것으로 정치와 종교의 문제가 풀린다면 얼마나 쉽겠는가? 상황은 반대로 전개된다. 근본주의적 종교의 신정정치가 되살아나는가 싶은데, 그 반대편에는 전통적으로 정치의 세속성을 옹호했던 그룹들 안에서 기독교의 정치적 함의를 급진적으로 재발견하자는 움직임이 자주 목격된다. 바울과 예수에서 새로운 정치성의 자원을 찾고 있다. 그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기독교가 포스트모던 시대의 정치적 적자로 부활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원제는 '믿음 없는 자들의 믿음(The Faith of the Faithless)'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근대는 탈신성화(de-sacralization)가 아니라 재신성화 (re-sacralization)로 보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고, 그 맥락에서 이전의 정치철학의 논의들을 재정렬해보자는 것이다. 근대 정치사상사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저자의 통찰력 있는 정리를 따라 '원죄'나 '마르시온주의', '폭력/비폭력' 등의 신학적 모티브들이 철학자들에 의해 어떻게 사고를 촉발하고, 세상을 달리 보게 만드는지 흥미로운 지적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주요한 학자들은 칼 슈미트, 마틴 하이데거, 슬라보예 지젝, 발터 벤야민, 임마누엘 레비나스 등을 망라한다. 저자는 뉴욕의 진보적 대학인 뉴스쿨에서 가르치며, 현재 이런 논의에 주도적 기여를 하는 중진학자이다. 인문사회과학 논의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급진화되고, 파격적 통찰의 근원이 되는지 볼 수 있는 '지식 어드벤쳐 코스'에 겁내지 말고 한발 들여놔 보고 싶은 이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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